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Laboratory preEnd · Pentode Plati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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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Laboratory preEnd · Pentode Platinum
  • 김남
  • 승인 2023.04.07 10:20
  • 2023년 04월호 (6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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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공관 앰프 장인의 인생이 전부 담긴 역작

이 제품을 보니 감개무량하다. 한국 진공관 앰프의 진정한 원조 노장이 필생의 집념으로 내놓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인생이 전부 담긴 것 같다. 프리앰프의 이름이 ‘preEnd’라는 것에서도 깊은 감회를 느낀다. 더 이상의 프리앰프라는 것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진공관 앰프 장인이 꽤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진공관 앰프 시장을 정립한 장본인은 이 연구소 소장 이광수 씨라는 것은 모르는 분들이 많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진공관 앰프를 제작했고 최초로 한국 오디오 제품을 수출했던 선구자 같은 선두 제작사가 이 연구소였다.

한국 오디오 제품이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던 1980년대 초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는 이 연구소라는 상호에 대한 추억이 많다. 제대로 섀시를 만들고 아름다운 디자인, 그리고 어떤 외국제에도 못지않은 생생하고 정결한 소리를 내주었던 제품을 오디오 애호가라면 당연히 한 번쯤은 써 봤을 것이다.

80년대를 주름잡으면서 외국처럼 제대로 된 기업형 오디오 제작사로 발돋움하려던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 한동안 제품 생산에서 손을 뗐던 탓으로 치열한 오디오 세계에서 이 연구소라는 이름이 잠시 퇴색되었지만, 남양주로 연구실을 옮기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제품을 발표, 한국 오디오 선구자의 노하우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제품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제품이 좋으면 된다는 것이 이 제작자의 신념으로, 홈페이지나 별도 홍보도 별로 하지 않는 비상업적 제품이지만, 입소문만으로도 이미 시장에서는 이 가격대로는 구하기 힘든 명기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중고가 나오면 즉시 사라져 버리는 대표적 제품이 됐다. 결코 오디오 제품이 고가이어서는 안 된다는 철학도 이 연구소의 오랜 소신. 이 제품보다 2배, 3배 더 비싼 기종들과 견주어 보면 더욱 그 소신이 가슴에 와 닿는다.

시청기는 이 분이 개발한 독자적 기술을 기반으로 성능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트랜스 프리앰프의 결정판 프리엔드(preEnd)와 이미 수십 년 전 첫 개발된 후 꾸준히 개량을 거듭해 온 펜토드 플래티넘(Pentode Platinum) 모노블록 파워 앰프의 최종 버전이다.

펜토드 플래티넘 파워 앰프는 5극관의 약점인 비 직선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3극관 앰프보다 더 선율이 곱고 아름다운 음을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된 기종. 그리고 무소음 전원 트랜스와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된 출력 트랜스, 그리고 인터스테이지 트랜스의 사용으로 완벽한 신호 밸런스화를 구성했다. 또한 AC 입력에 고급화된 회로를 내장시켜 배경의 정숙도를 높였고, 진공관 앰프의 고질적인 문제인 험을 제거했다. 주파수 특성은 7~70,000Hz(0dB)에 이르며, 기립이 전혀 없는 구형파의 특성을 자랑한다.

펜토드 플래티넘은 300B같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섬세하고 명확하기 짝이 없고 높은 해상력이 괄목할 만하다. 그리고 3극관 앰프의 약점인 출력 문제도 아울러 해결해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를 완벽히 구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특히 프리엔드 프리앰프는 이 분의 생애를 결산하는 회심의 대표작. 이미 T1이라는 트랜스 프리앰프의 명작을 내놨지만 그 기종을 다시 갈고 닦아 외형부터 미려하기 짝이 없는 새 얼굴로 등장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프리앰프란 별로 없을 것이다.

트랜스 프리앰프는 만들기가 어렵다. 진공관의 불안정한 특성과 내구성을 트랜스 복합 연결로 대체하면 어떤 뛰어난 진공관 프리앰프보다도 소리가 더 좋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뒷받침이 되고 있지만 쉽게 내놓지 못하는 것은 좋은 트랜스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능과 종류가 다른 여러 개의 트랜스를 결합해서 소리를 일치시킨다는 어려움 때문에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고, 기술력이 떨어지면 오히려 소리가 산만해져서 보통 진공관 앰프보다도 더 질이 떨어지게 된다. 수십 년간 트랜스를 탐구해 온 제작자는 일찌감치 트랜스 제작기를 도입, 머리칼 굵기의 가는 코일의 강도와 탄성, 간격 등에서 일체의 오차가 없는 독자적인 트랜스를 제작, 시청기를 제작했다.

당연히 프리엔드 프리앰프는 초광대역(10~60,000Hz, -0.5dB)의 주파수 응답 특성은 물론 탁월한 분해력, 해상력과 함께 맑고 투명한 고음과 깊고 품위 있는 저음이 사운드의 특징. 거대한 교각처럼 탄탄하고 강력한 에너지도 두드러진다. 오케스트라의 총주에서 각 악기의 소리가 뭉치거나 섞이지 않고, 무대를 넓게 펼치며 각 악기의 위치까지 드러내 준다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심지어 보통 기종에서는 들을 수 없는 연주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는 너무도 적나라하다.

시청기를 클립쉬, 폴크 오디오, B&W의 여러 기종을 동원해 울려 봤지만 한결같다. 음장은 웅대하고, 묵직함, 매끈함과 청량감이 핵심을 이룬다. 마치 고급 육회를 한 젓가락 입에 넣은 듯한 쾌감에 잠시 전율을 일으킬 정도. 지나 로드윅의 ‘Too Young’에서 그 해맑음과 찰기, 요염함에 잠시 넋을 잃는다. 대를 물려 사용할 수 있는 한국 오디오 제품의 진정한 걸작이 탄생했다. 


Lee Laboratory preEnd 
가격 400만원   구성 트랜스포머 프리앰프   사용 진공관 5687/E182CC×2, 6X4×1   아날로그 입력 RCA×3, XLR×1   아날로그 출력 RCA×2, XLR×1   주파수 응답 10Hz-60kHz(-0.5dB)   입력 임피던스 600Ω   출력 임피던스 600Ω   S/N비 95dB   게인 2.8배

Lee Laboratory Pentode Platinum 
가격 550만원   구성 모노블록   사용 진공관 KT88/EL34(주문에 따라 변경 가능)×4, 12AU7/ECC82×1, 6SN7×1   실효 출력 70W   출력 임피던스 4, 8Ω   주파수 응답 7Hz-70kHz(0dB)   크기(WHD) 31×22.5×33cm   무게 2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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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4월호 -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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