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Laboratory preEnd · Pentode Platinum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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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Laboratory preEnd · Pentode Platinum Limited
  • 정재천(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아음오디오 대표)
  • 승인 2024.01.10 10:35
  • 2024년 01월호 (61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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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있는 사운드, 트랜스 프리·파워 앰프에 해답이 있다

이연구소(Lee Laboratory)가 소리의 정점을 찾은 것 같다. 42년의 세월을 진공관 앰프 제작에 헌신한 이광수 소장의 탐구가 퇴적암과 같이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여 새로운 설계의 펜토드(Pentode)를 선보였다. 이 파워 앰프의 부품 배치는 기존 모델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앰프의 상부 패널을 금색으로 변경하고 케이스와 트랜스 색상을 진회색으로 통일해 좀더 화려하면서도 무게감이 있다. 내부 회로 구성도 최상위 모델답게 많은 개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인터스테이지의 개선으로 음질을 매우 높였고, 각 단의 보정 회로나 부가 회로가 전혀 없고, 또한 음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회로가 없기 때문에, 왜곡 없이 악기의 사실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매우 큰 특징이다. 결국 이 커다란 특징들을 바탕으로, ‘엣지 있는 소리’를 내는 프리·파워 분리형 앰프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완성되었다.

몇 년에 걸쳐 이연구소의 트랜스 프리와 펜토드 파워를 들어본 필자는 이 기기의 소릿결을 웬만큼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새로 단장한 펜토드 파워 앰프에서는 색다른 소리를 느낄 수 있어 놀랐다.

파워 앰프를 트랜스 결합 회로로 구성하면 진공관 증폭단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부가되는 커플링과 저항과 같은 수동 소자도 대폭 없앨 수 있다. 이 회로의 가장 큰 장점은 소리의 찌그러짐을 나타내는 왜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또한 넓은 주파수 대역을 평탄하게 재생할 수 있다. 물론 트랜스 설계와 제작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초기 앰프에 트랜스 결합 방식의 회로가 사용되다가 고품질의 커플링 콘덴서가 출시되자 곧 모습을 감춘 것은 소리의 표정은 풍부하나 중·고역 위주의 재생음 때문이었다. 웬만한 실력으로는 이 트랜스 결합단의 저역 주파수 감쇄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42년 노포의 실력이 트랜스 결합 앰프에서 광대역의 제대로 된 소리가 나게 했다.

수년 전 처음 이 앰프의 초기 모델로 음악을 들었을 때, 소리가 찰지고 쫄깃하다고 느꼈다. 음반으로 들었음에도 라이브의 질감이 온전히 살아 있어 마치 잘 익은 찰옥수수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패티킴의 초우’가 대형 턴테이블을 통해 재생되었을 때 내 머릿속을 헤집은 것은 LP의 스크래치까지도 반가웠던 소릿결이었다. 디지털 음원에서는 미처 찾지 못했던 정겨움과 가슴이 짠해지는 느낌까지 전해온 소리였다. 펜토드 파워 앰프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작년 5월 부산에서 ‘파도소리 오디오 동호회’ 회원들과 청음회도 가졌다. 모두들 ‘역시 이연구소 앰프!’라는 찬사를 쏟아 냈다.

그리고 이번에 프리엔드(preEnd) 프리앰프와 펜토드 플래티넘 리미티드(Pentode Platinum Limited) 파워 앰프를 리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우선 프리엔드와 펜토드 플래티넘 리미티드의 기술적 특징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프리엔드다. 오렌지색 전면 패널에는 전원 스위치와 볼륨, 그리고 좌·우 밸런스 조작용 노브가 위치해 단출하다. 그러나 후면에는 4개의 입력 단자와 3개의 출력 단자가 커플링 콘덴서와 코일에 직결되었다. 애호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찾아 출력 단자를 바꿔가며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커플링 출력단과 파워 앰프를 연결했을 때 좀더 부드러운 소리를 즐길 수 있었는데, 코일 단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커패시터의 소리가 더 달콤했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뽑아내는 성악을 주로 듣는 오디오 애호가라면 단연 코일 단에 인터 케이블을 연결해야 할 것 같다. 앰프 뒷면에 설치된 출력 선택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전환하면 완전 밸런스된 600Ω의 출력이 파워 앰프로 전환된다. 프리앰프의 밸런스 출력은 파워 앰프에 600Ω용 밸런스 입력 트랜스가 달려 있어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저 임피던스 전송은 방송국이나 대형 공연장의 프로용 앰프에 사용하는 기술로 트랜스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므로 경험 있는 제작자가 아니고는 전 주파수 대역에서 고른 신호 전환이 가능한 트랜스를 제작할 수 없다. 최고의 MC 카트리지의 하나인 고에츠의 경우도 아버지에서 아들로 코일 감는 기술이 전수되었지만 3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전 세계적으로 좋은 특성을 가진 코일 생산자가 많지 않은 이유다.

