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l Noble Line N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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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 Noble Line N15
  • 김남
  • 승인 2022.09.08 12:55
  • 2022년 09월호 (60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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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고 화려하면서도 겸양의 미덕이 함께 어우러지다

한 사람의 추억을 더듬고 있는 터에 이 제품을 듣는다. 그 추억은 이제 고인이 된 오디오 평론가 송영무 선생에 관한 것이다. 오디오 평론가 중 그이만큼 능란하게 글을 잘 쓰신 분도 없었고 인간적으로도 그만큼 순수한 분도 없었다. 오랜 투병 끝에 얼마 전 별세하셨는데 음악을 사랑하던 분의 죽음은 더 한층 가슴이 쓰리다. 무심코 파바로티의 ‘먼 산타루치아’를 듣다가 ‘산타루치아 잘 있어, 서러워 말아다오’ 구절에서 가슴에 습기가 맺힌다.

20여 년 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mbl 기종의 시연회가 있었던 날이다. 함께 도착해서 장소를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어디에서 피아노 소리가 울려 왔다. 그 연주 솜씨가 노련해 어떤 유명 피아니스트를 초청, 오픈 쇼를 하는구나 싶었다. 소리에 다가갈수록 피아노 연주가 더욱 실감 나게 들렸다. 어떤 고수를 이런 곳에 초빙을 했나 문을 열고 보니 룸 안에 피아노는 없었다. 그냥 mbl의 스피커와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이거 피아노가 아니잖아. 사기당했네.’ 송영무 선생의 한마디에 둘이 킬킬거리며 웃었던 기억, 그때 송 선생의 표정이 지금도 기억에 정지되어 있다. 그 뒤로도 어떤 시청 장소에서 mbl 기기를 보면 ‘mbl 저기 있네’ 그런 한마디를 하며 쳐다보던 시선, 그런 시선에 숨겨 있는 갖고 싶다는 애틋한 욕망의 의미를 오디오 애호가가 아니면 누가 알랴. 이제 천국에서 좋은 음악 마음껏 들으시기를 기도할 뿐.

우리 시대 오디오 브랜드 중 명기의 산실로 공인받고 있는 독일 mbl의 가장 인기 모델을 시청기로 만났다. 베를린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다는 이 모노블록 파워 앰프는 Noble(노블) 라인의 간판 제품인데, 이 라인은 mbl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레퍼런스이며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다. 이 시리즈에는 스테레오 파워 앰프, 프리앰프, 인티앰프, CD 플레이어도 함께 출시되어 있다.

전설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최상위 시리즈는 가격도 고가이지만 덩치도 너무 크다. 반면 노블 라인은 마감부터 인테리어, 성능까지 mbl의 속성을 유감없이 표출하고 있으며, 상위 모델의 설계와 성능이 대부분 이전되어 있고, 콤팩트(그래도 혼자 들 수 없지만)화되어 그야말로 고급 오디오 애호가들이 타깃으로 삼을 만하다. 가격도 mbl 기기 중에서는 무난한 편.

N15 모노블록 파워 앰프는 출력 560W(4Ω), 피크 출력 전류 36A인데도 발열이 거의 없는 것은 2세대 LASA(Linear Analog Switching Amplifier)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LASA 2.0은 ‘스피커 부하에 완전히 독립적인 주파수 응답 및 주파수와 무관한 낮은 왜곡’을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클래스D 설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스위치 모드 전원 공급 장치 대신 이중 차폐된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가 있는 전원 공급 장치를 채용한 것이 큰 특징. 그 외에 왜곡을 조절하기 위해 특허 기술인 소프트 클리핑도 적용했다. 또한 섀시 하단의 흡입구에서부터 출력 스테이지 및 전원 공급 장치를 거쳐 후면 패널 밖으로 흐르는 굴뚝 스타일의 공기 분배를 통해 내부 방열판으로 앰프를 냉각하는 방법도 탁월한 기술력.

오디오 기기를 외모만 보고서도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는 고수도 많지만, 그 예감이 대부분 들어맞는 것도 참 이상하다. 그래서 오디오 기기는 사람하고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mbl처럼 세련되고 화려하면서도 겸양의 미덕이 함께 어우러지는 제품은 기억에 없다. 게다가 동사의 제품은 엄격하게 통제된 제작 과정과 품질 보증으로 트러블이 없기로도 유명하다.

처음 mbl 사운드를 들으면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산간 계곡수 같은 청량한 맛, 묵직한 펀치력, 날카롭게 파고드는 고역대의 선열함, 그런 것들이 얼른 다가서지 않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청해 본 분들이라면 자극성이 없이 굉장한 자연스러움, 부드러운 윤기 등 아마 대표적으로 그런 인상을 많이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피아노의 중·저역에 특화되어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남아 있을 것이다. 보통 오디오 선택에서 3분 게임을 통과하려면 선열함, 펀치력 등이 우선되는데, mbl은 양반가의 장손처럼 얼른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미국 서부극의 영원한 주연 배우 게리 쿠퍼 같은 분위기인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호통 한 번 치지 않고 도움을 외면하는 마을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으며 묵묵히 혼자의 힘으로 악당들을 물리치고 거리를 떠나 버리는 서부극 최고의 명작 <하이 눈>이 mbl에서 떠오른다면 과잉 표현일 것인가?

이렇게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약간 노련한 귀에 천천히 다가서는 특징이 있다. 써 갈수록 은근한 광채를 나타내는 온기가 서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mbl 사운드를 듣다 보면 보통 깨끗하고 광채 나는 일반적 사운드들이 상당히 천박하다는 느낌을 비로소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시청은 N11 프리앰프와 함께 베리티 오디오 라크메, PSB 싱크로니 B600 스피커로 진행되었다. mbl답게 모든 곡에서 음악의 품위가 느껴진다. 흔히 들을 수 없는 깨끗하면서도 장쾌한 사운드와 함께 해상도와 입체감, 실체감이 더욱 배가되는 것이 느껴진다. 역시 mbl이다.


가격 4,760만원   
실효 출력 560W(4Ω)   
아날로그 입력 XLR×2   
아날로그 출력 XLR×1   
MBL 스마트링크 지원(2)   
크기(WHD) 45×15×4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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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9월호 - 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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