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 ROSE RA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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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Fi ROSE RA180
  • 코난
  • 승인 2022.04.07 16:08
  • 2022년 04월호 (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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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진심으로 완성한 명작 하이파이 앰프

하이파이 로즈(HiFi ROSE)가 새로운 인티앰프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출시가 임박해서였다. 어떤 정보도 없었고 귀띔도 없었기에 대뜸 디자인부터 보곤 더욱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첫 눈에 휘황찬란한 1970년대 디자인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열 개에 가까운 노브와 위 아래로 움직이는 토글스위치들, 게다가 노란 불빛을 뿜어내는 VU 미터들이 전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솔직히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난감할 정도로 그 옛날의 향수 섞인 앰프가 다시 환생한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기억한다. 빈티지 오디오를 아주 많이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어렸을 적 쇼윈도에도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수십 년 전 녹턴형 리시버들. 가로로 횡단하는 은은한 불빛, 그리고 가까이에서 봐야만 그 쓰임새를 알 수 있는 많은 다이얼과 노브, 스위치들 말이다. 그리고 하이파이 로즈의 RA180 인티앰프에서 우연히 복고주의와 마주쳤다. 자, 이제 하이파이 로즈의 RA180에서 그 당시 노브와 다이얼, 토글을 돌리던 손맛을 다시 느껴볼 차례다.

하이파이 로즈가 꿈꾼 하이파이 앰프
RA180이 처음 필자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 후 일단은 전면에 나열된 각종 노브와 스위치의 기능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매뉴얼을 보면서 살펴보았다. 좌측부터 보면 입력 실렉터가 마련되어 있고, XLR 포함 라인 입력 4조, 그리고 포노 입력이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옆으로는 최근 앰프들에선 대부분 사라졌던 톤 컨트롤 노브가 있어 고역과 저역을 일정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도 있다. 옆으로는 좌우 채널 음량 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슬라이드 방식 노브를 마련해 놓았다.

그 아래로는 요즘 앰프는 물론 과거 빈티지 앰프들에서도 보기 힘든 기능들을 담은 노브가 있다. 일단 H/F 크로스오버 기능을 담당하는 노브 두 개다. 이는 고역과 저역을 내장된 별도의 파워 앰프로 제어할 때 고역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어떤 구간에서 컷-오프시킬 것인지 지정해 줄 수 있는 기능이다. 그리고 우측의 노브를 사용해 게인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RA180이 별도의 파워 앰프를 줄줄이 엮지 않아도 스스로 내부에서 바이앰핑 모드를 지원한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그 바로 옆으로는 포노 앰프 EQ를 마련해놓은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포노 앰프를 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데 왜 노브가 두 개나 필요할까? 만일 과거 모노 시절 LP를 종종 듣는다면 이 노브를 활용해 보다 더 그 시절 녹음 특성에 근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당시엔 현재 기준인 RIAA 커브가 아닌 데카, 콜롬비아, 텔덱 등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음반사들이 제각각의 커브를 적용해 LP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RA180에선 RIAA 외에도 다양한 커브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커브를 지원하는 포노 앰프 자체가 흔치 않다는 걸 안다면 정말 귀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우측으론 레벨 미터가 은은한 불빛을 비추고 있으며, 그 옆으론 마치 시계의 무브먼트를 보는 듯한 디자인의 볼륨부가 위치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전원 및 스피커 A/B 실렉터가 보이며, 그 위로 바이패스 스위치가 보인다. 이 외에 전면 LED 밝기 조절 및 서브소닉, 음량 감쇄 스위치 등이 보인다. 한편 IR 수신기를 RA180 앰프 후면의 IR 리시버 단자에 꽂을 수 있고 트리거 입력도 지원한다. 그리고 모바일에서 ‘ROSE AMP Connect’를 실행하면 다양한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리모컨처럼 조절 가능하다. 하이파이 로즈가 꿈꾼 하이파이 앰프는 현대 하이엔드 앰프에서 사라졌던 다양한 편의 기능과 디자인의 멋을 살리되 인터페이스, 편의성 측면도 양립하는 것이다.

셋업
스피커에 RA180을 연결하려고, 후면을 보면 전면 만큼이나 무척 다양한 입·출력 단자들이 빼곡하다. 특히 출력 단자가 상당히 많은데, 일반 스테레오 앰프만 써온 사람들에겐 잠시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일단 자신이 사용하는 스피커가 싱글 와이어링인지 바이 와이어링을 지원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싱글 와이어링만 대응한다면 일반적인 모드는 물론 BTL 모드를 활용할 수 있고, 바이 와이어링을 지원한다면 BTL은 물론 바이앰핑 모드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엔 MSB 아날로그 DAC 및 트랜스로터 Zet 3 MK2를 사용했고, 스피커는 베리티 오디오 리엔치 및 KEF LS50 메타 등을 두루 사용했음을 밝힌다.

