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Technica ATH-W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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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Technica ATH-W2022
  • 김문부 기자
  • 승인 2023.05.10 16:34
  • 2023년 05월호 (61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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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오디오 테크니카를 상징하는 가장 역사적인 헤드폰

오디오 제조사에게 있어 기념 모델은 마치 하나의 랜드마크와 같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역사를 이어왔고, 이 특별한 한 해에 가장 공 들인 한정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암묵적인 룰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연혁이 있는 제조사들은 이 기념작 출시에 많은 힘을 쏟는데, 특별함과 더불어 한정판으로 수집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각별하다. 작년 6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맞이하며 가장 특별한 한 해를 보낸 오디오 테크니카(Audio-Technica) 역시 정말 많은 준비를 하여 기념 한정판들을 대거 선보였다. 24비트/96kHz 사양의 고성능 무선 헤드폰 ATH-WB2022, 가장 호화스럽고 특별한 한정 우드 헤드폰 ATH-W2022, 오디오 테크니카의 아날로그 장기가 잘 발휘된 MC 카트리지 AT-MC2022, 아크릴 섀시가 인상적인 한정판 턴테이블 AT-LP2022, 40년만에 복각된 레트로 제품 사운드 버거 AT-SB2022까지 무려 다섯 모델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높은 가격과 호화스러운 마감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헤드폰, 바로 ATH-W2022이다.

하나의 예술품이다. 정말 공들였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 압도적이다. 하우징을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특별한 기념작이 알려준다. 특히 막연히 마감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제조사의 문화와 전통까지 담아내고자 하는 철학이 느껴질 만큼 그 깊이감이 남다르다. 왼쪽 하우징은 4 종류의 벚꽃이 만발해 있고, 오른쪽 하우징에는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벽오동 잎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광택이나 색감, 그리고 화풍은 보면 볼수록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목재 역시 오디오 테크니카의 최초의 우드 모델 ATH-W10VTG를 부활시켜, 그 특별한 미즈메 벚꽃나무를 다시 채용했다. 또한 일본의 전통 공예 마키에 공법과 옻칠을 이용, 지금껏 없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호화롭게 담아냈다. 특히 장인이 모두 수공으로 제작하여 각각의 제품이 모두 다른, 정말 하나밖에 없는 한정판의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명도와 색조가 더 깊어지는 에치젠 마감의 특색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실제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그 묘한 빛깔과 분위기는 꼭 한 번 직관해할 것이다.

이 고급스러운 예술품을 담은 전용 케이스도 특별하다. 상부 뚜껑은 키소 히노키로 마무리되어 정말 유려한 곡선과 마감을 담아내고 있다. 이 특별한 이리모야 스타일의 지붕은 절묘하게 통기 구멍을 내놓은 구조인데, 사실 보관에 대한 안정성과 환경성을 높이는 아이디어이다. 하단은 가죽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 속은 흰 오동나무로 제작, 역시 습도와 방충성을 높이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다. 전용 케이스는 교토산 치리멘 천을 사용하여 포장하고 있는데, 일본 문화를 곳곳에 첨가한 부분은 정말 특색 있다. 참고로 패키지마저도 전통적인 에치젠 종이를 이용한 슬리브를 활용했다고 한다.

이 특별한 14대째 우드 헤드폰은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배플 일체형 58mm의 유닛을 장착했다. 이전 우드 제품 AWKT나 ATH-AWAS에서 53mm 유닛을 선보였는데, 그보다도 5mm 더 늘어난 사양이다. 물론 오픈형 제품 ATH-ADX5000에서 58mm 유닛을 채용한 적이 있지만, 우드 헤드폰에서는 가장 대형 유닛이라는 것이다. 드라이버 유닛의 요크 바닥과 폴에 적층 순철판을 채용했는데, 이는 자기의 흐름을 최적화하여 정돈하는 것으로, 소리의 윤곽이 더 한층 두드러지고 투명도를 높이는 비기로 작용한다. 다이어프램은 0.03mm의 두께로 압축된 퓨어 티타늄 센터 돔을 장착했고, 진동판 외주부는 DLC 코팅의 폴리에틸렌 나프탈레이트 소재를 적용, 강성과 동시에 고역 특성까지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놓고 있다. PAT.P라 불리는 코어 마운트 테크놀로지 역시 적용되어, 배플 댐퍼와 이어 패드의 위치를 최적화하는 것과 동시에, 귀로부터 하우징까지의 음향 공간을 1/3로 나누는 포지션에 보이스 코일이 배치되는 구조를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역시 음의 자연스러움. 보이스 코일마저도 무려 6N-OFC를 채용하는 등 고급화의 스펙을 확실히 보여준다.

