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 Blade One M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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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F Blade One Meta
  • 김남
  • 승인 2023.09.08 18:04
  • 2023년 09월호 (61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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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F의 상징과도 같은 예술적인 스피커

이 특이한 스피커는 마치 맑은 산간 계곡물로 깨끗이 헹궈 낸 것 같은 싱싱한 소리를 들려주며, 유리판 위 먼지를 티슈로 쓰윽 닦아 낸 듯하다. 그렇게 맑다. 그리고 고역부터 저역에 이르기까지 소리가 일사불란하다. 평상시 음의 분해도나 해상도 같은 것을 체크하기 위해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스위스 군의 행군’을 듣는데, 이 스피커는 일제히 진군하는 기병대의 말발굽 소리가 뒤섞이지 않고 정갈한 머리카락처럼 바람에 휘날린다. 악기의 소리 외에 일체의 잔향 같은 것이 끼어들지 못한다. 이런 체험은 상당히 진기하다. 대부분 고가 스피커라 해도 음장감을 돋우기 위해 다소의 과장이 끼어들지만 시청기는 악기 그 자체의 소리에만 핀 포인트를 둔 듯하다.

기술의 KEF라는 명성대로 이 제작사는 그동안 상당히 실험적인 수많은 명기를 선보였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따로 상부에 올리고 사각형의 통에 수납해 놓은 107(107/2) 기종은 80-90년대 당시 대표적인 명기였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는데, B&W 801과 유사한 형태이면서 감도에 비해 앰프 매칭이 보다 손쉬워 소출력 진공관 앰프에서도 상쾌하며 농염한 소리를 들려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그 스피커를 지금까지 사용했어도 되었는데…, 그런 철 지난 회한이 솟기도 한다.

동사에서 플래그십 스피커로 블레이드(Blade) 시리즈를 선보인 것이 10여 년 전. 유명 조각가의 조각품에서 영감을 받았고, 뉴욕 ECCO 디자인의 에릭 찬과의 협업으로 이런 놀라운 인클로저가 탄생했다. 블레이드라는 단어 자체가 날개깃, 칼날을 뜻하는데, 이 기종들은 그야말로 손바닥을 세워 격파를 하려는 듯한 파격적인 모양새이다. 더구나 전면에는 중·고음을 재생하는 동축 드라이버 Uni-Q만 배치했고, 양 옆으로 우퍼를 2개씩, 그것도 밑이 아닌 중간에 장착한 모습도 파격적이다. 그동안 사이드 우퍼는 한쪽 면에만 거치했던 것이 스피커의 상식이었는데, 이 시리즈는 모두 쌍을 이뤄 양 측면에 배치되었으니 이 발상이 놀랍다. 사소하면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발상인 셈이다. 이제 통의 양 옆에 쌍으로 우퍼를 배치한 기종이 연이어 등장할지 모르겠다. 특허가 걸려 있다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동사에서는 이를 싱글 소스 기술이라 칭하는데, 저역, 중역, 고역 주파수가 한 지점에서 방사되는 포인트 소스의 이상적인 음향의 재현하기 하기 위한 것이라 소개하고 있다.

시청기 블레이드 원 메타는 이 시리즈의 플래그십 제품이며, 블레이드라는 이름 뒤에 메타라는 명칭이 붙은 개량 기종이다. 시청기보다 우퍼 사이즈가 약간 작은 하위 기종인 블레이드 투 메타도 있다. 메타는 MAT(Metamaterial Absorption Technology - 메타물질 흡수 기술)을 적용했다는 의미로, 이는 Uni-Q 드라이버 후면에 설치되는 디스크 형태의 부품이며, 이 디스크의 매우 복잡한 미로와 같은 구조를 통해 유닛 후면에서 발생하는 후면파를 99% 흡수해 왜곡을 제거하고 음의 순도는 높이는 동사의 신기술이다.

블레이드 원 메타는 기본적으로 3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형태이며, 중·고음을 담당하는 12세대 Uni-Q 드라이버가 정면에, 9인치 크기 알루미늄 우퍼 4개는 양 측면에 있다. 임피던스는 4Ω, 감도는 88dB이며, 권장 앰프 출력은 50-400W. 인클로저는 목재가 아니고 합성수지로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다.

KEF의 Uni-Q 드라이버는 자타 공인 KEF의 상징과도 같은 유닛인데, 이 기술은 미드레인지 유닛의 중심부에 트위터를 배치한 스타일로 1988년에 처음 탄생, 당시 C 시리즈에 투입되었다. Uni-Q 드라이버는 그동안 쉬지 않고 개량을 거듭, 이 시청기에 이르러서는 12세대가 되었으니 이것도 기록이라 할 만하다. 이 개량 버전은 미드레인지의 콘과 서라운드가 바뀌었고 내부 모터 시스템(보이스 코일 + 마그넷)도 대폭 개량되었다. 거기에 트위터 갭 댐퍼(Tweeter Gap Damper)를 추가해 미드레인지 콘과 트위터 하우징 사이의 작은 틈에서 발생하는 공진을 줄인 것도 큰 변화점. 메타 버전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메타물질 흡수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또한 트위터 갭 댐퍼를 더욱 개선하고, 텐저린 웨이브가이드에 강화 리브를 적용했으며, 트위터 진동판의 후면 공간을 최적화했다. 미드레인지 모터 시스템 역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는데, 마그넷과 보이스 코일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덕턴스를 줄이기 위해 코퍼 링을 투입했다. 서라운드 역시 진동판이 보다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개선했다. 왜 기술의 KEF라고 하는지는 이 신 버전에 투입되어 있는 기술 자료들을 읽어 봐야 한다. 전문 기술 서적을 만들어도 될 만큼 방대하기 짝이 없다.

해외의 여러 시청기를 취합해 보면, 5극 진공관 앰프와도 궁합이 좋고, 보통 수준의 반도체 앰프는 물론, 출력이 100W 정도만 넘어가면 인티앰프와도 잘 어울린다고 평가되어 있다. 그러나 가격이 고가인 만큼 고가 반도체 앰프를 매칭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별히 매칭이 좋지 않았다는 경우가 없었다. 원래 KEF 제품은 앰프와의 상생이 무난하기로 소문나 있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스피커의 장점인 해상력이 손실되는 경우란 거의 없을 것 같다. 대편성을 들을 때 모든 악기 울림이 구별되는 듯한 쾌감이 이 제품의 특성인 것 같고, 그리고 보컬의 발음이 주는 진기한 감동도 느껴진다. 마치 처음으로 녹음의 원음을 들은 것 같다. 


가격 5,66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4) 22.5cm, Uni-Q(12.5cm·2.5cm)
재생주파수대역 35Hz-35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Hz, 2kHz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임피던스 4Ω   
크기(WHD) 36.3×159×54cm   
무게 57.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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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9월호 - 6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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