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epan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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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epan 20.7
  • 김편
  • 승인 2022.08.12 03:27
  • 2022년 08월호 (60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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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판, 오페라 인물들의 기척까지 잡아내다

미국 마그네판(Magnepan)은 평판 유닛 스피커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다. 1969년에 설립되어 1971년부터 평판 스피커를 만들어왔다. 처음에는 평판 마그네틱(Planar Magnetic) 드라이버를 썼지만, 지금은 쿼지 리본(Quasi Ribbon) 드라이버를 기본으로 상급 모델에는 트루 리본(True Ribbon) 트위터를 투입하고 있다.

평판 마그네틱 드라이버는 음악 신호가 흐르는 얇고 널찍한 진동판을 마그넷 앞이나 뒤, 혹은 두 마그넷 사이에 집어넣어 소리를 낸다. 자기장 사이에서 전기가 흐르면 플레밍의 왼손 법칙에 의해 힘(운동)이 생기는 원리다. 일반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다른 것은 음악 신호가 흐르는 보이스코일이 진동판에 직접 이식됐다는 것.

이에 비해 트루 리본 드라이버는 알루미늄 포일을 N, S 마그넷 사이에 집어넣어 소리를 낸다. 이 역시 플레밍의 왼손 법칙을 이용하는데, 긴 띠 모양의 알루미늄 포일이 리본을 닮았다고 해서 리본 드라이버다. 평판 마그네틱 드라이버가 폴리에스터나 캡톤 필름 같은 얇은 진동판에 초박막 도체(보이스코일)를 코팅한 데 비해, 리본 드라이버는 진동판 자체가 도체다.

쿼지 리본 드라이버는 형태는 트루 리본 드라이버와 유사(Quasi)하지만, 길게 늘어뜨린 얇은 마일러(Mylar) 필름에 알루미늄 포일을 붙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진동판으로 얇고 가벼운 필름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평판 마그네틱, 음악 신호가 흐르는 것은 결국 알루미늄 포일이라는 점에서는 리본 드라이버다.

이번 시청기인 마그네판 20.7은 고역은 트루 리본 트위터, 중역과 저역은 2개의 쿼지 리본 드라이버가 책임지는 3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전작 20.1에 있던 커다란 네트워크 박스가 사라진 점이 특징. 20.7 위로는 전 대역을 트루 리본 드라이버가 커버하는 4타워의 플래그십 30.7이 있고, 아래로는 3.7i(트루 리본 트위터/쿼지 리본 미드·베이스)와 1.7i, .7(이상 쿼지 리본 드라이버)이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21사운드 시청실에서 접한 20.7은 평판 스피커답게 크고 얇았다. 가로폭이 73.7cm, 높이가 200.7cm나 되지만 두께는 5.2cm에 불과하다. 이렇게 두께가 얇은 것은 진동판이 낸 소리를 가두는 인클로저가 없기 때문인데, 이처럼 드라이버 후면이 개방된 다이폴 스피커는 인클로저로 인한 사운드의 왜곡과 착색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정면에서 봤을 때 가로폭이 좁은 패브릭 그릴이 있는 쪽이 트위터다. 알루미늄 포일 진동판의 세로 길이는 1524mm, 가로폭은 6.35mm이며,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얇고 가벼운 속성 때문에 아주 작은 신호까지도 섬세하게 포착, 재생할 수 있다. 쿼지 리본 미드와 베이스 진동판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다.

뒤를 보면 하단에 싱글 와이어링 전용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가 있다. 과전류로 인한 진동판 파손 방지를 위한 퓨즈(트위터 2.5A, 미드레인지 5A), 시청 환경에 따라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음압을 1-2dB 줄여 더 온화한 사운드를 얻을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도 보인다. 점퍼를 빼고 기본 제공되는 1Ω 저항을 집어넣으면 된다.

스펙을 보면 공칭 임피던스는 4Ω, 감도는 86dB, 주파수 응답 특성은 25Hz-40kHz를 보인다. 쿼지 리본 트위터를 쓴 1.7i의 고역 상한이 24kHz인 점을 고려하면 20.7에 투입된 트루 리본 트위터의 위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공칭 임피던스와 감도 모두 낮기 때문에 앰프 매칭에 큰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그네판에 따르면 트위터부를 바깥쪽으로 하면 스윗스팟이 넓어지고 안쪽으로 하면 이미징이 또렷해진다. 마그네판은 또한 토인은 반드시 줘야한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마그네판 스피커들이 후면에서도 소리가 나오는 다이폴 구조라서 토인을 주지 않을 경우 후면파가 뒷벽의 반사파와 만나 특정 주파수에서 딥과 피크를 일으키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마그네판 20.7 시청에는 나닥 플레이어와 아큐페이즈 인티앰프 E-800을 동원,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포플레이의 ‘Tally Ho!’는 맑고 깨끗하며 탄력적인 음들의 잔치. 두께가 저토록 얇은 스피커에서 이렇게 높은 음압과 생생한 기운이 느껴지는 점이 놀랍다. 쾌활하고 명랑하게 연주한다는 인상. 특히 드럼 림 플레이의 고음이 또렷한데 이는 전적으로 트루 리본 트위터의 공이다.

브라이언 브롬버그가 연주한 ‘The Saga of Harrison Crabfeathers’에서는 무대 가운데에 덩치 큰 베이스가 듬직하게 자리잡는다. 예상 외로 깊고 굵게 내려가는 저역이 일품. 노먼 델 마가 지휘한 브리튼 오페라 노아의 홍수 중 ‘Noye, Noye, Take Thou Thy Company’에서는 라이브 무대를 배회하는 등장인물들의 활기찬 기척에, 마이클 스턴과 캔자스 시티 심포니의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에서는 파이프 오르간의 흐트러짐 없는 저음에 넋을 잃고 말았다. 이들이 들려준 소리와 무대가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가격 2,800만원   
구성 3웨이   
재생주파수대역 25Hz-40kHz   
출력음압레벨 86dB   
임피던스 4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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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8월호 - 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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