케이블은 2가지가 부속된다. 하나는 6.3mm 스테레오, 다른 하나는 4P XLR 단자이며, 모두 오디오 테크니카가 자랑하는 착탈식 A2DC 커넥터가 적용되어 있다. 케이블 스펙도 굉장히 높은데, 무려 7N-Class DUCC에 6N-OFC를 조합하여 하이엔드 사양의 무결점 순도를 확실히 담아냈다.

이어 패드와 헤드 패드는 처음 보는 소재와 색감인데, 자료를 좀 찾아보니 무려 사슴 가죽! 낯선 소재이지만, 실제 착용해보면 정말 뛰어난 감각이다. 제법 두터운 모양새이지만, 착용감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고급 양피보다 훨씬 좋은 느낌. 이쪽도 나라의 유명한 사슴 공원이 생각나는데, 전체적으로 오디오 테크니카뿐만 아니라 일본의 문화마저도 담아낸 콘셉트가 정말 인상 깊다.

헤드폰 앰프로 어리스 오디오의 Nirvana Ⅳ를 동원, 4P XLR에 연결하여 ATH-W2022를 구동해본다. 이 호화로운 헤드폰에서는 흘러나오는 첫 소리는 그야말로 청량한 폭포수를 만나는 느낌이다. 속이 훤히 비치는 듯한 그 시원하고 맑은 고음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정점에 올라 있다. 아마 고음이 예쁜 그 어떤 제품들도 이 ATH-W2022의 퀄러티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는 인상이 들 정도로, 정말 완벽하고 환상적인 고음의 세계를 들려준다. 이 아름다운 성향에 여성 보컬이나 어쿠스틱 음원을 들어보면, 지금껏 생각해오던 기준치 그 이상의 무대를 보여준다. 뭔가 끝 부분에 막이 낀 것이 아니라, 벚꽃이 화려하게 개화하는 듯한 그 호화로운 전망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특히 잔향의 묘한 여백은 더욱 큰 감동인데, 하이엔드 스피커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경외감을 ATH-W2022에서도 느끼게 해준다. 중음은 심도 있다. 고음이 예쁜 제품들이 중음의 질감과 매력을 조금 해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밸런스 감각이 정말 좋다. 고역과 저역 사이에서 매력을 잃지 않고, 중음의 진득하고 밀도감 있는 오디오 테크니카의 세계를 유감없이 표현한다. 그윽한 재즈 보컬이나 남성 보컬의 매력은 굉장히 중독성 강하게 들리며, 한동안 계속 흥얼거릴 만큼 그 리듬감의 흥취가 기억에 남는다. 저역으로 넘어가면, 이쪽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우드 헤드폰들이 저역의 실체감이 약하고,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 강한데, ATH-W2022의 저역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튜닝되었다. 우선 자연스럽다. 우드 인클로저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강점으로, 악기 표현과 특징을 절묘하게 캐치해낸다.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어떤 악기인지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배음과 저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저음의 다이내믹 역시 인상 깊다. 5Hz까지 내려가는 저음 스펙은 결코 허수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대편성 클래식의 그 압도적인 팀파니의 울림이나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함은 ATH-W2022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만든다. 들으면 들을수록 밀폐형 제품이라는 것을 잠깐 잊을 정도로, 정말 넓은 무대감과 입체감을 완성시켜 내는데, 이쪽도 굉장히 인상 깊다. 역시 오디오 테크니카 우드 헤드폰들이 진공관 앰프와 멋진 시너지를 보여주는데, ATH-W2022 역시 어리스 오디오의 Nirvana Ⅳ와 좋은 조합을 보여준다. 진공관 특유의 풍부함과 몽글거림이 헤드폰 사운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내는데, 그 감각이 음악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오디오 테크니카의 60주년. 또 한 번 오랫동안 계속 회자될 진정한 한정판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단순히 오디오 테크니카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역사와 문화까지 담아낸 그 특별함이 이 고가의 헤드폰을 수집하게 만들 것 같다. 단순히 외부 겉치레에만 신경 쓴 제품이 아니라, 사운드에서도 정점에 달해 있으니 청음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그야말로 기념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헤드폰이 탄생했다. 


가격 1,450만원   
유닛 크기 58mm   
주파수 응답 5Hz-50kHz
임피던스 48Ω   
케이블 구성 4P XLR, 6.3mm 스테레오   
커넥터 A2DC   
무게 4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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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5월호 - 6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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