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 ROSE RS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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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Fi ROSE RS130
  • 코난
  • 승인 2023.06.09 16:52
  • 2023년 06월호 (6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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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음원의 본질을 찾다

마스터 음원

LP로 대변되는 아날로그의 골짜기를 넘어 CD라는 디지털 포맷의 산등성이를 넘어오면 다시 아날로그의 골짜기로 접어든다. 어떤 본질적인 것에 대한 염원은 모든 오디오, 그리고 음악 마니아의 것이어서 종종 잘못된 길로 들어서 허우적거리고는 했다. MP3이 작은 용량과 편의성, 호환성을 주무기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집어삼킬 듯 했지만 음악 시장은 그리 효율적으로만 작동하지 않았다. 더 높은 해상도의 CD 혹은 더 나아가 스튜디오에서 방금 마스터링을 끝낸 마스터 음원을 요구했다. 결국 과거 아날로그 시대 음악은 역시 아날로그 포맷으로 들어야 제 맛임을 알아차린 대중은 LP의 시대로 회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론과 달리 음악을 즐기는 소비층 전체를 더 멀리, 높은 곳에서 조망했을 때 역시 소비 방식의 대세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다. 애플이 아이팟을 들고 나올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이젠 애플 뮤직을 비롯해 스포티파이 같은 공룡들이 엄청난 양의 음원을 온라인에서 서비스 중이다. 여기에 더해 코부즈, 타이달처럼 고해상도의 음원 서비스로 오디오 마니아에게 어필 중인 서비스도 있다. 더불어 국내 멜론, 벅스, 바이브, 그리고 유튜브 뮤직까지 합하면 세상은 모두 온라인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채워졌다고 할 수 있다.

하이엔드로 불러들인 스트리밍

까다로운 입맛의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문제는 온라인 스트리밍의 재생과 셋업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웬만한 일체형 스트리밍 플레이어로는 만족하기 어려워 별도의 DAC와 네트워크 플레이어 또는 수백, 수천만원대 뮤직 서버를 운용하고는 한다. 필자 같은 경우도 별도의 NAS에 수 테라의 음원을 저장해 놓고 전용 ROON 코어를 운용하며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연동시켜 동축 출력으로 DAC와 연결한, 제법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체형을 써 보지 않은 것이 아니며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DAC를 수없이 바꾸어 가면서 완성한 시스템이다.

이렇게 복잡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모두 성능 때문인데, 그중 네트워크 플레이어만 해도 음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전원부는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컴포넌트의 심장이자 음질에 대한 영향이 지대한 부분이다. 단순히 리니어냐 스위칭 전원이냐를 넘어 주변 시그널 패스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해 확실한 절연, 차폐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회로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전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오직 디지털 신호를 받아 디지털로 출력하는 장비가 네트워크 플레이어지만 클록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TCXO, 그리고 OCXO 같은 고정밀 클록을 사용하기도 하며, 더 완벽을 기하는 브랜드는 루비듐 같은 초정밀 클록을 사용하기도 한다. 클록은 무엇보다 전원 및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므로 클록을 플레이어 내부가 아닌 외부의 마스터 클록으로 공급받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있다.

외부로부터 인입되는 디지털 노이즈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이더넷, USB 입력단으로 인입되는 전원 노이즈는 철저한 절연 회로를 통해 격리해야 한다. 물론 이런 회로가 적절히 갖추어져 있는 시스템도 있지만 그냥 적절한 정도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별도의 허브를 사용하기도 하며 내부에 별도의 아이솔레이터를 특주해 설치하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빛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이론 아래 탄생한 것이 바로 옵토 커플러 기술이다.

하이파이 로즈 RS130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이상적인 설계에 대한 조건은 지면 관계상 모두 언급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전원부 설계 및 간섭 최소화, 클록 정밀도 향상, 인입되는 신호를 왜곡하는 노이즈 격리 등에 관한 부분이 최우선인 것만은 분명하다. 거기에 진동 관리까지 포함한다면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아마도 DAC보다 더 설계하기 까다로운 기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도 하드웨어 설계에 관한 부분에 제한한 것이며 소프트웨어, 재생 플랫폼, 사용 편의성, 호환성까지 고려한다면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가 바로 네트워크 플레이어 선정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실제로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 하이파이 로즈가 이 분야에 도전했다. 이미 RS201(A), RS250(A), RS150(B) 등의 DAC 내장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통해 견실한 설계와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는 그들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DAC를 회로에서 배제한 순수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를 출시했다. 바로 이번 리뷰에서 소개하는 제품 RS130이라는 모델이다.

