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H Model Five & Vincent SV-237MKⅡ
상태바
KLH Model Five & Vincent SV-237MKⅡ
  • 김남
  • 승인 2022.06.08 11:54
  • 2022년 06월호 (599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디오의 진실과 마주하는 특별한 시간

스피커는 아무래도 페이퍼 콘을 사용한 제품이 가장 무난한 것 아닐까? 페이퍼를 능가하기 위해 온갖 재료를 사용하고 특성을 과시하지만 조금 듣다 보면 아무래도 역시 페이퍼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JBL, 알텍을 위시해 AR, 웨스트레이크의 명기는 모두 페이퍼 콘이었다. 페이퍼 콘의 풀레인지이라야 보컬이 살아 숨쉬는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인데 틀린 것일까? 이 KLH의 스피커를 대하니 그런 생각이 소록소록 솟아난다. 마치 왕년의 명기 AR-3을 다시 대하는 것 같다. 당연히 그 기종과 같이 밀폐형이고 3웨이.

지금 세대는 이 KLH 스피커를 잘 모를 것이다. 왕년에 미국 밀폐형 스피커의 양대 본산(AR과 함께)이었는데, 외면을 다듬지 않고 수수한 보급형 스타일로 생산을 이어가다가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태에서 잊힌 상태가 되었다가 이 명기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현지의 요구가 일면서 50여 년 만에 마치 멀리 떠났다가 고향에 돌아오듯 다시 선을 보인다. 모델 파이브는 왕년의 AR-3 풍모를 닮았고, 그릴 역시 영락없이 옛 초가집의 정취가 역력한데, 오래된 마니아라면 가슴 뭉클해 할 것이다. 듣지 않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릿해지는 그런 명기의 환생 아닌가.

이 제품을 처음 제작했던 분은 이미 고인이 되었는데, 세계 오디오 사에 기록되어 있는 MIT 공대 출신의 헨리 클로스라는 분으로, 그는 당대 최고의 스피커 이론가였으며 밀폐형 스피커의 기술적 이론을 세우기도 했다.

당연히 이 기종 역시 밀폐형. 밀폐형이란 말 그대로 스피커에 덕트가 없이 꽉 막혀 있는 공간에서 전기가 통하면 우퍼 진동판이 만들어 내는 내부의 공기 압력이 커지는데, 그 힘을 이용해 진동판 움직임을 컨트롤한다는 개념이다. 장점은 엄청나다. 깨끗함, 밀도감, 깊이감에서 덕트가 뚫려 있는 제품보다 효과적이며,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저역의 아름다움은 감동적. 하지만 사용 앰프의 파워가 높고 질이 좋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번 시청기는 단순히 그대로 복각만 한 것이 아니고 3웨이 3유닛, 밀폐형의 기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스탠드까지 새 설계를 한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밀폐형의 장점은 ‘현 시점에서 가장 정확하고 리니어한 인클로저 디자인이면서 10인치 우퍼가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경우에도 깨끗한 저음을 낸다. 베이스 리플렉스는 50Hz 밑으로 내려가는 현대 녹음을 재생하기에는 문제가 많지만 밀폐형에서는 그런 단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오직 소리로서만 승부를 건다. 가격대도 저렴하다. 귀가 밝은 진정한 소비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라는 초기의 전략을 그대로 되풀이는 듯하다.

매칭 앰프는 이미 상당한 애호가를 확보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인티앰프로, 빈센트의 최신 버전인 SV-237MKⅡ. 종래에서 달라진 점은 블루투스가 추가되어 스마트폰 등으로 페어링해서 간편하게 음악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는 동일하다. 12AX7 1알과 2알의 6N1P 관을 투입하고 대용량의 전원부를 배경으로 상당한 소리를 뽑아낸다. 더구나 10W까지는 A급 출력이라 보통의 경우는 A급 앰프라 보면 된다. 프리 아웃 단자가 있어서 외부 파워 앰프를 사용할 수도 있고 톤 컨트롤, 헤드폰 단자 등도 마련되어 있다.

이 앰프를 여러 차례 들으면서 그럴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대체 이보다 더 투자해 가면서 고가 제품을 써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라는 기술이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아마 그런 방식의 제품으로는 가장 윗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이 가격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외모 역시 빈티지 스타일이어서 스피커와 절묘하게 매칭이 좋으며 스타일뿐 아니라 소리 역시 이런 우정은 쉽지 않을 듯.

우선 스피커의 소리 특성은 섬세하고 중후하며 밀도감이 특징인데, 이 앰프 역시 비슷한 특성을 지닌 기종이다. 두 기종의 매칭은 무엇보다도 활기가 충만하면서도 섬세, 미려하다. 밀도가 뛰어나서 길게 음을 물고 늘어지는 쾌감이 있다. 음색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 펼쳐진 듯하다. 빈티지 같은 분위기의 제품에서 이렇게 맑고 선명한 소리, 미려한 윤기와 끈끈함이 있다니 놀랍다. 매칭 시스템으로서는 최고의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마치 사운드의 스탠더드라고 평가할 수 있겠고, 팝 보컬을 들으면 풍윤하면서도 나긋하고 애조가 서린다. 마음에 스며드는 감동을 억제하기 어렵다. 음장감도 좋다. 왜 이 스피커를 50여 년 만에 리바이벌했는지 이해가 된다. 또 한 번 오디오의 진실을 보는 것 같다.


KLH Model Five
가격 350만원(스탠드 포함)   구성 3웨이 3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25.4cm, 미드레인지 10.1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2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80Hz, 2850Hz   출력음압레벨 90.5dB/2.83V/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20-200W   파워핸들링 200W   크기(WHD) 35×66×29.2cm   무게 20kg

Vincent SV-237MKⅡ
가격 330만원   실효 출력 150W(8Ω), 250W(4Ω), 10W(8Ω, 클래스A)   사용 진공관 12AX7×1, 6N1P×2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아날로그 입력 RCA×3   REC/프리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0Hz-50kHz(±2dB)   DAC 24비트/192kHz, PCM5100   S/N비 82.8dB 이상   THD 0.1% 이하   입력 임피던스 47㏀   입력 감도 300mV   블루투스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3×15.2×43.5cm   무게 20.4kg

59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2년 06월호 - 599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