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glestonWorks The Andra Ⅲ Signature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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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glestonWorks The Andra Ⅲ Signature SE
  • 김남
  • 승인 2022.10.11 15:46
  • 2022년 10월호 (60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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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톤웍스의 시작이자 미래를 상징하는 대표작

훌륭한 문학적 표현은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장면이 대표적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우리나라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는 달빛을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라고 표현했다. 잊을 수 없는 명구다.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눈은 푹푹 나리고’, ‘눈이 푹푹 쌓이는 밤’ 등 눈은 펑펑 내린다는 묘사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 ‘푹푹’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은 컸을 것이다. 이 시청기의 소리를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그 ‘푹푹’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그야말로 눈을 푹푹 삽질하듯 소리를 푹푹 떠올려 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스피커를 모르는 애호가는 없을 텐데, 스피커가 점점 덩치가 커지고 화려해졌던 시기의 초입부였던 90년대 후반 이 제품이 첫 등장했을 때의 인상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원조 안드라는 마치 꼬마들이 만든 짱구 눈사람 같았다. 그리고 작은 덩치임에도 돌덩이처럼 무거웠고, 유닛은 모두 명성 높은 것들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뭔가 좀 성에 차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도무지 일반적인 룸에 거치할 형태가 아니었고, 전용 스탠드도 없었다. 그런데 그 제품이 그해 말 세계의 전문지들에서 앞다투어 가며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되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평가도 동일했다. 당시 일본 전문지는 거의 1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이 스피커의 내부를 분해해 소개했다. 그 정도의 괴력을 가진 제품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알텍 등이 자리 잡고 있었던 미국 시장에 역사를 바꾸는 듯한 종소리가 되어 버렸고, 세계의 대부분 스피커 제작자들에게는 그 종소리가 장례식을 알리는 ‘조종이 되어 버렸다’는 표현도 있었다. 다행한 것은 가격대가 비싸기 때문에 모든 스피커 제작사의 ‘조종’은 못되었지만, 지금 세계 스피커의 챔피언을 가린다 하면 아마 최종심에 당연히 올라가는 제품이 될 것이다. 그럴 재능이 부족해 아직까지 소유해 본 적은 없고, 리뷰 석상에서나 듣는 제품이지만 나는 시종일관 유감없이 이 스피커를 존경해 마지않는다.

안드라를 처음 만든 윌리엄 이글스톤 3세의 부친은 유명한 사진작가 윌리엄 이글스톤. 이름이 3세로만 달라졌을 뿐 동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내림이다. 부친은 오디오파일이자 음악애호가, 스피커 자작 마니아였다고 하며, 영향을 받아 1992년에 회사를 설립, 1997년에 안드라를 제작하게 된다. 이제 미국 대형 스피커의 간판이 된 안드라는 안드라 Ⅱ, Ⅲ로 이어졌고, 지금은 안드라 Ⅲ 시그니처 SE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최초의 안드라와 달라진 것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외모가 달라졌다. 키가 한층 높아졌고, 덩치도 처음의 눈사람 같은 모습이 아니라 당당해졌다. 측면에는 화강암 패널 대신 알루미늄 패널을 부착했고, 전면에도 알루미늄 패널을 부착. 피아노 마감도 훨씬 뛰어나다. 또한 크로스오버 부품과 배선재, 그리고 바인딩 포스트도 변경되었다. 유닛도 달라졌다.

반면 안드라를 설명할 때 항상 되풀이하는 공통점이 있다. 매우 낮은 저역을 정확히 재생하기 위한 설계로 12인치 우퍼 2개를 아이소배릭 방식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형 서브우퍼에 버금가는 뛰어난 저역 재생이 가능하다. 그리고 우퍼와 미드레인지, 트위터 공히 동일한 경사를 이루며 전면 배플에 장착되어 있는데, 이 경사 각도는 주파수 대역별 시간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이다. 그리고 2개의 미드레인지는 크로스오버 없이 풀레인지 대역을 담당하며, 트위터는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은 에소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1997년부터 이글스톤웍스에서 일해 온 현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짐 톰슨 체제의 안드라 Ⅲ 시그니처 SE는 에소타 시리즈의 1인치 패브릭 돔 타입인 T330D 트위터, 6인치 카본 섬유 콘을 사용한 모렐의 슈프림 SCW636 미드레인지 2개, 12인치 폴리 콘 타입의 다인오디오 우퍼 2개를 아이소배릭 방식으로 채용했으며, 후면에 야구공 크기의 덕트가 있다. 주파수 응답은 18Hz-24kHz, 감도 88dB, 임피던스 8Ω의 스펙으로 앰프 대응력이 다소 좋아졌다. 시그니처 SE 모델의 특징은 크로스오버 부품과 배선재가 업그레이드되었고, 그리고 로듐 도금 바인딩 포스트를 사용한 것이 특징.

소리의 개요는 고급스러운 소리의 질감이라는 것이 이것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해상력이 뛰어나면서도 독특한 카리스마가 있으며, 그것을 힘으로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따스하게 감아쥐는 것이 특징. 그러면서 각 악기의 이미지가 정교·치밀하며 보컬의 끝마무리 묘사가 생생하다. 눈을 밟았을 때의 뽀드득하는 감촉뿐 아니라 발이 눈에서 떨어질 때의 미세한 여음이 들리는 대표적인 스피커이다. 우리 시대 오디오의 한 상징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닌 그런 제품이다. 볼 때마다 한 번 안아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시청에 사용한 앰프는 파라사운드의 프리와 모노블록 파워 앰프. 


가격 6,20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30.4cm 폴리 콘, 미드레인지(2) 15.2cm 카본 파이버 콘,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18Hz-24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8dB   
크기(WHD) 38.1×111.7×45.7cm   
무게 81.6kg

603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2년 10월호 - 6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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