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앰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인티앰프에 대한 정의를 새로 했다고 평가 받는 No.383 인티앰프의 출현이었다. No.38 프리앰프와 No.331 파워 앰프를 함께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마크 레빈슨의 사운드와 디자인을 제공한 No.383 인티앰프는 하이엔드 인티앰프의 레퍼런스로 자리 잡았을 정도이다.
인티앰프로는 본격적인 하이엔드 가격대의 시장을 열었고, 분리형을 사용하던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고 쓸 만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준 No.383은 이후 No.585로 그 명맥이 이어졌다. No.383이 마드리갈 팀의 기술력이 담겨 있다면, No.585는 크렐의 전성기를 이끈 댄 다고스티노의 오른팔, 토드 아이켄바훔의 엔지니어링 팀 설계가 반영되었다. 마크 레빈슨의 새로운 엔지니어링 팀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음악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라인업을 구상하는데, 이렇게 탄생한 인티앰프가 No.5805와 No.5802이다.
마크 레빈슨은 이 새로운 라인을 5000 시리즈라고 명명한다. No.5802에는 No.5805에 없는 디지털 입력 AES/EBU를 마련했고, No.5805에는 No.5802에 없는 포노 및 아날로그 입력을 마련하여, 각 모델이 특화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AES/EBU 단자를 주력으로 활용한다면, No.5802를 구매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본 리뷰는 마크 레빈슨이 내세우는 5000 시리즈의 첫 모델인 No.5805를 다루지만 아날로그단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No.5802도 대동소이하니 참고 바란다.
No.5805를 사진으로 접했을 때, 막연히 기존 마크 레빈슨보다 좀더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느낌은 청음을 위해 실제 기기를 옮기면서 말끔히 사라졌는데, 쉽게 들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하이엔드의 묵직함이 기분 좋게 담겨 있었다. 찬찬히 뜯어보니 일부 버튼은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했지만, 볼륨과 입력은 특유의 모래시계형 알루미늄 노브를 그대로 이어받아 마크 레빈슨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No.5805는 마크 레빈슨의 전통적인 PurePath 설계에 근거한 풀 디스크리트, 다이렉트 커플드, 듀얼 모노럴 프리앰프를 담아냈고, 대형 토로이달 코어 전원 트랜스를 탑재하고, 125W(8Ω)의 출력을 담아낸 하이엔드 사양의 인티앰프이다. 거기에 No.500 시리즈에서 호평 받은 Pure Phono Stage를 계승한 포노 이퀄라이저(MM/MC)를 탑재했다. No.519의 디지털 기술을 공유한, 외장 DAC에 준하는 PrecisionLink Ⅱ DAC는 최신 ESS Sabre 32비트 D/A 컨버터와 마크 레빈슨 고유의 지터 저감 회로를 조합 한 풀 밸런스 디스크리트 컨버터가 디지털 회로부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 PCM(32비트/384kHz), DSD(2.8/5.6/11.2MHz) 디지털 파일과 MQA 파일도 완벽히 풀어낸다. aptX HD 대응의 블루투스 무선 리시버와 전면 헤드폰 출력 단자까지 내장되어 있다. 이 정도면 가히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크 레빈슨은 이 제품을 단순히 올인원이라고 홍보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분명 좋은 제품을 알아보고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듯하다.
제품의 경쟁력이 오르고 가격이 내리면 보통은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을 통한 비용 절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마크 레빈슨은 여전히 코네티컷에서 설계되고, 매사추세츠에서 제작된다. 같은 공간에서 설계되고 제작되는 만큼 No.5805에는 상급기의 기술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파워부는 No.534의 축적된 기술을 답습하여 클래스A에서 작동하는 2개의 고속 드라이버 트랜지스터와 6개의 260V, 15A 출력 트랜지스터로 구성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포노단은 MM/MC 게인 컨트롤을 뒷면에 배치된 딥 스위치로 조작할 수 있게 하여 이 회사의 음질에 대한 집념이 변함없음을 알 수 있다. No.526, No.523에 처음 사용된 MainDrive 헤드폰 출력단도 사용된 걸 보면 사실상 상급기에서 가져올 수 있는 건 모두 가져온 모양새이다.
