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ern Electric Type 9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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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ern Electric Type 91E
  • 장현태
  • 승인 2023.11.10 14:56
  • 2023년 11월호 (61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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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B 진공관의 전설이 인티앰프로 다시 시작되다

진공관에 관심이 있는 하이파이 마니아라면 웨스턴 일렉트릭 브랜드를 한 번은 접했을 것이다. 그만큼 역사와 전통을 지닌 미국 브랜드이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출력관으로 불리는 WE 300B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독보적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특히 WE 300B는 1930년대 빈티지 최고의 명기로 불리는 WE 91A 앰프에서 사용된 이후 여전히 높은 가치와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웨스턴 일렉트릭은 1869년 그레이 & 바튼 회사로 시작으로 AT&T 산하에 있는 등 많은 변화를 거쳐 1995년 찰스 G. 화이트너가 인수한 뒤 1997년에 WE 300B 진공관을 다시 부활시켰다. 지금은 조지아 주 로스빌에 설립된 최신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완벽하게 올드 소재의 선별과 오리지널 생산 공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첨단 수소 환원 오븐 설비까지 완비한 생산 라인을 구축해 본격적으로 진공관과 앰프들을 선보이고 있다. 필자는 독일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WE Type 91E 앰프를 접해 보고 한국 상륙을 기다려 왔는데, 드디어 리뷰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WE 300B 출력관은 본지에서 별도로 리뷰할 예정이며, 이번에는 WE Type 91E 인티앰프에 집중해 살펴보겠다.

첫 번째로 91E 앰프의 콘셉트와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 91E는 파워 앰프가 아닌 인티앰프로 만들어졌는데, 무려 10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모델이다. 올드 모델인 91A의 음색과 사운드 스타일은 유지시키면서도 SCS 특허 기술과 같은 최신 회로를 접목해 300B로는 가장 큰 20W(4·8Ω, THD 10% 기준) 출력을 가진 앰프로 완성시켰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 재현이라는 강한 의지와 함께 파워 앰프가 아닌 인티앰프 한 대에 WE 300B 사운드의 진수를 제대로 담았다.

두 번째, 외관 디자인과 돋보이는 다기능으로 무장했다. 디자인 콘셉트는 WE 300B 출력관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유리관이 씌워진 WE 300B 출력관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며, WE 사의 ECC81 진공관과 출력 트랜스포머만 상판에 심플하게 배치했다. 블랙, 니켈, 샴페인의 세 가지 마감으로 선택 가능한 케이스는 양쪽 손잡이 타입이며, 전면 패널에는 LCD를 채용해 현대적인 스타일을 접목했다. 전원을 켜면 30초 워밍업과 바이어스 컨트롤 30초를 거쳐 웨스턴 일렉트릭 로고 표출 후 동작된다. 그리고 전면 LCD를 통해 VU 미터가 기본 표출되며, 리모컨을 통해 입력 레벨, 밸런스, 디스플레이 밝기 조절도 가능하다. 사용된 볼륨은 스텝 로그 어테뉴에이터 방식으로 래더 저항 방식과 릴레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텝을 엔코더 처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 후 LCD에 표출한다. 다양한 입·출력도 갖추었는데, 입력은 4개의 RCA 라인 입력과 MM, MC 모두 지원하는 포노단과 포노 로드 단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출력은 라인 및 REC로 구성했다. 그리고 포노 로드 단자에 옵션 1202A 포노 터미네이션 플러그를 사용해 카트리지 임피던스를 맞출 수 있다. 이밖에도 블루투스를 4.2 버전으로 지원하며 aptX도 지원하고 있어 고음질을 보장하고 있다.

세 번째, 독보적인 바이어스 컨트롤 및 혁신적인 회로 방식이다. 고전적인 300B 회로와는 차별화된 SCS(Steered Current Source) 특허 기술이 돋보이는 설계다. SCS 기술의 핵심은 자동 바이어스 방식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전원을 켤 때마다 바이어스를 컨트롤하는 방식이다. 동작 방법은 출력관의 플레이트 공급 전압과 캐소드 전류를 3개의 P채널 FET로 통제해 캐소드 공칭 저항 값을 조정하고, 플레이트 전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하게 바이어스 전류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이다. 일반적인 싱글 엔디드 회로에서 사용되는 고정 바이어스 방식 및 대용량 캐소드 바이어스 저항과는 차원이 다른 회로다.