RS130을 커다란 박스에 꺼내자 풀 사이즈의 아름다운 알루미늄 섀시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랙에 설치 후 이더넷 케이블을 넷기어 허브에 연결한 후 USB 오디오 전용 출력단에 MSB Analog DAC를 연결하는 것으로 세팅은 끝났다. 전원을 켜자 15.4인치에 이르는 넓은 디스플레이가 환하게 불빛을 밝힌다. 1920×382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광시야각 터치형 LCD 패널이기에 어느 각도에서 봐도 화질 변화가 거의 없는 또렷한 시인성을 보장한다.

후면에는 다양한 입·출력단이 위치한다. USB 2.0 오디오 전용 출력 및 USB 3.0 단자 두 조 등이 먼저 시선을 빼앗는다. 흥미로운 것은 우측에 마련된 두 개의 독특한 단자다. 다름 아니라 하나는 SFP 이더넷 단자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더넷 전송과 달리 빛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게 규격화된 단자다. 디지털 신호로 끼어들 수 있는 노이즈를 파이버, 즉 광 전송 방식으로 회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자 규격이 다르므로 하이파이 로즈에서는 SFP 이더넷을 보편적인 RJ45 단자로 변환시켜 주는 어댑터를 기본 제공하고 있다. 옆으로 보이는 USB 3.0 단자 또한 파이버 USB 방식으로, USB 메모리나 외장 하드 연결 시 이론적으로 더욱 향상된 사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 동축, AES/EBU 및 광 출력도 빠짐없이 마련해 외부 기기와 호환성을 높이고 있는데, I2S 출력도 보인다. PS 오디오 등 일부 디지털 기기들이 사용하는 전송 방식으로 만일 HDMI로 I2S 입력을 받는 DAC가 있다면 이 연결을 적극 추천한다. 더불어 하이파이 로즈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HDMI 출력단이 마련되어 있어 음악, 유튜브 재생 시 최대 4K 해상도까지 모니터 또는 TV로 재생이 가능하다. 귀는 물론 눈까지 즐거운 ‘보이는 오디오’라는 말이 생각난다.

클록 부분을 살펴보면, 고정밀 OCXO 클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하위 기기들은 TCXO를 사용하며, 훨씬 더 정밀한 클록 신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클록이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클록 특성상 온도 변화가 거의 없는 OCXO의 선택은 칭찬할 만하다. 실제 음질적 완벽을 기하는 데 있어 OCXO 투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 클록에 대해 편집증적인 완벽을 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 음질에 대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한편 본래 클록은 정밀도 향상을 통한 지터 최소화 외에 연결된 디지털 기기들끼리의 클록 동기화가 주요 기능 중 하나다. RS130에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50Ω 및 75Ω 클록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전원부 또한 호화로운 구성이다. 이단 AC 전원과 DC 전원부를 완벽히 독립적으로 설계해 구성해 놓고 있다. 전면에서 보았을 때 중앙의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 좌측에 리니어 AC 전원부, 그리고 우측에 DC 전원부를 배치해 노이즈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깨끗한 DC 전원을 위해 대용량 슈퍼 커패시터를 투입했다. 이외에도 RS130은 하이엔드 기기에서나 볼 법한 여러 음질 향상 기법을 곳곳에 투입하고 있다. 전원부와 신호 처리부 사이의 간섭을 막기 위한 서킷 아이솔레이션, 그리고 퓨즈로 인한 음질적 열화를 없애기 위한 서킷 브레이커 등의 투입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내부의 256GB SSD를 통한 캐싱 방식 재생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청음

하이파이 로즈는 기본적으로 DLNA(UPnP)에 대응하며 블루투스, 에어플레이는 기본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그야말로 성찬이라 할만하다.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같은 대중적인 서비스부터 시작해 코부즈, 타이달은 물론이며 국내 벅스까지 지원한다. 지원 포맷은 최대 PCM 32비트/768kHz, DSD 512까지로 재생 못할 음원이 없다.

참고로 이번 테스트에는 DAC로 MSB의 Analog DAC를 사용했고 USB 전송으로 세팅했다. 프리앰프는 Analog DAC의 옵션 프리앰프부를 사용하고, 파워 앰프인 패스 XA60.5 모노블록으로 최종 증폭하며, 스피커는 락포트 Atria를 활용하는 하이엔드 시스템에서 RS130의 성능을 파악해 보았다.