자동차 브랜드의 최상급 모델에 신기술이 적용되면 많은 이들이 열광한다. 최상급 모델을 구입할 계획이 없더라도 신규 개발된 기술은 아래 모델에 점차 적용되기 때문이다. 마크 레빈슨의 5000 시리즈를 보며 이제 마크 레빈슨의 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은 합리적인 기기가 지속해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No.5805는 DAC를 활용하는 디지털 입력 4개와 아날로그 입력 5개로 균형을 잡는다. 전자는 USB B 1개, 코액셜 1개, 옵티컬 2개, 후자는 1개의 밸런스(XLR), 2개의 언밸런스(RCA), 2개의 포노(MM과 MC 중 1곳만 사용 가능) 입력이 있다. 여기에 홈시어터 바이 패스 모드와 제어를 위한 이더넷 포트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전면 6.3mm 헤드폰 출력까지 제공하여 하이파이 앰프가 제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능하다. 거기에 고품질 재생이 가능한 aptX HD 코덱의 블루투스까지 지원하여, 무선 모바일 환경에서 감상을 원하는 유저의 니즈도 기분 좋게 충족시킨다.
마크 레빈슨의 클래식한 블랙 마감 처리와 무광 알루미늄 노브의 실버 색상, 중앙 디스플레이의 빨간색 LED는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선사한다. 5000 시리즈는 여기에 미니멀리즘을 더해 집안 어느 곳에 놓아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또한 5000 시리즈 앰프는 외장형 DAC에 준하는 내장 DAC와 상급기에서 이어 받은 좋은 품질의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그리고 No.519 플레이어의 디지털 재생 기술까지 한 몸에 담았다. 4개의 기기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한 대의 콤팩트한 기기가 책임져주니 차지하는 공간은 1/4로 줄어드는 셈이다. 가지고 있는 기기를 정리하고, No.5805·5802 앰프로 넘어가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공간 확보에 대한 열망이 모두에게 있는 듯하다.
앰프의 출력을 보수적으로 표기하는 브랜드 중에 하나가 마크 레빈슨이다. 125W(8Ω)의 출력은 울리기 까다롭다는 레벨의 F228Be를 구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악기 소리가 잘 분리된 거대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 낸다. 전통적인 고차 크로스오버 필터와 최적화된 5세대 어쿠스틱 웨이브가이드의 조합으로 3D 사운드 스테이지를 구현하는 F228Be와 No.5805의 조합으로 듣는 셀린 디온과 머라이어 캐리의 보컬은 그녀들의 무대가 바로 앞에 놓여 있는 듯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앰프가 스피커를 제어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느슨함 없이, 시종일관 편안한 리스닝 환경을 제공한다.
No.5805를 선택하느냐, No.5802를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스타일에 달려 있다. 디지털 소스만 활용한다면 No.5805의 아날로그단은 오히려 전력만 소모하는 계륵일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아날로그 소스, 특히 바이닐을 다루는 경우라면 No.5805가 당연한 선택이 된다. 어떠한 것을 선택하더라도 간편하게 블루투스로 음원을 재생할 수 있고, 마크 레빈슨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어떠한 것을 선택하더라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갖춘 올인원 기기를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No.5805
가격 1,250만원 실효 출력 125W(8Ω)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1, USB B×1 USB 입력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2.8/5.6/11.2MHz 아날로그 입력 RCA×2, Phono(MC)×1, Phono(MM)×1, XLR×1 아날로그 출력 RCA×1 블루투스 지원(aptX HD)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3.8×14.5×50.7cm 무게 28.1kg
No.5802
가격 990만원 실효 출력 125W(8Ω)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2, Coaxial×2, USB B×1 USB 입력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2.8/5.6/11.2MHz 아날로그 출력 RCA×1 블루투스 지원(aptX HD)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3.8×14.5×50.7cm 무게 27.6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