오디오를 시작하려는 후배와 긴 대화를 나누다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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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를 시작하려는 후배와 긴 대화를 나누다 Part.2
  • 양해남
  • 승인 2013.10.01 00:00
  • 2013년 10월호 (49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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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시스템을 차근차근 준비하던 후배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세상에 호락호락한 것은 하나도 없음이다. 이 후배는 궁금한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았던 것이다. 본인 나름대로의 학습을 통해서 대략적인 오디오 시스템의 구상이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소스의 선택에 있어서는 많은 혼란이 있다고 고백을 해왔다. 특히 아날로그를 추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했다. 나는 너무 진지하고 열심인 후배를 위해서 흔쾌히 시간을 내기로 했다. 

음의 입구는 무엇으로 선택을 해야 할까요?
우선 많은 고민을 신중하게 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받아들여줘서 기쁘기도 하고. 그런데 소스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그냥 편안하고 쉽게 디지털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무리가 없을 텐데?

그게 말입니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파일이 대세이긴 합니다만 이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다면 네가 생각하는 음의 입구는 어떤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

당연히 아날로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날로그에 치중하는 선배님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만.
네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기쁜 생각이 드는 걸? 내가 지금까지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음의 시작점이라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야. 내가 맨 처음 음악을 음악답게 들었던 소스가 바로 아날로그 거든. 또한 현재도 나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LP의 재생음이 나의 음악 생활에 기준인 셈이지.

막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아날로그(LP) 음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걸 제쳐두고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하고 싶어. 이 자연스러움은 아주 오래된 시간을 두고 형성된 자연스러움이지. 아날로그는 그 형태가 약간씩 바뀌어 오면서 발전을 거듭했다고 볼 수 있지. 또한 아날로그의 역사성은 오디오 시스템의 발전과 나란히 진보했다고 할 수 있거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운드의 기준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지. 이에 비해서 디지털 재생음은 시간과 역사가 짧아서 아직은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생음이 다 같은 줄 알았는데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점차 아날로그가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아날로그는 그 시작이 정말 어려운가요?
오래전 문자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막연히 아날로그를 시작하겠다고 해서 내가 극구 말린 적이 있어. 이 친구는 턴테이블이 회전하는 시각적인 느낌이 좋아 보여서 해보고 싶다는 거야. 내가 이 친구를 말린 가장 큰 이유는 그런 막연한 느낌만으로 아날로그를 시작하면 실패를 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야. 아날로그를 만만하게 보면 절대로 안 되거든.

아날로그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우선은 턴테이블, 그리고 톤암, 카트리지 이 기본적인 아날로그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야. 단순하고도 쉬워 보이지만 이게 만만치가 않거든. 뭐 그냥 적당한 재생음을 원한다면 쉬울 수도 있겠지만 LP의 소릿골에 담긴 신호를 제대로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거든. 그래서 아날로그 운용에 대한 지침서나 참고서로 따로 공부를 하는 게 좋아. 아니면 주위에 아날로그에 능통한 사람에게서 직접 배울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기존에 나와 있는 아날로그 관련 책들을 구입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앰프들은 포노 입력이 없던데 아날로그를 들을 수는 없는 건가요?
뭐 기기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겠지만 앰프에 포노단이 있다면 가능하겠지. 만일 포노단이 없는 앰프라면 별도로 판매되고 있는 포노 앰프, 즉 포노 스테이지를 구입해야만 하겠지.

약간씩 복잡해지는데요? 어떤 포노 스테이지를 선택해야 하나요?
예전 앰프에는 기준이 되는 소스가 아날로그였기 때문에 당연히 포노 스테이지는 포함이 되어 있었어. 하지만 요즘은 아날로그를 하지 않는 이가 많기 때문에 제외되었는데, 단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포노 스테이지가 많고, 또 구입도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돼. 다만 카트리지와의 상관관계를 고려해서 선택을 하는 게 좋겠지.  