우선 처음 피아노 소리가 나오면서 이전에 듣던 하이파이 로즈와 레벨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에서 초반 관중의 기침 소리까지 너무 선명하게 들려 조금 놀랐다. 이어 피아노 타건은 기음뿐 아니라 콘서트 현장의 잔향까지도 마치 그 공간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하게 들린다. 하지만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는 매우 평탄하며 모난 곳이 없다. 더불어 대역폭이 굉장히 넓고 생략된 음역으로 인한 답답함이나 두루뭉술한 부분 또한 발견하기 어려웠다.

넓게 펼쳐지는 커버 플로우를 보면서 음악을 듣는 맛은 남다르다. 그리고 그 넓은 커버 플로우만큼이나 녹음 현장 혹은 스튜디오 마스터의 넓은 다이내믹스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예를 들어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The Saga of Harrison Crabfeathers’를 들어 보면 바닥을 기며 포효하는 듯한 베이스가 우렁차며 절대 흩어지면서 뭉개지지 않는다. 낮은 대역의 옥타브 높이를 정확히 포착해 내어 표현해 주는 기민한 모습이다.

약음 표현이나 미세 다이내믹스 부분에서 이 스트리밍 플레이어는 어떤 단점도 찾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같은, 나름 평범해 보이는 팝 음악에서도 이런 점들은 매우 쉽게 포착된다. 본래 녹음의 약음들, 질주하는 리듬감, 그리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이 제대로 표현되면서 음악 듣는 일이 지루할 틈이 없다. 비교해 보면 16비트와 24비트의 차이까지도 매우 생생하게 표현, 비교가 되어 디지털 음원의 민낯은 더욱 크게 대비되기도 한다.

아마도 가장 쉬워 보이면서도 가장 힘든 표현이 피아노 솔로 연주의 녹음, 재생음일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단일 악기의 약음, 어택, 잔향 시간 등 이것들이 모두 확실하게 대비되고 정확한 정보로 전달되어야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감상이 가능해진다. 알리스 사라 오트가 연주한 쇼팽 ‘12 Etudes’에서 어택은 번개처럼 깜짝 놀라게 만들며 흐릿한 잔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마치 카메라에서 포커싱이 정교하게 떨어졌을 때 포착된 사물처럼 건반이 선명한 이미지로 연상된다. 하지만 배경은 적막하다. 내부 클록의 성능이 제대로 소리에 반영된 결과로 추측된다.

디지털, 아날로그를 망라해서 좋은 소스 기기는 프리앰프의 볼륨을 매우 낮추거나 또는 매우 높였을 때 그 민낯을 드러낸다. 프리앰프의 볼륨을 낮추어도 RS130은 소리의 디테일이 뭉개지거나 토널 밸런스가 틀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볼륨을 높여도 너무 공격적이거나 입자가 거칠어져 산만해지는 법이 없다. 예를 들어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을 들어 보면 약음부터 가장 강력한 음표까지 매우 넓은 음폭을 가지고 대비시킨다. 따라서 무대의 전·후 레이어링 및 정위감의 디테일이 살아 꿈틀거리며 현장의 실체감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총평

하이파이 로즈는 현재까지 수많은 메이커가 도전해 왔던 음원 트랜스포트의 기준을 몇 단계고 혁신했다. 유튜브 뮤직을 통한 ‘보이는 오디오’를 필두로 자체 개발 플랫폼과 편리한 어플리케이션은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이슈를 낳고 있으며, 그것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의 편의성, 오락적인 요소를 넘어 이젠 정말 까다로운 입맛의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까지 포섭할 기세라는 점이다. 그 새로운 시작점에 RS130이 있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 도전 끝에 하이파이 로즈는 RS130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만일 중·상급 하이엔드 DAC를 운영 중이라면 당장 RS130을 들어 보라. 숨겨져 있던 마스터 음원의 본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격 520만원   
디스플레이 15.4인치(터치 지원)   
디지털 입력 USB A(3.0)×2, USB 3.0 Fiber, Ethernet SFP
디지털 출력 AES/EBU×1, Optical×1, Coaxial×1, USB A(2.0)×1, HDMI I2S×1
HDMI 출력 지원(3840×2160/60Hz)   
클럭 싱크 입력 50Ω×1, 75Ω×1   
블루투스 지원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Rose Connect Premium)
크기(WHD) 43×12.5×31.7cm   
무게 12kg

61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3년 06월호 - 6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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