다음으로 펜토드 플래티넘 리미티드 파워 앰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파라 푸시풀 파워 앰프는 EL34 출력관 4개에서 실효 출력 70W를 뽑아낸다. 언젠가 ‘왜 파라 PP를 고집하는가’를 이광수 소장에게 물었더니 ‘요즈음 스피커의 음압이 낮아, 작은 출력의 앰프로는 소리의 질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출력관을 병렬로 연결해 높은 출력을 얻는 파라 PP를 구현하려면 전원 트랜스, 출력 트랜스, 초크 코일 모두의 용량이 커져야 한다. 모노블록 펜토드 하나의 무게가 상당한 이유다.

이번에 펜토드의 버전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바뀌면서 상판과 옆판의 색상과 재료가 모두 바뀌었다. 오렌지색 진공관 히터의 불빛이 금색 상판에 반사되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든 조명을 끄고 이 앰프를 바라보면 옛날 얘기가 스멀스멀 기억의 저장고에서 불려 나온다. 진공관 앰프가 심미적 대상이 되는 순간이다. 피셔 디스카우의 겨울 나그네 CD를 올리고 편안히 소파에 기대어 좌우 각 여섯 개의 진공관이 연출하는 빛의 향연은 앰프의 금색 상부 패널에서 더욱 증폭되어 듣는 이를 만족시킬 것 같다.

필자는 프리엔드와 펜토드 조합을 통해 여러 스피커를 구동해 보았다. 부산 영도 입구의 ‘동방주소’에 있는 알텍 A5와 탄노이 오토그라프, JBL DD67000이 클래식과 재즈, 팝을 재생할 때는 스피커에 따라 음악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읽고 들을 수 있었다. 대형 스피커 위주의 청취에서 공간감이 강조된 윤곽이 큰 소리를 느꼈다면, 중·소형 스피커에서는 어떠한 소리가 날까?

소구경 동축 유닛과 패시브 우퍼로 구성된 탄노이의 스피커를 울려보았다. 날씬한 아가씨의 새초롬한 소리가 들린다. 임선혜가 부르는 모차르트의 ‘환호하라, 기뻐하라(K.165)’를 들어본다. 앙상블의 현악 파트와 소프라노의 고음이 잘 어우러진다. 소구경 스피커의 용도가 다시 정의되는 순간이다. 12인치 우퍼를 가진 JBL 3웨이 스피커로 바꿔본다. 배음에 깔리는 첼로와 바이올린 소리가 한층 풍부한 표정을 갖추면서 임선혜의 목소리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좋은 앰프란 스피커의 표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라는 어느 애호가의 정의가 꼭 들어맞는 조합이다.

이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조합의 가격대는 입문기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성능으로 비교할 때 ‘0’이 하나쯤 더해져도 될 것 같다. 트랜스 프리의 참맛을 즐겼으면 하는 오디오 선배의 배려가 제작 원가에 다름없는 가격표를 이 명품 조합에 붙여 놓았다.

이연구소 앰프 제조 기술의 정점에 있는 트랜스 프리와 모노블록 파워 앰프는 애호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기본적인 기능과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마니아를 신나게 하고 들뜨게 하는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번에 출시된 개정본 분리형 앰프 세트에 붙은 ‘리미티드’라는 형명은, 기존과는 다른 최고의 앰프라는 노장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이제 잘 내려진 에스프레소 커피에 적당한 온도의 우유를 붓고, 크림으로 모양을 낸, 그 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럽고, 적당한 온도감까지 더해진 모닝 커피와 같은 앰프 세트를 즐길 시간이 되었다. 


preEnd
가격 400만원   구성 트랜스포머 프리앰프   사용 진공관 5687/E182CC×2, 6X4×1   아날로그 입력 RCA×3, XLR×1   아날로그 출력 RCA×2, XLR×1   주파수 응답 10Hz-60kHz(-0.5dB)   입력 임피던스 600Ω   출력 임피던스 600Ω   S/N비 95dB   게인  2.8배

Pentode Platinum Limited
가격 550만원   구성 모노블록   사용 진공관 6CA7/EL34×4, 12AU7/ECC82×1, 6SN7/CV181×1   실효 출력 70W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입력 임피던스 250㏀(RCA), 600Ω(XLR)   출력 임피던스 4, 8Ω   S/N비 90dB   주파수 응답 30Hz-22kHz(-0.5dB)   크기(WHD) 31×21×35m   무게 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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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1월호 - 6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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