네 번째, 새로운 방식의 트랜스포머들을 사용했다. 전원 트랜스포머는 대부분 진공관 앰프들이 사용하는 EI 타입과 차별화해 내부에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장착했다. 그리고 출력 트랜스포머는 임피던스 고정형의 싱글 임피던스 트랜스포머를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임피던스별로 탭을 내어 제작하는 것과 달리 단일 임피던스 타입으로 되어 있고, 낮은 권선 커패시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출력 트랜스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며, 제품 주문 시 사용하는 스피커 임피던스에 맞추는 주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WE만의 액세서리 제공도 기억할 만하다. ECC81 진공관을 위한 쉽게 구하기 힘든 9핀 타입 핀 교정기와 300B 출력관 교체 시 사용되는 WE 로고가 새겨진 스패너 도구가 특별한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앰프 박스에 별도로 들어 있는 오동나무 박스에 포장된 WE 300B 출력관은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시청을 위해 보컬 곡으로 그리그의 리트 중 ‘슬픈 나날’을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의 목소리로 청취해 보았는데, 우선 소름 끼치는 고역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 연속적으로 울림이 많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목소리 톤은 감성적으로 전달되었고, 300B 특유의 매력적인 고역 울림이 잘 표현되었다. 느긋하면서 차분한 보컬에 매료되기 충분했고, 피아노 반주의 투명함도 돋보였다.

실내악은 비탈리의 샤콘느를 이다 헨델의 바이올린 연주로 선곡했는데, 내장 MC 포노단을 사용해 LP로 청취해 보았다. 선율에서 이다 헨델의 거칠고 섬세한 바이올린 활 표현력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바이올린 연주에 빠져들게 했고, 곡의 비장함과 그녀의 화려한 연주가 사운드에 잘 표현되었다. 소출력 싱글 앰프지만 스테이지를 제법 넓게 표현했는데, 포노단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편성 곡으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을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피아노와 폴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 보았다. 피아노의 몰입도가 좋았고, 활력 넘치고 적극적인 건반의 터치도 느껴졌다. WE 300B의 장점인 피아노의 투명하고 선명한 전달력을 91E 앰프는 잘 반영해 주었다. 오케스트라는 적당한 스테이지를 만들었고, 각 파트는 단정하고 정돈된 사운드였다.

이번 리뷰는 완전한 WE 300B 사운드의 진수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가장 장점은 역시 웨스턴 일렉트릭의 명성에 걸맞은 가장 최고의 WE 300B 사운드를 맘껏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며, 역시 여성 소프라노 목소리와 피아노, 바이올린의 질감 표현력들은 어떤 진공관 앰프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단아하고 견고한 저역 재생 능력에서 과거 경험했던 91B 오리지널 앰프의 고전적 컬러도 느낄 수 있었고, 중·고역 톤은 적당한 두께로 입혀 놓은 느낌이다. 그동안 수많은 300B 싱글 앰프들을 접해 왔었는데, 다시 태어난 91E는 WE 300B 출력관 고유의 성향을 제대로 반영해 WE 300B 싱글 엔디드 앰프의 저력을 실감하게 했다. 오리지널의 중요성과 함께 WE 300B 출력관을 사용한 싱글 엔디드의 진수를 들려주는 91E 인티앰프는 당분간 어떤 다른 300B 싱글 엔디드 앰프들과는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황제의 자리를 유지할 것 같다. 


가격 2,500만원   
사용 진공관 WE 300B×2, WE ECC81×2   
실효 출력 20W(4/8Ω, THD 10%), 16W(4/8Ω, THD 5%), 14W(4/8Ω, THD 3%)
아날로그 입력 RCA×4  
포노 입력 지원(MM/MC)   
라인 아웃 지원   
프리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15Hz-32kHz(-3dB), 30Hz-20kHz(Phono, ±0.5dB)
블루투스 지원(Ver4.2/aptX·AAC)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8×28×38cm   
무게 2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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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11월호 - 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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