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에 일말의 지적 권위도 없는 내가 이런 평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내 방식대로 해석해 보자면, <경기 12 잡가>는 정통 오페라에서 파생된 아리아만을 모은 갈라 콘서트와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이 경기 잡가를 즐기고 발전시킨 계층은 조선 후기 수도권의 신흥 상인 계층이란 말이 있으며, 특히 수도권의 문화적 혜택으로 경기 잡가는 12곡 중 2/3가 춘향가 등 대표 판소리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라 나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경기 잡가 음반은 CD 2장이 양장 하드커버 책자에 담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해 준다. 녹음 자체도 매우 깔끔해서 이전 발매된 명창들의 경기 잡가 CD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스승인 인간문화재 이춘희 명창이 직접 경기 잡가 전곡을 장구 반주했고, 스페셜 트랙으로 경기 12 잡가의 백미로 꼽는 ‘유산가’를 함께 불렀다. 또한 스페셜 트랙의 유산가에 타악 연주자 이민형 씨가 참여했다. 신예 국악인 채수현은 매우 당차고, 시원하고 호탕한 목소리가 청아하게 녹음되어 있어 잡가(雜歌)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이다. 음반사인 고금은 꾸준히 국악 음반을 이렇게 좋은 퀄러티로 만들고 있어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본지 독자 분들도 보컬 테스트용으로 여성 보컬 음반보다 요즘 나오는 국악 음반 한 번은 들어 보시기를 권한다. 의외로 오디오파일용으로 적합한 음반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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