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은빛 피복의 XLR 인터 케이블을 리뷰했다. 필자의 프리와 파워 앰프 사이에 투입, 평소 자주 듣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을 들어보니 평소와 달랐다. 음 하나하나가 술술 스피커에서 빠져나왔고, 여린 음들은 더욱 명확하게, 센 음들은 더욱 다이내믹하게 들렸다. 이 케이블은 결국 리뷰 후 필자의 시스템 붙박이가 되고 말았다. 올닉(Allnic) Mu-8Rs XLR 인터 케이블 이야기다.
이번에는 디지털 케이블 2개가 필자의 시청실에 배달됐다. 이번 시청기인 Mu-8Rs 동축 케이블과 AES/EBU 케이블이다. 리뷰를 앞둔 부담감이나 엄중함보다는 ‘이번에는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기대가 앞섰다. 박스를 뜯자마자 필자의 시스템에 투입해 말러 2번 1악장 등을 내리 들었다. 그리고는 원래 케이블로 원복하니, 세상에, 이 정도로 음이 뭉개지나? 좌절하고 말았다.
Mu-8Rs는 뮤메탈(Mu-metal)을 실드로 쓰고 선재로 은선(Silver)을 투입한 인터 케이블. 뮤메탈은 전자기장 차폐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니켈 계열 합금으로, 실제로 전자기장을 최대 98%까지 차폐시켜 MRI 장비나 전자현미경 등에 사용되고 있다. 올닉 인터 케이블 이름에 ‘Mu’가 붙는 것도 여린 음악 신호를 전송하는 인터 케이블에서는 무엇보다 차폐가 중요하고 이를 뮤메탈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Mu-8Rs는 또한 앞서 나왔던 Mu-7R 인터 케이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미국산 주석 도금 구리선을 썼던 Mu-7R과 달리, 국내산 실버 선재에 뮤메탈로 실드를 2번이나 해서 S/N비와 중음의 해상력을 높였다. 올닉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실버 선재가 중·고음이 빠르기 때문에 저음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최적의 두께를 찾아 해결했다고 한다.
Mu-8Rs에는 제로 로스 테크놀로지(Zero Loss Technology)라고 명명한 올닉의 ‘접촉 & 연결 & 도체 저항 = 0’ 기술도 투입됐다. 베릴륨 동을 일일이 깎아 ‘백년이 지나도 안 풀어지는’ 단자를 만든 것은 접촉 저항을 없애기 위해서, 선재와 단자를 초고온으로 열용접한 것은 기존 납땜 방식이 피할 수 없었던 연결 저항을 낮추기 위해서다. 최적의 선재 두께를 통해서는 도체 저항을 최소화했다.
시청은 동축 케이블 위주로 진행했다. 필자의 CDP(오포 BDP 105D)와 DAC(마이텍 맨해튼 Ⅱ) 사이에 투입해 기존 케이블과 AB 테스트를 한 것. 먼저 찰리 헤이든과 팻 매스니의 <Beyond The Missouri Sky> CD 중 ‘Waltz For Ruth’를 Mu-8Rs 동축 케이블로 들어보면, 소프트한 음의 촉감이 낯설 정도다. 기타의 고음은 말할 것도 없고, 베이스의 저음까지 술술 나온다.
원래 동축 케이블로 바꾸면 갑자기 음이 단조로워지고 저음은 ‘이게 베이스 악기 맞나?’ 싶을 만큼 위로 올라간다. 음색 자체가 바뀐 탓에 심하게 말하면 베이스 악기가 베이스 맛 악기로 바뀌었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다시 Mu-8Rs 케이블을 투입하니 베이스가 마침내 다시 진짜 자신의 소리를 들려준다. 경직된 구석이 일거에 사라진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Mu-8Rs 동축 케이블을 투입한 상태에서 정경화의 <Con Amore> CD 중 ‘La Gitana’를 재생하면, 무대 가운데에 자리 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형체가 또렷하고, 두 악기 사이의 공간감이 잘 표현된다. 기존 케이블로 바꿔 들은 뒤 Mu-8Rs로 다시 바꿔 들으니, 어이쿠, 바이올린 고음이 위로 더 뻗는다. 무대 앞 투명함도 훨씬 높아져 두 악기가 더 잘 보인다.
스코티 라이트의 ‘Sound of Silence’(Saint Mic)는 Mu-8Rs를 듣다가 빼어 버리니 보컬 목소리가 얇고 하이톤으로 바뀐다. 심각한 착색이 아닐 수 없다. 이어 번스타인이 뉴욕필을 지휘한 말러 2번 1악장은 그야말로 Mu-8Rs 동축 케이블의 쇼타임. 진중하면서도 화려하고, 매끄러우면서도 시청실에 꽉 찬 음수가 비교불가다. 디지털 영역에서도 빛난 Mu-8Rs 인터 케이블이었다.
Mu-8Rs AES/EBU Cable 가격 200만원(1m)
Mu-8Rs Coaxial Cable 가격 200만원(1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