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strom A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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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strom ARNE
  • 김남
  • 승인 2022.10.11 16:46
  • 2022년 10월호 (60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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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B 진공관의 가치를 설파하는 새로운 바이블

그 전에 유럽 지역에서 300B를 사용한 앰프가 수입된 예가 생각나지 않는다. 최초인 것 같다. 중국제는 많이 있고, 주로 일본이나 국내에서 많이 만들어지는데, 놀랍게도 스웨덴의 한 제작사가 이에 도전, 특이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 냈다. 가격대가 굉장하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국가로 거론되는 곳이 북유럽이다. 나는 문학에서도 이 북구야말로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진부·장황한 영국 문학과 상당히 대조되며 미국 문학보다도 한 수 높다고 평가한다. 날마다 신문이나 잡지 칼럼을 통해 명문이 쏟아지며 독서 인구나 취향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지금도 수백 년 이전의 내용에 해독하기 어려운 영미 고전을 제일로 치고 있는 자칭 전문가 그룹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제품을 보니 고급 관을 투입했다. 구하기 어려운 웨스턴 일렉트릭의 300B다. 물론 기본으로 제공하는 관은 다르다. 드라이브 및 위상반전 진공관은 D3a 4알. 이 앰프는 300B를 푸시풀로 구동해 30W 출력을 내서 다소 출력이 센 것 같다 싶었는데, 스펙을 보니 5Ω 기준 수치다.

엥스트롬(Engstrom)이란 상호는 공동 설립자의 성, 제품명인 아르네(ARNE)는 알토 색소폰을 연주한 스웨덴 유명 재즈 뮤지션 아르네 돔네러스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 아르네 인티앰프는 세계 최고의 진공관 앰프를 만들자는 목표로 설립자 라스와 티모, 그리고 JC 모리슨(실바톤 설계자)과 케빈 스콧(리빙 보이스 창립자) 팀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되었으며, 일종의 ‘재즈 밴드 정신’으로 설계되었다고 소개되고 있다.

동사는 현재 시청기 외에도 845, 300B 진공관을 사용한 모노블록 파워 앰프와 3덩어리의 본격 프리·포노 앰프 등도 내놓고 있는데, 초일류 진공관 앰프의 본산으로 자리 잡기는 시간문제라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고답적이고 너무 천편일률적인 종래 제품만을 봐 오다가 이들 제품을 보면 외관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들 정도, 신선하기 짝이 없다. 특이하게 큼직한 유리 덮개가 있고, 경사진 모습도 좀 진기하게 보인다. 하지만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제품의 완성도는 일찍이 보지 못했을 정도로 탁월하다.

아르네는 가장 순수하게 만들기 위해 톤 컨트롤, 밸런스 컨트롤 같은 장치를 넣지도 않았고, 4개의 라인 입력(밸런스 2개 포함)만 있다. 시청기의 기술적인 배경을 특별히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강의 개요는 있다. 드라이버와 출력관 사이에 DC 커플링을 적용했고, 드라이버단에는 대칭적인 양극 및 음극 전원 공급 장치가 있다. 그래서 드라이버 출력의 DC 레벨이 0이 되며, 드라이버단을 개별 캐소드 바이어스가 있는 출력관의 그리드에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드라이버단을 출력관에 연결하는 이 독특한 방법은 헤드룸이 커서 왜곡이 적고, 출력관의 대칭적인 DC 커플드 드라이브는 매우 빠른 과도 응답을 제공하며, 사운드는 강력하고 빠르고 명확. 일반 사용자로서는 이 정도만 아는 것이 좋겠다.

시청기를 처음 매칭한 스피커는 이글스톤웍스의 안드라 3 시그니처 SE. 예상처럼 이 거대한 스피커는 3극관 소출력 앰프의 소리 성향은 잘 드러내고 있으며, 일찍이 들을 수 없었던 그 신선하고 청량한 매끄러움은 제품의 본색을 유감없이 어림할 수 있게 해 준다. B&W 705 S3도 비슷한 느낌. 고역 현에서의 휘몰아 올라가는 그 감촉은 눈물겨울 만큼 감동적이다. 피아노의 빛깔이 튀는 듯한 음색도 쉽게 들을 수 없는 경지에 달한 것 같다. 최종 매칭은 클립쉬의 콘월 Ⅳ.

매칭이 성공적일 경우 그야말로 숨결이 시근거리는 생음악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표현하기 어려우면 말할 수 없다고 하게 되는데, 그런 느낌을 받는다. 마치 고급 크림 케이크를 날이 서 있는 은 나이프로 스윽 긋는 듯한 착각이 떠돈다. 상냥하고 사근사근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 청결의 앙상블. 현 독주곡의 매끄럽고 달콤한 뒷맛은 설탕 같은 맛이 아니라 히말라야산 석청을 한 스푼 삼키고 난 뒷맛이다. 그동안 들어 왔던 300B와는 차원이 다른 듯한 고결한 이 음색을 맛보고 나면 왜 이리 고가인가 라는 불만도 가실 수 있겠다. 피아노 저역 웅진도 최고이며, 평소 애청 목록인 지나 로드윅 ‘Too Young’을 들으니 이제 다시 어떤 매칭에서 이런 노래를 들을 수 있으랴 하는 감탄이 인다. 300B 추종자라면 바이블이 등장했다. 가히 위대한 퀸의 등장이다. 


가격 4,200만원(웨스턴 일렉트릭 300B 별매)   
사용 진공관 300B×4, D3a×4   
실효 출력 30W   
아날로그 입력 RCA×2, XLR×2   
주파수 응답 10Hz-40kHz(±1dB)   
게인 20dB   
THD 0.5 이하   
입력 임피던스 12㏀   
출력 임피던스 5Ω   
하모닉 디스토션 1%   
크기(WHD) 48×32×45cm   
무게 3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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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10월호 - 6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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