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1996년에 등장한 아우디아 플라이트 사는 초기에 파워 앰프 플라이트 100으로 즉시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 동사는 20여 년의 시간 동안 변함없이 소수 정예 몇 사람이 수공예 제품처럼 소수의 앰프만을 만들고 있다. 그 때문에 다른 제작사와 달리 시리즈 분류도 4개의 시리즈가 전부일 정도로 단출하다. 또한 각 시리즈에 속한 기종도 서넛으로 소수 정예의 집중도를 보여준다.
현재 동사의 주력기는 FLS 시리즈의 인티앰프다. 본 시청기 FLS9와 상위 버전 FLS10이 대표 기종이다. 둘의 큰 차이는 출력이다(200W와 150W로). 이렇게 FLS9는 출력이 줄어든 만큼 트랜스 등의 무게감도 줄어 전체적으로 FLS10보다 슬림화되어 보통 가정용으로 친화력이 훨씬 높다.
FLS9의 기술적 배경은 프리단이 풀 밸런스 회로라는 점, 로컬 전류 피드백이 있는 트랜스임피던스 회로를 사용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전류 피드백 방식이라는 것은 기존 많은 기기들이 전압 피드백 방식을 사용해 스피드가 느리고 주파수 대역이 비좁아졌는데, 그걸 개선하기 위해 입력 시그널 자체는 일체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증폭 회로만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발된 것이다.
FLS9는 DAC가 내장되어 있는 기종과 제외된 기종으로 나뉜다. 괜찮은 DAC를 소유한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이다. FLS9 DAC의 DAC 보드는 단품 DAC 못지않은 내용을 자랑한다. 비동기식 USB 입력으로 PCM은 32비트/384kHz, DSD는 512까지 처리한다. 그 외에 옵티컬 두 개, AES/EBU 하나, 코액셜 하나, 총 4개의 디지털 입력단을 추가로 갖추고 있다.
하베스가 근래 모든 제품에 대한 모델 변경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시리즈인 XD를 내세우고 있다. 이 시리즈에는 모두 5기종이 라인업 되어 있는데, SHL 5 플러스 XD는 위에서 2번째 크기이며, 우리네 주거 공간에서는 가장 존재감 있는 모델이라 할 만하다.
XD 시리즈는 하베스가 몇 년 전 한시적으로 내놓은 40주년 기념작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다시 개선해서 정규 라인업으로 올린 것이다. XD 시리즈가 전작에 비해 개선된 점은 주로 네트워크 쪽이다. 고가의 커패시터와 내부 배선재, 새롭게 개발한 필터가 투입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이 시리즈는 정통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종래의 다소 고전적인 사운드를 현대식 3D 사운드에 가깝게 튜닝했다.
하베스의 가장 큰 특징은 그 고전적인 영국제 인클로저일 것이다. 수많은 스피커가 있지만 하베스의 통 컬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일반적인 무늬목 인클로저인데도 왜 그렇게 맑고 고운지 모르겠다. 자체 가공 능력 때문이겠지만, 그 평범하면서도 은은한 컬러부터 마음에 든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얇은 인클로저 6면의 두께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울림을 조절하기 위한 치밀한 튜닝의 결과인데, 일률적으로 같은 것이 아니라 제품 크기에 따라 또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제작사에서 모방하기도 힘들다. 그들은 이것을 패널 튜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공명을 제어하고 낮은 착색과 높은 감도를 유지하는 노하우가 이것에서 기인한다고. 그런 이유 때문에 하베스의 색감은 굉장히 공통점이 많다.
하베스의 또 하나 정통적인 특징은 우퍼가 자체 제작 폴리머 콘을 사용한다는 점. 하베스는 이 콘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다. 현재 하베스의 대표인 앨런 쇼가 인수할 무렵부터 기존 폴리프로필렌 콘을 능가할 수 있는 합성수지를 찾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고급 라우드스피커의 연구 개발에서(from Research and Development In Advanced Loudspeakers)의 약자인 래디얼(RADIAL)이라는 폴리머 복합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동사는 이 재질의 유닛으로 전면 개조했으며, 현재는 더 성능이 진화된 래디얼2를 도입했다.
XD 시리즈의 대표적인 제품인 SHL 5 플러스 XD는 새로워진 하베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들려주는 제품으로, 종전의 다소 온화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 같았던 음색과는 약간 다르다. 중년 여성이 아니라 생기발랄한 젊은 아가씨처럼 달라졌다. 그리고 이 하베스는 대형 스피커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공간도 커버할 수 있겠다. 또한 FLS9 DAC의 소리는 일반적 인티앰프의 기대치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섬세함, 펀치력, 밀도감과 미려함에서 약점을 잡기가 어렵다. 수작 인티앰프라는 평가에 부족함이 없다.
이 매칭에서도 그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모든 사운드에서 상당한 투명성이 느껴지고, 그와 함께 상큼하고 침투력이 강력하게 드러난다. 조임새가 있어서 음이 탄력적이고, 창을 열고 싱싱하고 넓은 잔디 정원을 바라보는 듯 개방성이 좋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이 쭉쭉 호쾌하게 뻗어 나간다. 현의 독주는 깊이감과 강하게 비벼 드는 감촉이 있어 시원한 음감을 보여 준다.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괄목할 만하다.
이 2기종의 매칭은 클래식이든 팝이든 재즈든 대부분 잘 맞는 범용 시스템으로 만족도가 높다. 디자인의 밸런스도 뛰어나다. 참 좋은 분위기의 한 쌍을 보면 기분이 좋다. 행복하시라는 그런 인사말이 절로 나오는 매칭이며, 무엇보다도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이 이루어진 신뢰도 만점인 제품의 앙상블이다.
Harbeth SHL 5 Plus XD
가격 65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래디얼 2, 트위터 2.5cm, 슈퍼 트위터 2cm 재생주파수대역 40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6Ω 파워핸들링 150W 크기(WHD) 32.2×63.5×30cm 무게 15.8kg
Audia Flight FLS9 DAC
가격 1,100만원(FLS9 : 960만원) 실효 출력 150W(8Ω), 290W(4Ω), 500W(2Ω)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2, Coaxial×1,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아날로그 출력 RCA×1, REC×1, XLR×1 주파수 응답 0.3Hz-500kHz(-3dB) S/N비 110dB THD 0.05% 이하 입력 임피던스 47㏀ 댐핑 팩터 500 이상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5×15×44cm 무게 25.5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