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psch R-60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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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ipsch R-600F
  • 김남
  • 승인 2023.04.06 17:12
  • 2023년 04월호 (6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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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음악에 빠지게 만드는 올라운드 스피커

클립쉬의 스피커들은 마치 조깅화 같다. 조깅화를 신으면 달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 그냥 간편한 운동화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고, 홈시어터도 즉각 대응이 가능한 스피커는 클립쉬가 아마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게다가 앰프에 대한 대응력이 이렇게 뛰어날 수가 없고, 또한 가격대, 가성비로는 단연 최고의 제품이다. 스타일도 멋지고 마감도 좋아져서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는다. 특정 음악에 특히 장점을 발휘하는 고가 제품도 물론 있지만, 클립쉬의 스피커는 올라운드라고 하는 것이 옳다. 어떤 장르의 음악도 대범하게 울려 주는 것이다. 어떤 장르에 잘 맞는 스피커라는 표현이 있지만, 사실 그것은 그 스피커의 약점일 수밖에 없다. 유닛의 음 이탈감이 빠른가, 다소 묵직하고 둔한가에 따라 편차가 큰 제품이라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오디오 애호가들을 만나면 흔히 어떤 음악을 많이 듣느냐는 질문이 나오기 마련. 그런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은 ‘잡탕입니다’, 즉 골고루 다 듣는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음악 애호가의 덕목 아닌가. 세상에 음악이 그렇게 많고도 많은데 특정 장르만 듣고 있기에는 세월이 좀 아깝다.

지방 악단의 감독도 역임했고 서울시향에서 수석도 지냈던 후배 한 분이 집에 놀러오면서 자신이 만든 카피 음반을 한 장 선물로 가지고 왔다. 전문 연주가이기 때문에 희귀한 녹음반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코니 프란시스의 칸초네 곡이었다. ‘코니 프란시스가 있으면 무조건 잡으세요.’ 나 역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보컬리스트로 한 손에 꼽고 있던 차인지라 그 권고에 힘입어 그 후 일본 직구 시장에서 잠복을 거듭하다가 10매짜리의 코니 프란시스 LP 전집을 운 좋게 구입했다. ‘엄숙하게 바로크 음악을 위주로 듣습니다. 현악 4중주가 주 종목입니다, 오페라만 듣습니다’, 그런 분도 물론 있지만 어쩐지 그런 대화는 얼른 정감이 가지 않는다. 자신이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도 ‘코니 프란시스는 무조건 잡으세요’ 라고 했던 그 후배의 그 한마디는 몇 날 며칠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얻지 못할 귀중한 한마디가 되었다.

‘그냥 클립쉬 스피커를 사세요. 음악만 듣기에도 좋고 TV에 붙여도 좋고, 게임에 써도 최고예요. 회의실이나 교회에도 그만입니다.’ 이제 이 정도의 평가가 내 개인적인 범위이다. 근래에 클립쉬의 기종들을 연속해서 들어 보니 그 범위는 더욱 확대되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혼 스타일의 장점인 고감도 때문에 소스기기나 케이블, 앰프의 성향도 가장 솔직담백하게 감별할 수 있는 장점이 크며, 언제 어디서 어떤 곡을 들어도 활기와 솔직담백함이 두드러진다.

시청기 R-600F는 뉴 레퍼런스 시리즈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시스템으로, 설명서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90°×90° 트랙트릭스(Tractrix) 혼이라는 선동적 표현을 하고 있지만, 약간 혼이 커진 것을 빼놓으면 달라짐은 없다. 더 큰 주파수 대역폭에 대한 지향성 제어를 통해 더 정확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제공한다 같은 표현은 상투적인 것에 불과하며, 클립쉬 혼의 장점은 이미 70여 년 전에 완성되어 있는 터이다. 그리고 캡톤 서스펜션이 적용된 LTS(Linear Travel Suspension) 알루미늄 트위터 역시 이미 완성되어 있는 명 유닛. 우퍼는 시리즈별로 약간 차등이 있는데, 시청기는 레퍼런스 프리미어 시리즈의 기술을 트리클 다운한 TCP(Thermoformed Crystalline Polymer) 소재를 사용한 Spun-Copper 우퍼를 투입했으며 더 부드러운 응답과 향상된 정확도 및 투명도를 위해 콘의 각도를 더 가파르게 만들었다, 라는 설명.

이 정도 크기가 있는 스피커는 가장 중요한 것이 성능보다 인클로저의 외관이다. 허름하게 만들어져 있으면 소리가 어떻고 저떻고 아무리 떠들어 봐야 거들떠보지 않는다. 시청기는 클립쉬 제품 중에서는 가격대는 대중적인데도 고품질 캐비닛 디자인으로 마감되어 있다. 상당히 멋지다. 마그네틱 방식으로 부착되는 그릴 역시 상당히 세련되었다. 강하고 질감이 있는 나뭇결 무늬 캐비닛은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 연구소의 진공관 프리·파워 앰프에 연결해 보니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뭐 이 정도면 음악에서 과연 무엇이 부족한가 라는 느낌 때문이다. 앰프가 훌륭한 터이지만, 남김없이 그 장점을 그대로 표현해 내는 스피커라고 할 수 있으며, 섬세하며 찰기와 온기가 있다. 매끄러움과 해상도까지 남김없이 소화해 낸다. 소스기기를 존중해 그 이상의 실력을 유감없이 해석해 내는 뛰어난 번역가 같다. 조깅화처럼 멋지고 가볍고 질긴 운동화처럼 감촉이 좋다. 이런 스피커로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도 가리지 않고 들으시라. 인생이 보다 즐거워지리라 믿는다. 


가격 125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Tractrix Ports)
사용유닛 우퍼(2) 16.5cm Spun-Copper TCP, 트위터 알루미늄 LTS(Tractrix Horn)
재생주파수대역 38Hz-21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440Hz   
출력음압레벨 96dB   
임피던스 8Ω   
파워핸들링 100W, 400W(최대)
크기(WHD) 24×101.7×38.6cm   
무게 18.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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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4월호 -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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