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phase A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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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phase AC-6
  • 장현태
  • 승인 2023.10.11 18:10
  • 2023년 10월호 (61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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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페이즈 사운드 개성이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MC 카트리지

레트로 열풍과 LP의 부활이 이 정도까지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요즈음 LP들의 음질을 살펴보면 신보들과 리마스터링된 리이슈 LP들이 대부분 고음질로 제작되는데, 이에 따라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고성능 LP 재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음질 LP 시대에 부합되는 고급 턴테이블과 고성능 카트리지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과거에는 카트리지가 왜 이렇게 고가인지 이해를 못하는 마니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카트리지 성능과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고급 카트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카트리지 강국으로 불리며 우리에게도 인기 높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아큐페이즈는 1979년 AC-1을 선보였던 만큼 카트리지 분야에서 40여 년 역사를 가진 명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선보였던 C-47 포노 앰프를 통해 아날로그 소스 재생기로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 받아 아날로그 전문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된 시기라 새로운 카트리지의 등장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잠시 아큐페이즈 카트리지의 역사와 세대별 소재의 변화를 살펴보겠는데, 첫 모델은 1979년 베릴륨 코어에 마그네슘 합금 커버의 캔틸레버를 사용한 AC-1을 시작으로, 1980년 사파이어를 캔틸레버에 사용한 AC-2, 1983년 베릴륨 코어에 붕소 튜브 캔틸레버를 채용한 AC-3, 2010년 베이스에 백랍 소재를 적용해 진동 대책에 특별히 신경을 썼던 AC-5까지 선보였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소개된 AC-6은 특히 AC-6는 그동안의 경험들과 새로운 소재들이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 개발되었는데,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로 재생 주파수는 10Hz에서 50kHz로, 최근 고급 카트리지가 추구하는 넓은 대역 재생 능력을 반영했다. AC-5의 경우도 가청주파수 중심이었던 점을 고려해 보면 상당한 고성능 카트리지를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베이스와 바디를 살펴보면, 베이스는 가볍고 강성이 높은 티타늄 소재를 압출 후 가공했으며, 바디는 알루미늄 재질에 브랜드 컬러인 골드 아노다이징으로 마감되어 고급스러운 외관을 보여 주고 있다.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스타일러스와 캔틸레버다. 스타일러스 팁은 세미 라인 콘택트 스타일의 3㎛×30㎛ 사이즈로, 진폭과 그루브 진행 방향에서 정확한 트래킹과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그리고 스타일러스의 진동 전달의 핵심인 캔틸레버 소재는 0.3mm 지름의 퓨어 붕소로 제작되었는데, AC-3부터 사용해 왔고 고급 카트리지에서 가장 선호하는 소재다. 특히 캔틸레버는 움직이는 진동 에너지를 코일에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로, 손실이 없고 전파 속도가 빨라야 되기 때문에 소재가 중요한데, 붕소는 베릴륨보다 빠르고 다이아몬드에 가까운 전파 속도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MC 방식에서 중요한 자기회로에는 N50 등급의 강력한 네오디뮴 자석과 지름 50㎛의 OFC 코일은 사용했다. 카트리지의 임피던스는 1.8Ω으로 매우 낮은 임피던스 특성으로 완성시켰다. 그리고 출력 레벨은 세대가 바뀔수록 점점 높아져 5세대인 AC-6는 0.4mV으로 완성되었다. 이는 카트리지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레벨을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작지 않은 레벨이다. 이 밖에도 터미널 핀은 로듐으로 도금했고, 무게는 13.5g이며 트래킹 포스는 1.9-2.2g으로 표준적이다. 참고로 카트리지 케이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완성도에 신경 쓴 골드 아노다이징 처리된 원형 알루미늄 케이스는 동사 앰프의 노브를 형상화해 제품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보인다.

