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시작된 캠브리지 오디오(Cambridge Audio)의 놀라운 가성비의 염가형 DAC, DacMagic이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모델 DacMagic 200M으로 등장했다. DacMagic은 당대 최고의 기능과 사양을 염가로 녹여내는 마술을 부려왔다. 90년대 중반에는 HDCD를, 2000년대 초반에는 비동기식 업샘플링을, 2000년대 중후반에는 USB 오디오를 탑재하며 가격 이상의 기능과 성능으로 성공을 거두었는데, 2022년의 새로운 DacMagic은 어떤 차별화를 이루었을까.
일단 기능적 변신은 MQA인데, 단순히 MQA 디코더의 추가가 전부는 아니다. DacMagic 기술의 원형은 에지 시리즈에서 시작된 디지털 설계의 변화에 있다. 캠브리지 오디오의 50주년 제품 에지 NQ는 이 회사 디지털 기기들 중 ESS Sabre DAC를 최초로 탑재하며 DAC 회로 및 디지털 필터 설계에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에지 NQ 이전까지는 애너그램에서 사들인 업샘플링 알고리듬 Q5 ATF(Adaptive Time Filtering) 기반의 DSP 회로와 알고리듬을 사용하여 24비트/384kHz의 업샘플링 처리를 하고, 제품 가격에 따라 울프슨, 버 브라운 또는 아날로그 디바이스 등 다양한 DAC 칩들을 사용해왔다. 이러한 자체 디지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지난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캠브리지 오디오의 CD 플레이어, 네트워크 플레이어, DAC의 핵심 기술이 되었다. 이로 인해 캠브리지 오디오는 MQA 지원에 유보적인 자세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에지 NQ에서 DAC를 바꾸며 ESS Sabre DAC의 강력한 디지털 필터를 활용하며 기존 ATF에 비견될 만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되었다. DAC 칩의 디지털 필터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하여 DSP 칩이나 디지털 필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설계나 부품 비용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DAC 칩은 라이선스만 받으면 간단히 MQA 풀 디코더를 구현할 수 있다. 에지 NQ가 처음으로 시작한 DAC 설계의 변화는 사운드 퀄러티의 호평에 힘입어 캠브리지 오디오는 디지털 기기 설계 전반에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후 등장하는 모델들은 ESS의 DAC 칩들을 기반으로 설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설계의 변화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던 MQA 디코더 제공에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DacMagic 200M에서 캠브리지 오디오 최초로 MQA 풀 디코더를 내장하게 된 것이다.
DacMagic 200M 내부를 보면 이런 설계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기기 우측에 위치한 DAC 회로는 좌·우 채널에 ES9028Q2M을 1개씩 배치하고, 이후 아날로그 출력단은 풀 밸런스드 회로와 RCA 전용 언밸런스 회로 등을 분리·설계해 두었다. 2000년대 이후 DacMagic에서 항상 사용해왔던 ATF 디지털 업샘플링 필터와 DSP 회로가 사라졌다. USB 입력단에 USB 오디오 입력을 위해 설계된 XMOS DSP가 있긴 하지만, ATF의 애너그램 디지털 필터가 자취를 감추었다. 즉, 지난 16년간 사용해 온 모든 업샘플링 처리가 새로운 디지털 필터로 교체된 것이다. PCM 신호와 DSD 신호의 처리 외에 MQA 음원들도 완벽하게 재생하는 풀 디코더는 44.1/48kHz를 88.2/96kHz로 풀어내는 기본 디코딩 기능보다도 88.2/96kHz를 최대 352.8/384kHz로 업샘플링시키는 MQA 렌더러가 지닌 디지털 필터 기술에 더 큰 장점이 있다. ESS Sabre DAC 칩은 이 디지털 업샘플링 기술을 차용한 디지털 필터를 내장시켜, MQA가 아닌 음원들에 대해서도 MQA와 흡사한 성능의 업샘플링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DacMagic은 Fast, Slow, 그리고 Short Delay라는 3가지 필터를 제공하는데 MQA 업샘플링 필터 기술을 차용한 것이 Short Delay 필터이다. 꼭 MQA 음원이 아니더라도, 이 필터를 사용하면 MQA의 업샘플링 음질과 유사한 성능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AC 칩의 변화와 ESS Sabre가 지원하는 디지털 필터의 적용으로 내부 디지털 신호 처리의 영역도 한 단계 높아져 PCM 768kHz, DSD 512로 에지 NQ에 비해 2배 높은 음원 데이터를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aptX 코덱을 갖춘 블루투스 오디오 기능을 지원하고, 소스기기 모드와 프리앰프 모드를 제공하여 순수 소스 DAC로 쓰거나 액티브 스피커에 직결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헤드파이 유저들을 위한 헤드폰 앰프도 제공한다.
DacMagic 200M의 사운드적 특징은 세밀한 디테일과 매끄러운 톤을 자랑하는 중·고역에 있다. 중역은 상당히 투명하고 맑은 톤에 가까운데, 전체 밸런스로 볼 때 둔중하거나 두꺼운 중역과는 거리가 멀다. 약간 슬림하고 가늘게 들리는 톤에 가까운데, 이는 매끄럽고 디테일한 처리가 뛰어나 고역과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저음은 양감보다는 단단하고 정갈한, 깨끗한 톤의 저음을 들려준다. 투명하고 세련된 디테일, 해상력의 장점을 통해 사운드 스테이지의 형성도 매우 입체적이며, 중앙 음상의 심도와 악기들 간의 거리 구분도 상당히 좋다.
에지 NQ 이후 새로운 디지털 설계로 방향을 바꾼 캠브리지 오디오의 첫 작품인 DacMagic 200M은 확실히 변모한 이 회사의 설계와 사운드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국제 DAC들의 수많은 경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술 같은 능력으로 클래스가 다른 성능을 사운드로 입증한다. 하이파이의 초심자들이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시도할 만한 입문형 DAC의 최강자가 등장했다.
가격 88만원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2, USB B×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DAC 듀얼 ESS ES9028Q2M
주파수 응답 10Hz-50kHz(±1dB)
최대 출력 레벨 2.1V(RCA), 4.2V(XLR)
출력 임피던스 50Ω 이하(RCA), 100Ω 이하(XLR)
S/N비 115dB 이상
THD+N 0.0005% 이하
크로스토크 -110dB 이하
룬 테스티드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4.2, aptX)
헤드폰 출력 지원(10-600Ω)
크기(WHD) 21.5×5.2×19.1cm
무게 1.2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