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 Yoshino EAR Phono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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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 Yoshino EAR Phonobox
  • 김문부 기자
  • 승인 2024.01.10 10:06
  • 2024년 01월호 (61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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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드 파라비치니의 아날로그 세계, 포노박스에 담아내다

오디오 업계에는 전설적인 엔지니어들이 꾸준히 언급되는데, 역시 이들 브랜드의 수장, 팀 드 파라비치니를 빼놓을 수 없다. 정말 그가 남긴 수많은 명작들은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는데,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설계 능력 등은 그야말로 최고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른 브랜드의 메인 개발자로도 해결사 역할을 멋지게 해내며,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성 좋은 제품들을 꾸준히 탄생시켜 왔는데, 그의 손길이 닿은 제품들을 단순 나열만 해도 한참을 적어 내려야 겨우 끝날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도 그와 만나 몇 번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말 주변은 없었지만, 그의 진공관 앰프와 아날로그에 대한 애정은 정말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다른 명 엔지니어들처럼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만들어낸 제품들은 여전히 현역기로 살아 숨 쉬고 있다. EAR 요시노(Yoshino)의 포노 앰프 명작, EAR 포노박스(Phonobox)를 소개한다.

EAR의 포노 앰프 중 가장 히트작이자 스테디셀러라면 역시 834P라고 할 수 있는데, 포노박스(Phonobox)는 비교적 최근 새롭게 소개된 제품으로, 그 흥행성을 이어가려는 느낌이다. 기존 834P MM 버전, MC 버전, 그리고 MM과 MC를 통합한 디럭스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이번 포노박스는 이런 834P를 대체하기 위해 탄생한 새로운 세대의 포노 모델이다. 크기(WHD)도 18×6.5×28.5cm로 기존 14×10.5×32.5cm의 섀시 크기와는 제법 차이를 보인다. 가로는 넓어졌고, 높이는 더 낮아진 모습인데, 이번 포노박스가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디자인은 언제 보아도 예술이다. EAR 특유의 그 거울 같은 외관은 정말 빛이 나는데, 단순할 수밖에 없는 포노 앰프 디자인에서 이런 고급미를 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금빛 노브는 멋진 대비를 보여주는데, EAR 대부분의 제품이 이런 크롬 & 골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물론 크롬 패시아 버전 이외에도 진중한 블랙 마감도 소개되고 있다. 전면은 전원 버튼과 볼륨 노브가 심플하게 부착되었고, 영국 헌팅던에서 생산되었다는 문구가 제법 큼지막하게 수놓아져 있다.

내부는 사실 기존작과 같은 레이아웃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내부를 열어놓고 보면 제법 다르다. 이번 포노박스를 위해 설계도를 새롭게 그려놓은 모습인데, 역시 회로의 효율과 부품 간섭의 최적화에 한층 더 신경 쓴 느낌이다. 전작과 비교해보면 수직으로 박혀 있던 진공관이 벽면 회로에 가로로 부착되었고, 또 벽면에 부착되었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바닥에 세팅되어 있었다. 물론 알프스 블루벨벳 볼륨이나 전원부와 진공관 부를 좌·우 긴 벽면으로 분리시킨 것은 기존작과 동일하다. 팀 드 파라비치니답게 하이파이 쪽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13D16 진공관 3개를 메인으로 채택했다. 여러 진공관을 실험하면서, 최적화된 13D16 진공관 찾아냈을 때의 파라비치니의 무뚝뚝한 미소가 보이는 듯하다. 물론 ECC83과도 호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역시 기발한 진공관 선택, 심플하지만 직관적인 내부 디자인, 그리고 내구성을 위한 단순한 구조 등 팀 드 파라비치니 특유의 설계 능력이 잘 살아 있는 제품이다. 후면을 보면 아날로그 출력단과 입력단이 좌·우로 나뉘어 있고, 접지 및 MM·MC 선택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실제 사운드를 들어보면, 역시 정숙성과 깨끗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진공관 포노 앰프들의 고질적인 노이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귀를 한참을 가져다 붙여도 특유의 불쾌함을 찾아낼 수 없다. 얼마나 내부적으로 설계가 잘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인데, 팀 드 파라비치니가 항상 강조하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설계, 짧은 신호 경로, 부품 간 간섭 배제 등 그 핵심들이 잘 녹아들었기에 가능한 퀄러티이다. 또한 NFB 설계에 RIAA 커브 보정까지 착실히 이뤄냈으며, 내부에는 20dB 증폭 게인의 MC 승압 트랜스가 내장되어 있어 저출력 MC 카트리지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834P가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정말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로 살아남았는데, 이제 새로운 포노박스가 그 역사를 완벽히 이어 받았다. 다음 세대의 EAR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가격 360만원(Chrome Facia)   
사용 진공관 13D16×3   
최대 출력 22V, 14V(Volume Control)   
노이즈 -80dB   
입력 감도 2.2mV(MM), 0.22mV(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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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4년 01월호 - 6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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