청음
기본적으로 이 앰프의 대역 밸런스나 토널 밸런스는 꽤 중립적인 편이다. 예를 들어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Labyrinth’를 들어보면 소화하는 대역 자체가 매우 넓어 고역 끝단까지 시원하게 치고 올라간다. 음원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듯 생생한 실체감이 느껴지는 소리다. 차가운 느낌은 덜하며 종종 예상보다 더 높은 온기를 느끼게 해주기도 해서 놀라웠다. 피아노 타건이 한 올 한 올 피어나는 듯 또렷하고 청량감이 잘 전해진다.

이 앰프가 들어온 후 클래식 외에 팝이나 록, 재즈, 블루스 감상 비중이 꽤 늘었다. 어떤 곡을 재생해도 윤곽이 뚜렷하고, 작은 구간, 커다란 구간에서 음폭이 분명하게 느껴져서인 듯하다. 물리적으로 표현하자면 음각과 양각의 깊이 차이가 분명해서다. 예를 들어 존 메이어의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을 들어보면 보컬은 중앙에서 분명히 넓고 도톰하게 분명한 윤곽을 그리며 위치한다. 전방의 기타와 베이스는 묵직하게 휘몰아치지만 후방의 작은 소리도 절대 뭉개지거나 흐릿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허밍이나 아주 작은 하이 햇 소리도 싱싱하게 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이클 헤지스의 1984년작 <Aerial Boundaries> 앨범 중 ‘After The Gold Rush’는 닐 영의 원곡을 마이클의 방식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사운드가 들린다. 마이클이 기타 코드를 변경하는 소리까지 너무 생생하게 들린다. 이전에 다른 시스템에선 듣기 힘들었던 약음까지 세밀하게 재생해주고 있었다. 한편 함께 연주한 마이클 맨링의 플랫리스 베이스의 경우 기타와 전혀 섞이지 않으며, 그렇다고 너무 동떨어져 연주하는 느낌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서로의 음색 대비를 이뤄내고 있다.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를 들어보면 너무 가볍게 지나가지도 않아서 꼭꼭 눌러쓰면서 정확한 발음과 악센트를 보여준다. 너무 밝게 튜닝되어 마치 옷이 탈색되는 스타일의 최근 중·저가 앰프와 대비되며 마크 레빈슨 등 비교적 평탄한 앰프와 비견할 만한 밸런스와 동적 특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너무 공격적이거나 산만한 느낌과 정반대편에 서 있고 차분한 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높은 저역 쪽인데, 양감은 조금 적은 편이지만 대신 시종일관 후방에서 꿈틀대는 베이스 라인이 마스킹되는 법이 없이 상대적으로 또렷하게 들린다.

포노단 부분도 짚고 넘어갈 부분으로, 최근 부쩍 늘어난 LP 애호가들에겐 희소식이 될 법하다. 별도로 포노 앰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포노단을 내장하고 있다. 여러 LP들을 들었는데 재즈, 팝, 클래시컬 음악 등 어떤 음반에서도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 없이 깨끗하고 힘찬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나탄 밀슈타인과 콘서트 아츠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곡들을 들어보면 필자가 사용하는 다이나벡터 DV-20X2에서 특히 충분한 다이내믹스와 확실히 음원보다 좀더 따스한 사운드로 화답해주었다.

총평
하이파이 로즈는 클래스D 증폭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실리콘 FET 대신 GaN, 즉 질화 갈륨을 사용해 스위칭 데드 타임을 약 1/10로 드라마틱하게 낮추어 선형적이 파형을 만들어 냈다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RA180을 듣는 동안 클래스D 증폭 특성은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클래스AB 앰프의 소리를 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첨언하자면 스피커 능률이 그리 높지 않다면 꼭 BTL 모드를 활용해보길 권한다. 하이파이 로즈가 복고주의로 완성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클래스D 증폭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려 BTL과 바이앰핑 모드로 설계한 점이 무엇보다 비범하다. RA180에 하이파이 로즈의 오디오에 대한 구력과 노하우,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진심이 절절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가격 650만원   
실효 출력 200W×4, 400W×2(BTL)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1, XLR×1   
바이패스 지원
서브우퍼 출력 지원   
주파수 응답 10Hz-100kHz   
S/N비 108dB(XLR), 106dB(RCA), 79dB(MM)
THD 0.006%   
입력 감도 2000mV(XLR), 1000mV(RCA), 5mV(MM), 0.5mV(MC)   
입력 임피던스 44㏀(XLR), 47㏀(RCA/MM/MC)
댐핑 팩터 150 이상   
크기(WHD) 43×11×35cm   
무게 16.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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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4월호 - 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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