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epan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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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epan 30.7
  • 김편
  • 승인 2022.09.08 10:38
  • 2022년 09월호 (60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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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판의 플래그십, 단언컨대 리본 스피커의 지존

지난 8월 초 경기 분당의 전망 좋은 수입사 시청실, 아이겐스페이스에서 마그네판(Magnepan)의 플래그십 스피커 30.7을 들었다. 지금까지 이들의 20.7, 1.7i, .7 모델을 리뷰하면서 그 크기와 소리에 놀랐는데, 이번에는 레벨 자체가 달랐다. 높이가 200cm에 달하는 데다 채널당 2개 패널, 총 4개 패널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제작사 마그네판은 평판 유닛 스피커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 1969년에 설립되어 1971년부터 평판 스피커를 만들어왔고, 현재 쿼지 리본(Quasi Ribbon) 드라이버를 기본으로 30.7과 20.7 두 상급 모델에는 고역 유닛으로 트루 리본(True Ribbon) 트위터를 투입하고 있다.

트루 리본 트위터는 얇은 알루미늄 포일을 N, S 마그넷 사이에 집어넣어 소리를 낸다. 즉, 진동판 자체가 음악 신호가 흐르는 도체인 셈. 이에 비해 쿼지 리본 트위터는 얇은 마일러 필름에 알루미늄 포일을 붙여 마그넷 앞이나 뒤, 혹은 두 마그넷 사이에 집어넣어 소리를 낸다. 필름을 사용하는 만큼 진동판이 더 넓은 면적을 가질 수 있어 중·저역 재생에 유리하다.

30.7은 이들 트루 리본과 쿼지 리본 드라이버를 혼용해서 썼다. 폭이 더 좁은(36.8cm) 안쪽 패널에는 트루 리본 트위터와 쿼지 리본 미드레인지 유닛, 폭이 보다 넓은(73.7cm) 바깥쪽 패널에는 미드·베이스 쿼지 리본 드라이버와 2개의 베이스 쿼지 리본 드라이버가 수납됐다. 두 패널 모두 두께는 5.2cm에 불과할 정도로 얇다.

결국 30.7은 4웨이, 5개 유닛 스피커로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차 오더 네트워크를 썼다. 공칭 임피던스는 4Ω. 트루 리본 트위터를 쓴 덕분에 고음을 40kHz까지 플랫하게 커버하는 점이 놀랍다. 이에 비해 쿼지 리본 트위터를 쓴 1.7i나 .7 모델은 24kHz를 보인다. 30.7은 또한 평판 우퍼 사이즈가 큰 덕분에 저음이 마그네판 현역 모델 중 가장 낮은 24Hz까지 플랫하게 내려간다. 확실히 평판 스피커는 덩치와 넓이가 계급이다.

30.7은 또한 다이폴(Dipole) 스피커다. 유닛을 가두는 인클로저가 없기 때문에 기존 박스형 인클로저가 일으키는 정재파나 회절, 공진 같은 폐해가 없다. 실제로 중·고역 패널을 뒤에서 보면 트루 리본 트위터의 얇은 알루미늄 포일이 농염한 뒤태를 드러낸다. 다른 유닛은 얇은 패브릭 그릴로 덮였다. 30.7에 있어서 인클로저는 유닛을 지탱해주는 프레임에 불과하다.

한편 30.7이 채널당 2개 패널로 이뤄진 만큼 스피커 케이블 연결법이 궁금했는데, 스피커 케이블은 중·저역 패널 하단에 마련된 싱글 와이어링 커넥터에 연결하면 된다. 이렇게 입력된 신호는 점퍼 케이블을 통해 중·고역 패널로 넘어간다. 두 패널 모두 하단에 저항을 달아 각 대역 음압을 줄일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와 진동판 보호를 위한 퓨즈가 마련됐다.

시청에는 아큐페이즈의 분리형 소스기기 DP-1000·DC-1000, 프리앰프 C-3900, 클래스A 증폭으로 8Ω에서 100W를 내는 모노블록 파워 앰프 A-250을 동원했다. 30.7 두 채널 모두 중·고역 패널을 안쪽에 위치시켰고 토인도 주었다.

먼저 다이애나 크롤의 ‘No Moon At All’을 들어보면, 이 정도로 음상이 핀포인트로 맺힐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미지 메이킹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음은 선명하고 깨끗하며 무대 앞은 더할 나위 없이 투명한 상황. 음의 직진성이 좋아 룸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평판 스피커와 박스형 인클로저 스피커의 온갖 폐해를 없앤 다이폴 스피커의 시너지 효과다. 첼로는 이 세상 저역이 아닌 듯 깊고 낮은 저음을 토해냈다.

마크 오'코너스 핫 스윙 트리오의 ‘Honeysuckle Rose’에서는 스피드와 해상력이 돋보였다. 상당히 많은 악기들이 등장하는 곡인데도 어느 하나 섞이거나 누락되거나 흐릿해지는 구석이 없다. 얇고 가벼운 진동판이 빠르게 움직이는 리본 유닛의 장점이 크게 드러난 셈. 무대의 앞뒤 길이 역시 역대급으로 깊은데, 이는 전적으로 다이폴 스피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송광사 새벽예불 CD에서 ‘법고’를 들어보면 처음 쏟아지는 법고의 엄청난 타격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스피커 뒷벽 가운데에서 출발한 음들이 시청실 공기를 팍팍 찢어버렸다는 인상. 아큐페이즈 클래스A 모노블록 파워 앰프 덕도 크게 봤겠지만, 리본 우퍼가 내는 저음은 다이내믹 드라이버만 못할 것이라는 필자의 몹쓸 편견이 산산조각 났다. 강하고 둔탁하고 재빠르고 섬세했다.

이반 피셔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스트라빈스키 불새 중 ‘The Infernal Dance’는 초반 음들이 갑자기 쏟아지며 음압을 높이는 순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포착해낸다. 물리적인 진동판이 아니라 실제 악기들이 연주를 하는 것 같다. 이후에는 음들이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순풍순풍 나왔는데, 30.7 자체가 스피커처럼 생기지 않아서 이러한 음의 이탈감이 더욱 돋보였다.

예전에 들어본 마그네판 1.7i에서는 경쾌하고 사뿐한 음에, 20.7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깊게 내려간 저음에 놀랐다. 이번 30.7은 각 대역 해상력과 레인지, 다이내믹스를 더 극한으로 몰고간 느낌. 단언컨대 합당한 마그네판의 플래그십이자 리본 스피커의 지존이다. 


가격 5,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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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9월호 - 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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