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ers & Wilkins 803 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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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ers & Wilkins 803 D4
  • 김남
  • 승인 2024.01.10 11:12
  • 2024년 01월호 (61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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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D4 시리즈의 매력을 알차게 담아 놓다

근래 출간된 독일 저서 <이토록 재밌는 음악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통계가 나와 있다. 가장 비싼 피아노는 년 100여 대를 생산하는 ‘파치올리’이며 가격은 15만 유로(2년 전 가격)이고 가문비나무 200그루 중에서 단 1그루의 목재만을 골라 사용한다니 놀랍다. 스타인웨이는 년 1500여 대, 야마하는 10만여 대를 만든다. 피아노는 한 번 구입하면 상당 기간 사용하는데도 매년 이렇게 많이 팔린다는 사실이 놀랍다. 3천 종류의 음반이 있는 곡은 ‘Yesterday’, 그런데 ‘Summer Time’은 4만 개라고 한다.

오디오 제품은 그런 식으로 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대강 추정하는 전문가들은 많은 것 같다. 영국에서 스피커를 가장 많이 만드는 제작사는? 이 질문에 가정용 보급형 스피커가 아닌 정통 고급 스피커로 통계를 내자면 단연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B&W)가 그 답이 될 것이다. 정식으로 숫자를 밝히고 있지는 않아도 그 모델의 다양함,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을 보면 가장 많이 팔리며 최고급 제품부터 저렴한 보급형까지 두루 만들고 있는 스피커 왕국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B&W에서 사실상 간판 노릇을 하는 기종은 800 시리즈이다. 초기의 801을 모르는 오디오 애호가는 없을 터인데, 그 801 이후 800 시리즈의 여러 기종은 변화를 거듭했으며, 수많은 동사의 고급기들은 800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벗어나지 않고 발매되고 있다. 그 수많은 800 시리즈 중에서도 현재 B&W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800 D4 시리즈야말로 성능이나 품격, 만듦새 등 모든 부문에서 B&W의 오늘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800 시리즈는 상당히 복잡하다. 현재 800 D4 시리즈는 마치 종합 대학같이 단과 대학, 또 각 전공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플래그십인 801 D4부터 시작, 802 D4, 803 D4, 804 D4, 805 D4 등 세밀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있고, 시그니처 시리즈로 801 D4 시그니처와 805 D4 시그니처가 최근 소개되었는데, 미묘하게 모두 차이점이 있다. 그걸 죄다 설명하려면 한나절이 걸릴 것이다. 거기다 여러 가지 센터 스피커와 서브우퍼도 있다.

시청기 803 D4는 800 D4 시리즈 중 스탠더드 격 디자인 중 가장 작은 크기로, 그렇게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면서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기 가장 알맞은 사이즈. 물론 가격도 알맞은 것은 아니지만, 요새 스피커 가격을 생각하면 타당한 금액이라 생각된다.

궁극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생체 모방 서스펜션 기술이 적용된 5인치 컨티늄(Continuum) 미드레인지, 7인치 더블 에어로포일(Aerofoil) 콘 우퍼로 구성된 803 D4는 B&W의 기술력을 응집한 스피커로 이 제작사의 표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다. 또한 체구 면에서 다소 사이즈가 작긴 해도 일반적인 시청 공간에서는 거치의 편리함 때문에 오히려 더 유리한데, 그럼에도 이보다도 한 단계 윗길로 상당히 고가인 801 D4와 802 D4의 형태와 성능을 빼다 박아 놓아서 그 성능은 거의 대등하다. 그래서 철저한 음질 추구와 최고 성능을 실감할 수 있도록 진화된 이 시리즈의 실용기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 다른 제작사에서 만들었다면 당연히 플래그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그러면서도 뛰어난 공간 재현력과 손에 잡힐 듯한 실체감 있는 사운드로 녹음 공간의 공기감을 느낄 수 있는 정확성을 갖추면서도 고급스러운 질감과 리얼한 음색 표현이 현격히 향상되었다는 해외 리뷰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수작이다.

다만 시청기는 주파수 응답에서 저역이 19Hz까지인데 반해 상위 모델은 15Hz(801 D4), 17Hz(802 D4)다. 그러니 그 차이가 상당한 가격 차이인 셈이다. 이 초저역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면, 그리고 그 차이점이 사실 보통 사용자에게는 별로 감지되지도 않고 다만 제작하는 엔지니어들의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시해 버려도 좋은 수치에 불과한 것이다.

외관부터 적용 기술들을 따져 보면, 디자인은 상급기와 동일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머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트위터 아래 마치 잘 익은 호박 형상의 터빈 헤드(Turbine Head)가 있으면 이 제작사의 제품으로는 고급기이고, 하위 시리즈에는 그냥 상투처럼 꼭대기에 트위터만 배치(Tweeter-on-Top)되어 있다. 803 D4는 터빈 헤드를 탑재한 제품 중 가장 막내 모델이기도 한데, 이 터빈 헤드의 품격은 거치되고 바라보면서 점차 그 품격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D4가 되면서 이 터빈 헤드 아래의 알루미늄 상판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되었고, 트위터 쳄버 길이가 더욱 길어졌다. 그 외에 인클로저는 리버스 랩 캐비닛, 향상된 매트릭스 구조, 알루미늄 베이스 포드 등 상급기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인클로저의 고상함, 만듦새도 물론 동일하다.

시청기를 클라세 델타 프리·파워 앰프로 매칭해 본다. 첫 번째 감동은 육중, 장엄함이 시청실을 휘감는다는 것. 압도적인 그 중후함으로 대편성의 총 합주를 마치 마장 마술 경기처럼 가볍게 뛰어넘는다. 커튼을 들추니 화려한 왕궁이 전면에 등장하는 듯한 감동도 밀려온다. 부드러우면서도 출중한 해상력, 가슴 깊은 곳에서 스며 나오는 듯한 타이스 명상, 달빛이 드리운 창가의 감동, 이 시청기에서 그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문제가 있겠다. 


가격 3,80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Flowport)  
사용유닛 우퍼(2) 18cm 에어로포일 콘, 미드레인지 13cm 컨티늄 콘 FST, 트위터 2.5cm 다이아몬드 돔
재생주파수대역 19Hz-28kHz(±3dB)  
출력음압레벨 90dB/2.83V/m   
임피던스 8Ω   
권장앰프출력 50-500W  
크기(WHD) 35.7×116.5×51.1cm 
무게 62.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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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1월호 - 6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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