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30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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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300B
  • 김편
  • 승인 2023.10.11 17:52
  • 2023년 10월호 (61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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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ube 출범을 알린 진공관 명작을 만나다

지금까지 진공관은 러시아나 미국, 중국, 일본 등 몇몇 국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국내에도 진공관 앰프 제작사가 여럿 있지만 그 앰프에 꽂히는 진공관은 백이면 백 외국 것이었다. 필자 역시 몇 년 째 국산 300B 싱글 파워 앰프를 쓰면서 두 차례 진공관을 바꿔 끼었는데, 모두 러시아에 공장을 둔 미국 진공관이었다.

하지만 이제 판이 완전 뒤집어졌다. 대한민국 진공관 앰프 및 케이블 제작사 올닉(Allnic)이 수년 동안의 R&D를 거쳐 직접 진공관을 제작한 것이다. 처음 나온 것은 이번 시청기인 300B이지만 앞으로도 Ed, Eb, WE252A, PX25, DA30 같은 역사적인 직열 3극관 명관을 업그레이드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의 시청실에 도착한 올닉 300B 페어는 보기에도 근사했다. 박스 디자인부터 고급스러웠고, 안에서 꺼낸 진공관은 영롱함 그 자체였다. 자세히 보니 진공관 내부의 필라멘트 행어나 그리드 지지대도 기존 300B와는 크게 달랐다. 올닉의 스테레오 파워 앰프 A-1500에 꽂으니 제짝을 만난 것 같다.

잘 아시겠지만 300B는 애호가들로부터 거의 황태자 대접을 받는 역사적인 진공관. 필라멘트가 직접 가열돼 전자를 방출하는 직열 방식의 3극관으로, 출력은 싱글로 쓸 경우 10W 내외로 높지 않지만 특유의 청아하고 투명하며 깨끗한 소리가 있어서 국내외에 마니아들이 많다.

스펙을 확인해보니 올닉 300B는 전압 증폭률(뮤)이 3.8, 전류 증폭률(gm)이 5.0mA/V, 내부 저항(Rp)이 770Ω을 보인다. 확실히 3극관답게 내부 저항이 1㏀이 안 될 정도로 낮다. 플레이트 손실은 40W, 플레이트 전압은 450V, 플레이트 전류는 고정 바이어스 방식일 때 70mA, 자동 바이어스일 때 100mA를 보인다. 필라멘트 히팅 전압은 5V.

본격 청음에 앞서 박강수 올닉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올닉 300B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가만히 앉아서 소리만 듣기에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올닉 300B는 기존 300B와 크게 3가지가 달랐다. 먼저, 그리드 지지대(Grid Pole) 구조를 창문 틀 모양의 프레임 그리드(Frame Grid)로 바꿔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를 없앴다. 그리드 폴은 음악 신호가 흐르는 그리드 전깃줄이 나선 모양으로 감기는 2개의 지지대인데, 기존 진공관은 이 지지대가 나홀로 선 구조여서 미세하게 진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올닉 300B는 폴 자체의 굵기를 늘리고, 가로 막대를 위·가운데·아래 3개를 더해 훨씬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필라멘트 행어(Filament Hanger) 개선이다. 300B 상단에는 플레이트 안쪽에 숨어 있는 필라멘트를 위에서 걸어주는 행어들이 있는데, 올닉에서는 이 행어와 필라멘트 접점 부위에서 열 손실이 일어나 음이 왜곡되는 점(End-loss)이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필라멘트가 자신을 달궈 전자를 방출하는 만큼 특정 부위만 덜 뜨거워지면, 이는 곧 음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래서 올닉에서는 행어 자체를 열 차단에 효과적인 물질로 만들고, 접점 부위를 특수 물질로 코팅해 엔드-로스를 없앴다.

세 번째는 필라멘트의 전자 방출과 관련된 개선이다. 일반적으로 직열 3극관은 니켈 필라멘트의 전자 방출을 위해 바륨, 스트론튬, 칼슘 등의 물질을 필라멘트에 코팅하는데, 이 때 니트로글리세린을 접착제로 활용한다. 이에 비해 올닉 300B는 니트로글리세린 외에 전기 도금(Electrophoretic Oxide Coating)으로 이들 물질을 필라멘트에 균일하게 코팅, 더 리니어하고 파워풀한 증폭이 이뤄지도록 했다.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한 올닉 300B 진공관 시청에는 올닉의 스테레오 파워 앰프 A-1500을 비롯해, 올닉의 프리앰프 L-8500 OTL/OCL, 드보어 피델리티의 오랑우탄 O/96 스피커를 동원했다. 올닉 A-1500은 초단 및 드라이브관으로 복합관 ECL805를 채널당 1개씩 투입해, 300B 싱글 구동으로 12.5W 출력을 낸다.

먼저 장사익의 ‘대전블루스’를 들어보면 음 하나하나가 견고하기 짝이 없다. 음수와 배음, 정보량, 이 모든 것이 대폭 늘었다는 인상. 이에 비하면 기존에 듣던 300B는 얇고 약하고 묽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S/N비. 장사익과 반주 악기만이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칠흑 우주에 박힌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몸에 소름이 돋는 이유다.

소니 롤린스 앨범 <Way Out West>에 실린 명곡 ‘I'm An Old Cowhand’는 2가지 점이 놀라웠다. 하나는 안 그래도 저역 퍼포먼스가 좋았던 올닉 A-1500 앰프가 더 단단하고 풍성한 저음을 냈다는 것. 덕분에 300B의 장기인 중·고음까지 더욱 잡티 하나 없이 들렸다. 또 하나는 무대에 등장한 각 악기들의 이미지가 무척이나 선명하고 깨끗해졌다는 것. 경험상 솔리드 앰프로 이 맛을 느끼기는 그리 쉽지 않다.

앤드류 데이비스가 지휘하고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12.5W라는 출력에서 이게 가능할까 싶을 만큼 스케일 큰 무대를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300B 특유의 고졸한 맛은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맞다. 이날 올닉 300B로 들은 위풍당당 행진곡은 필자의 시청실을 펑펑 울렸던 그 찰지고 호방한 사운드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정리해보면 올닉 300B는 기존에 쓰던 300B에 비해 입자가 촘촘하고 S/N비가 아주 높았다. 음 자체가 견고해진 점도 눈에 확 띈다. 프레임 그리드 구조로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를 줄이고, 열 차단 물질로 행어를 만들어 리니어리티를 높이고, 필라멘트 전기 도금으로 다이내믹스를 늘린 결과다. 필자는 이번 리뷰가 끝나자마자 올닉 300B 페어를 도입했다. K-Tube 출범을 알린 이 명작을 그냥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시청을 권해드린다.


가격 200만원(2개)   
플레이트 손실 40W   
플레이트 공급 전압 450V   
플레이트 전류 70mA(고정 바이어스), 100mA(자동 바이어스)
필라멘트 등급 5V(전압), 1.2A(전류)   
내부 저항 770Ω   
앰플리케이션 팩터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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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10월호 - 6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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