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arma Elegance dB1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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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rma Elegance dB11-S
  • 김남
  • 승인 2023.12.07 18:42
  • 2023년 12월호 (61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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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감탄, 초 하이엔드 스피커 카르마를 만나다

국산 영화는 라스트 신이 인상적인 작품이 거의 없다. 그래도 그중 대표적인 영화로 1990년대의 대히트작 <쉬리>를 꼽을 수 있겠다. 사랑했던 여인이 죽은 후 그 유품을 가지고 제주도의 한 요양원으로 가서 그녀의 동생과 나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한석규의 등 뒤로 거대하게 펼쳐지는 바다, 그리고 애절하게 울리는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 잠시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 스피커에서 첫 곡이 울리자마자 문득 그런 거대한 바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크지 않은 일반적인 스타일의 스피커인데, 이런 체적에서 그 거대한 바다가 나타나는 것이다. 극장 사운드의 진수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스피커가 본 시청기이다.

세계 스피커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네덜란드의 카르마는 현재 세계 최고가의 스피커를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플래그십 시리즈 이니그마 베이론(Enigma Veyron)의 EV-1D는 10억대에 육박하는데, 덩치도 크고 초호화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8발이나 들어가는 등 비현실적인 환상적 기종이기 때문에 시청기가 속한 엘레강스 시리즈 정도에서 그나마 평정심을 가질 수 있을 듯싶고, 플래그십 시리즈의 가격을 훑다가 시청기의 가격을 보니 그나마 매우 싸다!

이니그마 베이론(Enigma Veyron), 익스큐짓(Exquisite), 엘레강스(Elegance) 3가지 시리즈 중에서 시청기는 3번째 시리즈인 엘레강스 시리즈의 톱 기종인데, 이 기종 역시 남다르다.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보통 애호가들이 숍에서 한 번 듣고 가더라도 한동안 자신의 시스템을 들을 수 없을 듯하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운드를 선사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샤를르 판 외스테룸(Charles van Oosterum)이라는 엔지니어에 의해 동사가 설립되었는데, 오늘날 카르마는 오랜 노하우를 갈고 닦아 스피커뿐 아니라 앰프와 각종 케이블까지 생산하고 있는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비교적 대중적인 가격대의 소형기도 제작했지만 지금은 고가 정책의 약점을 감수하고 모두 고가 시리즈만을 중점적으로 생산, 보통 애호가들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카르마(Kharma)라는 명칭은 좀 괴이하다. 인과응보라는 뜻의 불교적인 단어다. 하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인생철학이겠다. 동사에서는 이렇게 훌륭한 소리를 내 주면 그 대가 역시 훌륭하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 같다. 소리를 울려 보니 역시 다르다. 정조 왕 시절, 조선의 서생 박지원은 평생 조선 반도 만을 보고 살다가 사절 일행에 끼어 처음으로 중국 대륙으로 들어가자 요동의 광활한 벌판을 만나면서 너무 감탄, 시원하게 한 판 울고 싶구나 라는 절절한 감회를 그의 기행문 열하일기에 남겼는데, 시청기 역시 좁은 조선 반도에서 마치 거대한 광야로 나간 듯한 환각을 주기 충분하다. 도대체 카르마만의 독특한 음색, 그 노하우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이제는 동사의 상징이었던 세라믹 우퍼를 사용하지 않는데, 시청기의 트위터는 1인치 베릴륨, 중역은 7인치 사이즈의 동사 개발품 오메가 7 드라이버, 2개의 11인치 우퍼는 알루미늄 재질이다. 그중 자체 개발한 오메가 7 드라이버가 특색 있는데, 진동판은 ‘Ultra High Modulus’ 카본 섬유를 베이스로 제작되었고, 또한 탄소 소재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유한 요소 분석으로 콘의 모양을 최적화했다. 아마 여기에 노하우의 상당 부분이 들어 있는 듯하다.

덩치는 상급 기종이 그러하듯 안 길이가 좌우 길이보다 거의 2갑절 깊다. 뛰어나고 미려한 인테리어 감각도 있어서 보기만 해도 ‘아, 호화롭구나!’를 연발하게 되는데, 이 캐비닛 역시 소재가 특별하다. ‘Kharma Bullet Proof Laminate’라는 특수 코팅 처리된 초고압 라미네이트로, 이 소재는 과거에 사용된 기술에 비해 강성을 대폭 높이는 동시에 코팅 및 완충 기능을 통해 마지막 공명 흔적을 제거하는 것이 특징. 또한 다이내믹 변환기라는 장치를 적용, 사운드 재생에 있어 최고치를 제공한다는 설명.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개선,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이전에 달성하지 못한 수준의 우수성을 달성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시청은 용산 전자랜드에 위치한 ‘SELekt’에서 진행되었는데, 물건이 물건인 만큼 매칭 앰프도 고가의 제품을 동원했다. 버메스터 808 MK5 프리·909 파워 앰프, 소스기기는 더 메모리 플레이어와 MSB 테크놀로지 더 레퍼런스 DAC를 동원했는데, 들을수록 첫 소감과 동일하다. 절벽 위에서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는 정경, 맑고 하염없이 깊은 바다 바람, 그 바다의 냄새 같은 감회만 남는다. 자잘한 소감 따위는 불필요하다. 깊은 감회와 동경을 남긴 시스템이며, 왜 이렇게 새로운 오디오 기종이 개발되어야 하는가 라는 회의를 느끼는 분이라 할지라도 이런 제품에서는 쉽사리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기종이다. 


가격 1억40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27.9cm 알루미늄, 미드레인지 17.7cm 카르마 오메가 7, 트위터 2.5cm 트루 베릴륨
재생주파수대역 21Hz-30kHz
출력음압레벨 89dB/2.83V/m   
임피던스 4Ω   
크기(WHD) 46.9×128.8×79.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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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12월호 - 6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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