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하우징은 확실히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시각적으로 오는 따듯한 감성도 기분 좋지만, 여기서 터져 나오는 그 진득한 울림은 확실히 플라스틱이나 금속 소재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헤드폰 쪽에서도 이 우드 하우징으로 유명한 회사가 몇몇 생각나는데,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 역시 자신만의 세계를 확실히 구축해 놓은 곳이다. 특히 이들은 우드의 여러 소재들을 실험적으로 활용하여, 음색적인 튜닝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특유의 맛과 멋을 멋지게 실현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악기의 우드 소재가 변하면 소리가 변하듯, 헤드폰 역시 우드 재료에 따라 음색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기 마련인데, 이들의 장기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이들은 비단 헤드폰에만 하우징의 마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카트리지에서도 그 멋진 장기를 완성해낸다. 특히 모든 것이 수작업. 이제는 몇 안 남은 장인 정신을 우선시 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1953년의 첫 출범 이후 꾸준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곳, 바로 그라도(Grado)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라도의 라인업은 모두 특색 있다. 당연히 디자인적 포인트가 모두 다르고, 사운드 튜닝 역시 제법 차이를 두고 있다. 이들의 우드 역사라면 1994년에 첫 선을 보인 마호가니 소재부터 시작되는데, 스테이트먼트와 레퍼런스, 리미티드 에디션 등 꽤 높은 비중으로 다양한 소재의 우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그라도의 베스트 우드 라인업 중 하나로 큰 사랑을 받은 제품으로, 바로 레퍼런스 시리즈의 RS2x 모델이다.
모델명에 x가 추가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전작 RS2e의 버전업 제품이다. 몇 번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라도의 새로운 x 시리즈는 그야말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그라도만의 감성을 충족시키면서도 튜닝적인 면에서 최적의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 4세대 유닛이 워낙 완성도 있게 잘 나왔지만, 그에 맞게 파트너들을 모두 개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RS2x 역시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그레이드 자체가 한 단계 더 상승한 듯한 변화를 보여준다.
전작과는 하우징만 봐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전에는 그라도의 아이콘과 같았던 마호가니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메이플과 헴프를 결합한 구성이다. 메이플 속에 헴프를 포개놓은 모습인데, 실제 쿠션을 벗기고 보면 굉장히 특색 있다. 참고로 RS1x은 무려 3가지 소재를 조합했는데, 메이플과 헴프에 더하여 코코볼로 소재까지 더했다. 쿠션은 L 패드를 적용했는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패드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스펙은 전작과 큰 차이가 없기도 한데, 주파수 응답은 14Hz-28kHz, 임피던스는 38Ω, 감도는 99.8dB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자기 회로, 보이스 코일, 다이어프램 등 핵심들이 44mm 4세대 유닛에 맞게 모두 재구성되었고, 헤드 밴드 및 케이블 등 따지고 보면 변화점이 제법 많은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RS2x의 매력은 사운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드 특유의 진득한 울림을 중심으로, 그라도 특유의 과감함이 멋지게 충족된다. 물론 상위 모델 RS1x 윤기 나는 그 특유의 색채감과는 조금 다르지만, 좀더 냉철하고 고음의 화사함이 좋은 RS2x 쪽도 굉장히 매력 있다. 결이 느껴지는 듯한 그 중음의 매력은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메이플과 헴프를 타고 흐르는 그 묘한 울림은 또 다른 특색으로 다가온다. 우드 하우징 제품들이 모니터적으로 음 하나하나를 분석적으로 울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음악을 음악답게 표현해주는 그 특유의 감수성은 기기 이상의 매력을 들려준다. 역시 그라도의 제품은 각 라인업별로 한 모델씩을 갖추고 싶을 정도로, 그 매력도 사운드도 모두 다른 것이 각별하다. RS2x가 왜 그라도의 베스트 우드 제품으로 거론되는지 알게 하는 사운드이다.
가격 99만3천원
구성 오픈형
주파수 응답 14Hz-28kHz
감도 99.8dB
임피던스 38Ω
쿠션 L 쿠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