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집 - 넋두리 & 아침이 올때까지 (Remast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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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집 - 넋두리 & 아침이 올때까지 (Remaster 2022)
  • 신우진
  • 승인 2023.02.11 18:49
  • 2023년 02월호 (60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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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을 후벼파는 그의 노랫말

<넋두리 (Remaster 2022)>
MRCD2206 (180g Black Vinyl LP)
녹음 ★★★★☆
연주 ★★★★★

<아침이 올때까지 (Remaster 2022)>
MRCD2207 (180g Black Vinyl LP)
녹음 ★★★★☆
연주 ★★★★★


중학교였는지 고등학교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누구인지 기억 안 나는 선생님이 장기자랑이랍시고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나는 친구에게 노래를 시켰는데, 괴상한, 모두 처음 듣는 노래를 불렀다. 엄마 젖을 달라해 아이들의 비웃음이 나왔지만 사뭇 진지한 태도와 들을수록 무거워진 내용에 이내 교실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듣다가 이 노래 어디서 배웠냐며 당황해서는 중간에 선생님이 노래를 끊었다. 나중에 이게 양병집의 금지곡 ‘타복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어린 날 누군지 모르는 친구의 노래로 양병집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1년 전 즈음,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양병집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1세대 포크 가수이자 한대수, 김민기와 함께 저항 가수로 알려진 거목이었다. 70이란 조금 이른 나이에, 아직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전해진 소식이라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많은 포크 가수가 선택했듯 그도 80년 중반 이민을 떠났다가 1999년 영구 귀국해 음악 활동을 이어 갔다.

이번에 소개할 첫 음반 <넋두리>부터 유신 정권에게 불온 음반으로 찍히면서 험난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증권사 직원과 저항 포크 가수라는 이중적인 신분으로 음악과 생업을 오가면서, 한국의 밥 딜런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 직원이었던 시절, 밥 딜런의 곡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에 가사를 붙인 ‘역’으로 포크 경연 대회에서 입상하며 가수로의 생활을 시작했고, 별세 직전 ‘밥 딜런을 만난 사나이’란 에세이를 낸 걸로 보아 양병집이 밥 딜런에 가지는 애정을 알 수 있다. 이 ‘역’은 나중에 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로 리메이크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게 되었다.

그 시절 많은 음반을 들어 보면, 당시로는 최신이었을 생뚱맞은 전자 악기나 효과음이 끼어들면서 깊이 있는 목소리가 묻혀 버리는 아쉬움을 남기는 곡이 많이 있다. 양병집의 음반들도 그런 면이 있다. 이번 재발매 음반 1집에는 기타로 연주되는(원곡은 만돌린) 버전을 찾아내 실려 있어 더욱 가치를 높이고 있다(대신, 건전 가요는 빠져 있다). 조금 더 순정의 양병집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1집과 4집에 동시에 실려 있는 그의 대표곡 ‘타복네’ 역시 이런 아쉬움이 많이 있다. 매우 슬픈 가사인데 4집에서는 너무 가볍지 않은 건 아닌가? 이 곡 역시 양병집보다 서유석의 노래로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그나마 본지의 독자들로는 이렇게 마스터링 잘된 LP를 고품질의 오디오에서 양병집의 깊이 있는 목소리를 뽑아 내 주니 그나마 다행일 듯하다. 함경도의 구전 가요라 전해지는 이 곡을 비롯해, 인생에 빗대어 해석한 ‘바둑’ 등에서 1집의 직설적인 비판보다 다소 다른 방식의 풍자를, 4집의 변화를 알 수도 있다.

밥 딜런을 말할 때, 단순한 가수라는 칭호 외에 음유 시인 같은 문학적 호칭이 붙게 된다. 이제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밥 딜런처럼 되고 싶어 했을 양병집. 그의 노랫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을 후벼파는 게 어느 정도 이상은 성공했던 것 같다. 

60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3년 02월호 - 6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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