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H Model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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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H Model Three
  • 김남
  • 승인 2024.02.06 16:55
  • 2024년 02월호 (61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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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현대의 만남, 깊은 우아함이 다가오다

이런 스피커를 보면 우선 기분이 좋다. 아마 중년이 지난 남성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뭐 좀 촌스럽잖아’ 한다면 아주 젊은 세대일 것이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마음의 안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며, 편안해지고 마치 고향의 시골집이라도 보는 듯한 느낌, 시골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타임 슬립처럼 잠시 10년이나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지금의 스피커들은 마치 첨단 산업 제품처럼 화려하고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런 세상에서 이런 빈티지풍의 스피커도 변함없이 주인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실로 놀랍다.

1957년에 출범한 KLH는 창립자 중 한 사람인 헨리 클로스(Henry Kloss)가 선보였던 어쿠스틱 서스펜션 설계가 특징인 모델 5를 1968년에 소개했고, 출시 즉시 일약 명기 대접을 받았다. 지금도 그 제품은 전설적인 스피커로 불리며 컬렉션 대상으로 귀물 대접을 받고 있으며, 2021년에는 리바이벌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시청기 모델 3은 그 다음 출시된 제품으로 현재 KLH의 2번째 어쿠스틱 서스펜션 디자인 스피커이며 이 계열의 종손이다. 그만큼 그 역사성도 방대하기 짝이 없다. 북셀프 스피커로 분류되어 있지만 소형기로 보기에는 다소 큰 편이고, 대형기와 맞짱 떠도 좋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는데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저음 확장이 좋기 때문이다. 거기에 놀라운 중·저음 디테일, 정확한 고음도 첨가된다. 그래서 흔히 ‘오디오 애호가 여러분, 이 콤팩트 시스템의 소리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라는 구호가 곁들여지기도 하고, 고품질의 사운드를 추구하는 사람들, 또 빈티지한 미국식 스피커 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기도 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시청기는 복고풍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구식이라기보다는 시대를 초월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시청기는 물론 1960년대 제품을 그대로 복각한 것은 아니다. 모델 5를 기반으로, 그 당시에는 없었던 현대 기술, 부품 및 재료로 업데이트한 신기종이다. 그냥 옛 명기니까 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 얼마 전 몬트리올 오디오 쇼에서 첫 선을 보였을 때도 정통 오디오 마니아들의 갈채를 받고 화제 만발이었다. 이 생명력은 단순히 빈티지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고 성능의 우수성 때문인 것이 확실히 증명된 것이다.

시청기의 핵심 기술인 어쿠스틱 서스펜션 설계는 1954년 AR 스피커에서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지만, 3년 후 헨리 클로스와 다른 두 명의 AR 창립자들은 따로 KLH를 설립, 자체 스피커에 어쿠스틱 서스펜션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유지하면서 이를 새로운 스피커에 통합, 대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오디오의 역사는 보통 기업 못잖게 파란만장하다. 그런 것을 알고 제품을 들으면 훨씬 듣는 맛이 배가된다.

모델 5와 모델 3은 약간 다르긴 해도 비슷하다. 임피던스는 6Ω이며, 둘 다 동일하게 1인치 알루미늄 돔 트위터를 사용하고, 펄프-페이퍼 콘 우퍼를 사용한다. 그리고 3/4인치 MDF로 제작된 구조적으로 강화된 캐비닛, 5방향 금도금 바인딩 포스트, 3단계의 ‘어쿠스틱 밸런스 컨트롤’ 기능을 적용했다.

어쿠스틱 밸런스 컨트롤은 캐비닛 뒷면에 있는데, 이 기능은 사용자가 직접 실내 음향에 맞게 이 스피커의 400Hz 이상의 출력 레벨을 조정할 수 있다. 써 갈수록 이런 조정에 익숙해지면 소리의 품질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런 제품은 느긋하게 보수적으로 음악에 잠기고 싶은 애호가들에게 적절하다. 감쇄량은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HI는 기본 위치이자 0dB, MID는 400Hz 이상에서 -1.5dB, LO는 400Hz 이상에서 -3.0dB이며, 넓은 주파수 범위에 걸쳐 있기 때문에 처음과 전혀 다른 음색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점이 이 스피커의 덕목이다. 좀 어둑하게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델 3의 우퍼는 모델 5의 10인치에 비해 작은 8인치 사이즈. 하지만 모델 5와 모델 3의 주요 차이점은 모델 5에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있다는 것. 그래도 모델 3은 3웨이가 아닌 2웨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델 5의 네트워크 회로보다 단순하지 않으며, 부품 숫자도 비슷하다. 작아도 그만큼 내부가 충실하다는 증거다. 캐비닛도 서아프리카 마호가니, 잉글리시 월넛 마감 두 가지로 동일하고, 그릴도 스톤워시 리넨, 올드 월드 리넨, 현무암 블랙 니트 세 가지가 동일하게 준비되어 있다. 전용 스탠드도 동일하게 갖춰져 있는데, 모델 3의 스탠드는 8° 경사져 있고, 모델 5의 스탠드는 5° 경사져 있어 다르다. 이 경사진 스탠드와 무늬목의 패턴, 리넨 그릴 덕분에 마치 고급 가구처럼 보인다.

모델 3은 최소 8시간 동안 적당한 볼륨으로 에이징을 하라는 것이 주의 사항이며, 가장 큰 스피커와 맞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해외 리뷰가 많다. 시청해 보니 청량하면서도 약간 빈티지풍의 음감, 펀치력,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며 감싸는 음감이 감회 깊다. 예전에 한 번 KLH 스피커를 써 봤는데 그 때보다 확실히 더 좋아졌다. 빈티지의 깊은 우아함이 다가온다. 그런 생명력이야말로 음악에서, 그리고 오디오 제품에서 유감없이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가격 198만원(스탠드 포함)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어쿠스틱 서스펜션  
사용유닛 우퍼 20.3cm 펄프 페이퍼 콘, 트위터 2.5cm 알루미늄 돔
재생주파수대역 46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600Hz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임피던스 6Ω, 3.7Ω(최소)  
권장앰프출력 30-150W  
파워핸들링 150W  
크기(WHD) 31.1×48.2×26.7cm 
무게 13.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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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2월호 - 6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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