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psch RP-5000F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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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ipsch RP-5000F Ⅱ
  • 김남
  • 승인 2023.03.10 17:26
  • 2023년 03월호 (60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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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넘실거리는 매력적인 무대를 연출하다

음악은 쉽게 감상용과 연주용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클립쉬의 스피커들은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히 감상용에 속한다. 주파수 대역을 깐깐히 따지고 비싸게 치장한 그런 소유 과시의 ‘일종의 연주용 제품’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쉽고 간편히 어떤 환경에서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이다.

집에서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시간은 저녁을 먹고 9시 뉴스 이전의 두어 시간인데, 어느 날 저녁 차 한 잔을 들고 앰프에 불을 넣었다. 그날 문득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근래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의 연주곡으로 자주 거론이 되고 있기 때문이고, 그동안 이 곡을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멜로디 한 소절도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심코 몇 분간 집중해서 듣다가 5분도 되지 않아 CD 플레이어를 스톱시키고 말았다. 식후인데 갑자기 위장 통증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불협화음 같은 것이 난타하듯이 이어지는데, 왜 이 곡을 명곡이라고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있는지 새삼 원망이 들었다. 얼른 온화한 음반으로 바꾸니 당장 컨디션이 정상화되었다. 맞지 않는 음악을 들으면 그만큼 비위가 상한다. 이런 명곡을 싫어하다니 내가 무식한 것인가?

근래 일본의 소설 한 편을 읽다가 비로소 알았다.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그 뒤 출판업자들이 뒤를 쫓아다녔다. 당시는 음반이 나오기 전이니 악보로 장사하던 시대라서 2번을 능가하는 곡을 써 달라고 쫓아다니는 바람에 더 부담이 되어 몇 년 동안 곡을 내놓지 못하다가 신곡을 연주하는 스케줄이 잡히자 부랴부랴 써 갈긴 것이 이 3번이다. 내용보다는 자신이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얼마나 잘 칠 수 있는가를 보여 주기 위한 과시용 곡이 되었기 때문에 손이 작은 연주가는 칠 수도 없어서 첫 연주 의뢰자는 이런 곡은 못 친다고 거절해 버렸다고 한다. 당연히 치기 어렵다. 때문에 당연히 이 곡을 명곡이라고 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주 수준을 과시하는 사람이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이 곡이 자주 들어가는 것도 그 이유 때문. 가지고 있는 명곡 해설집에는 이 곡 설명에 ‘명곡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되어 있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듣지 않고 보관만 해 놓는 칸으로 이 음반은 쫓겨나고 말았다. 그 대신 2번은 부지런히 듣는다. 대체 인간으로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었단 말인가.

오디오 기기 중에서도 스피커는 이런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3번 같은 제품이 꽤 있다. 편히 음악을 듣기보다는 분석하기에 더 좋아서 항상 고역, 저역, 배음 등의 구분이 잘 되는 음반만 듣게 된다. 자연히 고가품을 가진 분들 중에는 음악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분들도 많다. 듣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클립쉬는 전형적인 홈시어터뿐 아니라 소출력의 인티앰프나 스트리밍 기능이 있는 올인원 기기, 10W도 안 되는 3극 진공관 앰프로도 생생하게 잘 울리는 스피커로 잘 알려져 있다. 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다. 스피커의 명가에서 이런 가격대로 제품을 내놓는 것을 보면 기막혀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금 클립쉬의 스피커들이 마치 세상을 정복할 정도로 보급되고 있다. 코로나 시절로 홈시어터가 맹위를 떨치게 되자 부담 가지 않는 가격대의 합리적 스피커로 평가가 굳어진 듯하다. 7.2채널로 스피커를 갖춰도 보통 인티앰프 가격대에 불과하며, 클립쉬의 스피커에 맞지 않는 앰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앰프 대응력이 넓다. 현재는 소형 액티브 기종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시청기 RP-5000F Ⅱ는 새롭게 바뀐 레퍼런스 프리미어(Reference Premiere) 시리즈 중 하나로, 홈시어터는 물론이고 단독으로 하이파이 전용기로 써도 불편이 없을 정도의 기종이다.

독특한 혼 스타일이 클립쉬의 특징인데, 90°×90° 실리콘 복합 하이브리드 트랙트릭스(Tractrix) 혼이 더 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혼 가운데 있는 트위터 역시 새로 개발된 티타늄 다이어프램 LTS(리니어 트래블 서스펜션) 벤티드 트위터가 적용되었다. 우퍼 역시 새로운 알루미늄 쇼팅 링, 새로운 모터 구조 등 모든 부분이 새롭게 만들어진 세라메탈릭 콘 우퍼를 사용하고 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도 트랙트릭스 포트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또한 뒷면 하단과 상단에 독특한 단자(Height)가 있어 손쉽게 돌비 애트모스의 세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홈시어터를 사용하는 경우 그 작은 투자로 소리의 세계는 놀랍게 확장이 되지만, 그동안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를 연결하려면 복잡하게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해야 해서 항상 문제가 되었는데, 이 스피커는 Height 단자를 통해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어 5.1.2채널, 7.1.4채널의 돌비 애트모스 구성을 편하게 할 수 있다.

본래 저가품은 인클로저에 인색하기 쉬운데, 지금의 클립쉬 제품은 그런 느낌도 없다. 단정하며 단아한 품위가 넘친다. 음악을 강요하지 않고 편안하게 아무렇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이 경지도 상당한 내공이 있어야 하지만, 수준급 애호가에게도 권하고 싶은 기종이다. 그리고 굳이 AV 리시버를 별도로 구입하지 않고 기왕의 시스템에 TV를 연결해 이 스피커로 듣는다면 보통 웬만한 방에서는 금세 극장 사운드로 변하게 된다. 그야말로 음이 넘실거리는데, 깨끗하고 미려하며 품위 있고 생생한 사운드야말로 클립쉬의 반세기 넘는 개성이며, 이 시청기에도 유감없이 그 전통이 깃들어 있다. 


가격 175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Tractrix Port)
사용유닛 우퍼(2) 13.3cm 세라메탈릭 콘(Faraday Rings), 트위터 2.5cm 티타늄 LTS 벤티드(Tractrix Horn)
재생주파수대역 40Hz-25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900Hz   
출력음압레벨 95dB/2.83V/m
임피던스 8Ω   
파워핸들링 100W   
크기(WHD) 20.7×91.7×37.5cm   
무게 17.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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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3월호 - 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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