그렇다면 카트리지와 포노 스테이지의 관계로 음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모든 스피커나 앰프의 음색이 다르듯이 포노 스테이지도 그 성향이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어. 또 기계적인 증폭 방식도 달라서 매우 다양한 편이야. 시작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우 복잡할 수 있는데 조금만 알아보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기기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음색의 취향을 고려해 보면 선택의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고 할 수 있지.

포노 스테이지도 앰프를 고르듯이 신중히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카트리지를 고려해서 선택을 해야 하니 더욱 어려울 것 같군요. 기계적으로만 놓고 보면 아날로그의 어느 부분이 음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나요?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나는 아날로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카트리지라고 생각해. 가장 맨 처음 음을 만들어내는 시작점이거든. 그렇다고 턴테이블이나 톤암이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야. 이제 너도 이미 알다시피 오디오 시스템이란 게 서로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잖아? 무엇하나 소홀이 하면 안 되거든. 특히 아날로그에 있어서 카트리지가 제일 중요하지만 이것을 움직여주는 톤암, 그리고 음반을 돌려주는 턴테이블도 매우 중요하지.

카트리지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던데 이것들은 각각 음질이 많이 다른 편인가요?
카트리지의 음질은 가격을 떠나서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어. 무척 다양하고도 오묘한 음색을 만들어내지. 그래서 자신의 취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거야. 가령 성악을 중점적으로 듣는다면 거기에 맞는 카트리지가 있고 현악을 많이 듣는다면 그에 적합한 카트리지가 있으니까 신중한 선택이 필요해.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마. 입문에 적당한 올라운드 카트리지도 제법 많으니까.

그렇다면 포노 스테이지가 있다는 가정 하에 턴테이블과 톤암, 그리고 카트리지만 있으면 아날로그를 즐길 수 있는 건가요?
기본적으로는 이런 구성이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 여기에 약간 추가를 한다면 아날로그 세팅에 필요한 도구들이 필요해. 수평계, 침압을 맞출 수 있는 저울, 오버행 게이지, 그리고 몇 가지 계측기들이 필요하지. 이것들을 한 번에 모두 갖추기보다는 처음에는 오디오숍이나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서 설치를 하거나 배워두는 게 좋아. 그러다가 점차 직접 세팅을 하거나 오류를 수정할 수 있을 때 구입을 한다면 좋겠지.

아날로그를 운용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아날로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관리라는 부분이야. 게으르거나 기계를 두려워한다면 아날로그를 제대로 즐길 수 없어. 아무리 허접한 턴테이블과 싸구려 카트리지를 통해서도 세팅만 제대로 해준다면 제법 훌륭한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 반대로 아무리 비싼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라도 세팅이 엉망이라면, 그 재생음은 들어보나 마나야. 그리고 참고로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이란 게 오류가 많으니까 신중해야 하고.

선배님은 그래서 아날로그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으시는군요. 선배님만의 관리 방법을 알려주시지요.
특별한 관리 방법은 없고 나는 정기적으로 세팅을 다시 한다는 점이야. 차분한 마음으로 무슨 종교의식을 치르듯이 신중하게 세팅을 하는 편이야. 우선 턴테이블의 수평을 맞추고 침압도 다시 체크하고 오버행과 아지무스도 맞추고, 그리고 안티스케이팅과 회전속도도 체크를 하지. 이런 작업을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하는 편이야.

아날로그를 즐긴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숙련된 기술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날로그는 어려운 숙제일 것도 같지만 알아가는 즐거움을 줄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도 선배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후배가 돌아간 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 나에게 아날로그는 신앙과도 같은 존재다. 내가 어릴 적 처음으로 들었던 아날로그가 준 기쁨을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후로 아날로그는 나에게 음악에 대한, 소리에 대한 기준점을 만들어 주었으며 지금까지도 무한한 행복을 주는 나만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나는 이 후배가 디지털 재생음이 음악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서 또 한명의 아날로그 신봉자가 탄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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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10월호 -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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