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ode TRV-88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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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ode TRV-88XR
  • 김남
  • 승인 2023.08.10 16:28
  • 2023년 08월호 (61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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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앰프의 윤기와 온기를 정석으로 표현하다

붉은 컬러와 아담한 인테리어로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진공관 앰프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제작사 트라이오드에서 새롭게 내놓은 KT88 진공관 푸시풀 인티앰프 TRV-88XR을 시청기로 만나게 되었다. 트라이오드는 일본의 장인 정신을 보여 주는 오랜 전통의 진공관 앰프 전문 브랜드로, 가격대는 대중적이지만 음질 위주의 설계를 통해 상당한 수준급 소리를 들려줘 인기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은 고가의 반도체 앰프가 많이 있지만 진공관 쪽에서는 그다지 번거롭지 않다. 대중성 있는 범용 제품도 드문 편이다. 물론 일부 호사품도 있긴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진공관 앰프가 왕성한 데 비해 현재 일본 시장에서는 트라이오드가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다소 조용한 편.

사실 진공관 앰프는 회로와 출력관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특별한 명 출력관으로 알려지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신묘한 소리가 울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좀 에이징이 되고 나면 그 차이점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다분히 심리적인 기대가 큰 것이 이 진공관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사소한 차이가 취미의 세계이기도 하니 함부로 왈가불가할 수 없는 세계로 이어진다. 그리고 핸드 메이드 진공관 앰프는 내부를 봐도 단조롭고 회로 역시 수십 년 전에 인용이 끝나 문제라는 것이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으니 오디오 생활에서 가장 마음 편한 기기기 바로 보급형 진공관 앰프라 할 수 있겠다.

시청기 TRV-88XR은 일본 오디오 전문지에서 베스트 바이 기종으로 추천 받은 전작을 더욱 개선한 신작이며, 5극관의 대명사인 KT88 진공관의 힘 있는 구동력과 EL34의 유려한 음색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앰프다. 그리고 음색적으로 너무 가늘지도 두텁지도 거칠지도 않으며 진공관 특유의 온기와 음색적인 질감의 표현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모델이다. 소리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깨끗하고 음장감이 큰 스케일과 오케스트라의 재현에서의 악기의 음색이 매우 사실적이며 요염한 표현을 내주는 것이 특징.

이 제작사의 장점은 트랜스와 회로 부분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런 정석대로 수작업을 한 앰프의 최대 장점은 내구성이 대단하다는 것이 으뜸이다. 나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수작업 제품 한 기종을 사용한 지 25년이 되었지만 트러블 하나 없는데 반도체 앰프는 그에 비해 트러블 빈도가 몇 배 높다. 새삼스럽게 수제 형식 진공관 앰프 장점을 근래 확인한 듯하다.

TRV-88XR은 전작인 TRV-88SER을 버전 업한 제품이다. 외견상 별 차이점이 없어 보이지만 단순한 차이를 넘어서는 여러 가지 손질을 했다. 첫째, 바이어스 미터와 KT88/EL34 전환 스위치를 구비했다. 그래서 이 바이어스 미터를 보면서 간단하게 진공관의 바이어스를 조정할 수 있게 되었고, KT88/EL34 전환 스위치가 추가되어 출력관의 교환이 손쉬워졌다. 동일한 5극관이지만 EL34는 KT88과는 또 다른 소리를 내주는데, 이제 간단히 진공관을 바꾸어 소리의 차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입력 실렉터 전환이 리모컨으로 가능하게 되어 편리성이 향상되었다. 셋째, 스피커 터미널이 기존 제품에서는 6Ω과 8Ω용으로 세분화되어 있었지만 시청기에서는 4-8Ω 대응으로 통일시켰다.

시청기를 먼저 클립쉬 RP-6000F Ⅱ에 연결해 소리를 울려 본다. 이 스피커는 감도가 높고 민감해 소스기기 측정에 적절한데, 그러나 클립쉬의 제품들을 많이 들어 본 경험에 의하면 감도가 높다고 해서 아무 기기와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상당한 유명 기기와도 거부 반응이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봤다. 오디오 제품의 매칭이라는 것은 기종이 달라질 때마다 소리가 달라지니 사실 이보다 더 어려운 세계가 있을까 싶다.

이 두 기종의 매칭에서 가장 강렬하게 체감되는 것은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온몸에 겹쳐지는 활기감이다. 마치 누워 있던 소리를 일으켜 단숨에 세우는 듯한 느낌. 당연히 소리는 생기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면서도 특이하게 매끄럽기 짝이 없다. 현 독주의 진한 매끄러움이 인상적이고 해상도도 높다. 보컬은 쫄깃함이 느껴질 만큼 탄력적이다. 그리고 음장감이 대폭 늘어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만 보통 룸에서는 아주 정밀하고 정성껏 음을 표현하는 정직한 미덕이 있다. 대체적으로 진공관 앰프에 기대하고 있는 윤기와 온기를 정석으로 표현하고 있는 기종이며, 오디오 생활의 기본을 찾으려는 분들에게 적극 권할 수 있는, 양식 있는 대중적 진공관 앰프의 정석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진공관 앰프의 기준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이 기기를 들어 보라고 권할 정도의 모범적인 제품.


가격 350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12AX7×1, 12AU7×2   
실효 출력 35W(8Ω)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MM)×1   
주파수 응답 10Hz-90kHz(-4dB)   
S/N비 90dB   
입력 감도 340mV, 2.5mV(MM)   
입력 임피던스 100㏀, 47㏀(MM)   
바이어스 미터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34.5×18.5×32cm   
무게 1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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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8월호 - 6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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