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전원 장치 전문 제조사를 꼽으라면, 예나 지금이나 이들 브랜드를 대번에 떠올릴 수 있다. 소리 좋기로 정평 난 오디오 애호가의 집을 방문해보아도, 구석 한 편에는 이들 제품이 변함없이 육중하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내구성이 뛰어나 오랜 시간 사용해도 고장이 잘 나지 않기로 유명한데, 그런 점 때문에 이들 제품을 선호하는 오디오 애호가들도 다수이다. 또한 최근 크게 발전한 디자인적인 매력도 각별한데, 심플하고 모던한 알루미늄 섀시가 중심이 되어 내구성과 더불어 감각적인 디자인 레이아웃을 선사한다. 말 그대로 국가대표 전원 장치 전문 제조사, 파워텍(Powertek)에 대한 이야기.
파워텍은 최근 다양하게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역시 첫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어낸 멀티탭, 이스턴세븐(Eastern7)이 2023년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되었다. 전원 장치로는 차폐 트랜스, 자동 전압 조절기(AVR), 리제너레이터 등이 있지만, 그 어떤 것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전기의 질을 원하는 이들은 벽체 콘센트에 직결을 선호한다. 그런데 벽체 콘센트의 수는 보통 두 개 내지 네 개에 불과해 기기가 대여섯 개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멀티탭을 쓰지 않을 재간이 없다. 결국 또 다른 것을 거치게 되니 멀티탭의 품질에 대한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일반 플라스틱 제품을 썼지만 최근에는 오디오 전용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파워텍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 알루미늄 덩어리를 절삭한 독자적인 직사각형 멀티탭 펜톤 세븐(Pentone 7)을 출시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에는 긴 가로 형태의 제품이다. 통 알루미늄을 깎아 낸 것으로, 무게가 무려 8.5kg이나 되는데, 콘센트의 수도 일곱 개나 되어 넉넉하다.
내부의 콘센트는 좋은 음질로 널리 알려진 독일제 단자이고, 인렛은 특주한 국산 단자이다. 애호가들이 신뢰하는 유명한 모 브랜드의 제품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음질이 좋지 않아 제외시켰다. 한편 이들 단자들을 극저온 처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과가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지만, 파워텍에서는 3년 전 극저온 처리한 제품을 통해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한편 선재는 12AWG의 단결정(OCC, Ohno Continuous Casting)이다. 보통 멀티탭들이 선재에 인색한 편이고, 그 재질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본 지바 공업대학의 오노 교수가 개발한 이 단결정은 OFC 방식과 비교해 제조 단가가 몇 배나 높아 최근 일본에서조차 제조를 포기한 방식이다. 또한 파워텍에서는 OCC 선의 연결도 단자를 쓰지 않은 직결 방식으로 음질 손실을 최소화했고, 각 콘센트는 격벽으로 나누어져 있어 차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조립에는 일정한 토크로 나사를 조여 작업을 하는 치밀함을 추구한다. 접지도 단결정 선재로, 흔히 쓰는 접점이 많은 원 포인트가 아닌 병렬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제품의 개발은 제작자 홀로의 생각이 아닌 외부 오디오 전문가,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연주자, 그리고 오디오 애호가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최종 음질을 좌우하는 것은 소재와 기술이기보다는 섬세한 튜닝이기에 특히 이 점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고 한다. 이런 여러 장점이 모인 이스턴세븐은 단결정이 가지는 특징인 차분하고 진득한 소리의 결을 추구했고, 여타의 멀티탭이 조금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느낌임에 반해 고급스러운 소리의 결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면서 품격 높은 음감을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