보컬 곡으로 앤 비송이 부른 ‘Wake Up!’을 선곡해 보았는데, 그녀의 목소리의 청명함과 개방감이 상당히 돋보였다. 힘 있고 적극적인 스타일이며, 과장된 이펙트 없는 깔끔한 레코딩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해 줬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음의 표현력이 다이내믹을 유지하면서 깔끔하게 전개되었다. 피아노 반주는 둔탁함 없이 명료하게 연주되어 건반 터치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었고, 각 악기들도 또렷하고 생동감이 부족하지 않았다. 더블 베이스는 그녀의 목소리 주변을 제대로 감싸 주며, 재즈적인 분위기에서의 공간 표현력과 스튜디오 공간의 동시 녹음 스타일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독주 곡으로 J.S.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BWV 1004 중 ‘Chaconne’를 나탄 밀슈타인의 DG 초반으로 들어 보았다. 좋은 카트리지를 만날 때 가장 돋보이는 악기는 바이올린이다. 그만큼 고유의 질감과 거친 활의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기 때문인데, 밀슈타인 연주 특유의 거친 스타일의 활 질감과 느린 부분에서의 부드러움이 공존해 유난히 바이올린 톤의 세련된 표현력이 돋보였다.

바이올린 곡을 추가로 선곡해 보았는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마리아 두에나스의 바이올린 협연과 만프레드 호넥이 지휘한 빈 심포니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바이올린 톤은 거칠지 않으며, 밀도가 느껴졌다. 대역이 제법 넓게 표현되었고,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스피커 공간을 유지하면서 그 사이즈를 그대로 유지해 주었다. 1악장의 화려한 카덴차에서 더욱 과감히 만날 수 있는 비브라토가 절제된 그녀의 연주 스타일을 착색 없이 깔끔하고 정확히 전달해 주었다.

대편성 곡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중 3악장을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2019년 5월 녹음을 다이렉트 커팅 방식으로 제작한 LP로 선곡해 보았다. 마스터링 없이 고스란히 악기 사운드가 담긴 다이렉트 컷 특유의 녹음답게 카트리지의 컬러와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대편성 곡에서 다이내믹이 제대로 표현되었고, 조금은 느긋하게 느껴지는 템포도 있지만, 완급 조절이 강조된 역동적인 3악장 스타일이 만족스럽게 재생되었다. 무엇보다 다이렉트 컷 특유의 직관적인 사운드 스타일을 적극적이고 개방감이 좋은 사운드 스타일로 들려주었고, 이와 함께 스테레오 패닝 효과가 극대화된 공간 표현력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

사운드를 정리해 보면, 고급 MC 카트리지로 갈수록 꼭 확인하는 부분은 대편성에서의 분해력과 스테이지의 크기다. 아큐페이즈 AC-6은 이런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 다이내믹은 살아 있었고, 지나친 해상력이나 불필요한 중역의 부풀림 없이 잘 정돈된 사운드다. 저역은 두께감이 있으며 덩어리감이 있고, 고역은 화려함보다는 단아했으며, 밀도와 질감을 중심으로 LP 소스 고유의 음역을 가득 채워 주는 스타일이었다. 한마디로 음악성이 돋보이며, 아큐페이즈 사운드 개성이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AC-6만의 사운드를 전달해 주었다. AC-6은 고급 MC 카트리지가 전달해 주는 다이내믹이 뛰어난 성향과 음악성이 잘 반영된 아날로그 사운드가 장점이다. 고급 카트리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새로운 카트리지를 고민한다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가격 450만원   
카트리지 타입 MC   
주파수 응답 10Hz-50kHz   
출력 전압 0.4mV
임피던스 1.8Ω   
추천 트래킹 포스 1.9-2.2g   
채널 밸런스 0.5dB 이내   
채널 분리도 30dB 이상
스타일러스 세미 라인 콘택트 타입   
캔틸레버 솔리드 보론, 0.3mm   
마그넷 네오디뮴 N50
코일 OFC, 50㎛   
무게 13.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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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10월호 - 6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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