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로 즐기는 므라빈스키의 눈부신 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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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질로 즐기는 므라빈스키의 눈부신 명연
  • 김문부
  • 승인 2013.09.01 00:00
  • 2013년 9월호 (49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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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다이내믹 레인지를 선사한다. 클래스A 앰프들에게는 엄청난 열을 선사하고, 대형 우퍼들은 말 그대로 튀어나올 것 같은 형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최고조로 달아오른 무대의 열기, 숨죽인 채 흥분된 관객들의 묘한 공기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합을 맞추고 있다는 단원들의 자부심, 시크한 표정으로 단원들을 몰아치는 지휘자의 모습 등이 눈앞에서 그려지고, 그 뜨거운 온도감과 상상력에 동화되어 간다. 한층 달아오른 기분 덕분에 클라이맥스 악장을 한 번 더 울려본다. 한없이 열정적이고 뜨거운 경험. 이것이 오디오에 빠질 수밖에 없는 묘미일 것인데, 이 지휘자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런 느낌은 더욱 강렬해진다. 완전 연소와 폭풍 질주를 가장 통쾌하게 설명하는 지휘자, 므라빈스키, 바로 그의 음악이다. 므라빈스키의 질주를 극한으로 경험하려면 65년의 모스코바 실황 음반(Melodiya)이 제격.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에서 '이 정도까지 달려버려도 되는 걸까. 단원들은 그야말로 죽어나겠구나!' 하는 연민(?)까지 선사한다. 다소 과감한 해석이지만, 또 굉장히 개성 있기에 자주 즐겨 찾는 음반이기도 하다. 차이코프스키의 4-6번 교향곡도 므라빈스키의 필청 앨범인데, 러시아의 향토적 색깔과 레닌그라드 특유의 화력과 집중력을 가장 눈부시게 전달해준다. 빠른 악장에서의 질주력도 상당한데,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이 정도로 집중력 있게 내달릴 수 있는 것은 역시 므라빈스키의 장악력일 것이다. 특히 레닌그라드만의 독특한 금관의 느낌은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잘 살아나는데, 점진적으로 무대에 차오르는 그 소리의 폭발은 한 번쯤 꼭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몇 안 되는 스튜디오 녹음이라는 점. 므라빈스키의 쇼스타코비치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 전곡을 모두 녹음하지 못했지만, 쇼스타코비치의 많은 곡들을 초연했을 만큼 그들의 인연과 해석은 각별하다. 이번에 소개할 음반 역시 그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쇼스타코비치 5번, 그 중에서도 1973년 녹음이다. 사실 이 음반은 한동안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웠다. 많은 이들에게 명반으로 소개되지만, 구하지 못한다는 절망감은 개인적으로도 참 괴로운 일. 더구나 음질까지 최상이라고 하니 소유욕은 더해간다. 중고 숍을 기웃거려도 소량으로 풀렸던 것인지, 찾기가 쉽지 않았던 음반. 어찌되었든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알투스의 음반들이 대거 재발매되었기 때문. 더구나 고음질의 HQCD로 출시되었으니, 오디오 애호가라면 더 더욱 들어볼 만한 음반이 될 것이다. 므라빈스키가 남긴 가장 좋은 음질의 쇼스타코비치 5번. 많은 이들에게 알투스(Altus) 레이블을 각인시켜준 그 음반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므라빈스키의 쇼스타코비치 5번은 몇 가지 녹음으로 출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열약한 음질로 남아 있고, 빛나는 금관의 절경을 마음 놓고 즐기기에는 무언가 아쉬웠던 것도 사실. 그래서 알투스의 도쿄 실황 녹음은 더 그 가치를 더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악장 후 끝나는 기침 소리에 실황을 깨닫게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한마디로 실황임에도 굉장히 우수한 음질을 선사한다는 것. 물론 그 음질에 대한 대가인지, 알투스 레이블은 항상 톱 프라이스를 고수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HQCD로 출시했음에도, 기존 가격과 별 차이는 없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명반으로 추앙받는 음반이기에,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것도 우스울 듯하다. 이미 많은 개성 있는 지휘의 명반들이 대거 존재하는 쇼스타코비치 5번이고, 므라빈스키의 이 음반 역시 그 중심에 놓여 있다. 4악장의 화끈한 질주를 경험하게 하는 번스타인의 59년 녹음, 공산주의의 강렬한 에너지를 품어낸 콘드라신의 64년 녹음.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해석을 들려주는 하이팅크의 녹음 등 모두 각자의 색깔들이 확연히 드러나는 그런 음반들이다. 므라빈스키의 해석은 차이코프스키에서의 연주처럼 다이내믹의 완급 조절이 일품이며, 점진적으로 피치를 올려가는 그 통쾌함은 다른 지휘의 음반들과는 비교 불가이다. 단순히 질주한다는 느낌이 아닌, 오히려 초고도로 집중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덕분에 공연 중 이렇게 숨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연주하는 단원도, 그리고 감상하는 관객도 잔뜩 긴장하여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므라빈스키의 지휘는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들어낸다. 곡이 끝나고서야 그 얌전한 일본인들이 일거에 함성을 지르는 것이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므라빈스키를 좋아하고, 쇼스타코비치의 대표 교향곡을 듣고자 하고, 대편성의 고음질 음반을 원한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 음반이다. _글 김문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예프게니 므라빈스키(지휘)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Altus ALTHQ002연주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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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9월호 -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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