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beth P3ESR XD & Primare I15 Pris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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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beth P3ESR XD & Primare I15 Prisma
  • 김편
  • 승인 2022.04.07 13:39
  • 2022년 04월호 (59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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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매칭, 필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음악뿐

작지만 풍성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 보통은 십중팔구 거짓말이지만 영국 하베스(Harbeth)의 P3ESR XD만큼은 예외다. 높이가 겨우 30cm를 넘길 만큼 작고(30.6cm) 가볍지만(6.1kg), 이 스피커가 쏟아내는 수많은 음수에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풍성하면서도 밀폐형답게 단단하고, 실키하면서도 발음이 분명하게 들리는 중역대가 압권이다.

P3ESR XD는 하베스의 상징과도 같은 11cm 래디얼 2 미드·우퍼에 1.9cm 돔 트위터를 결합해 ±3dB 기준 75Hz-20kHz라는 주파수 응답 특성을 보인다. 공칭 임피던스는 6Ω, 감도는 83dB를 보이며, 후면에 마련된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는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한다.

이 스피커는 시각적 만족도와 취미성이 높다. 그릴을 부착하면 영국 스피커 특유의 점잖은 외모가, 맨 얼굴로 놓으면 좌우 대칭으로 박힌 17개의 볼트와 두 유닛이 일궈내는 조형미가 돋보인다. 밀폐형에 감도가 낮은 만큼 양질의 앰프를 붙여주는 재미 또한 크다. 제작사에서는 15W 이상의 앰프 출력을 권장하는데, 경험상 150W 내외 솔리드 앰프에서 소리가 좋았다.

P3ESR XD의 계보를 따져보면 BBC 라이선스를 받아 1987년에 나온 모니터 스피커 LS3/5a가 원조다. 이후 HL-P3(1990), HL P3ES-2(ES : Extra Specification. 2003), P3ESR(R : Radial. 2009), P3ESR 40th(2018) 등을 거쳐 이번 P3ESR XD(XD : eXtended Definition. 2020)로 이어졌다. XD 버전이 되면서 크로스오버 회로가 개선됐는데, 청감상 더 맑고 해상력이 늘어난 소리를 들려준다.

매칭 앰프는 스웨덴 프라이메어(Primare)의 스트리밍 인티앰프 I15 프리즈마(Prisma). 전면 알루미늄 패널은 매끄럽게 마감됐고, 검은색 OLED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 입력 선택 버튼, 오른쪽 위·아래에 볼륨 업·다운 버튼이 달렸다. 디스플레이에 뜨는 흰색 폰트의 텍스트는 정말 시인성이 좋다. 럭셔리 자동차의 계기판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I15 프리즈마는 하이펙스 UcD 클래스D 증폭 모듈을 베이스로 해서 8Ω에서 60W, 4Ω에서 100W를 낸다. 상위 모델들이 프라이메어가 자체 개발한 UFPD 2 모듈을 쓰는 것과 다른 점이다. 어쨌든 UcD 모듈의 가장 큰 특징은 부하 임피던스에 상관없이 플랫하게 나오는 주파수응답 특성(DC-48kHz/-3dB)인데, 하이펙스에서 밝힌 최소 부하 임피던스가 무려 1Ω이다.

이 앰프에는 또한 프라이메어가 개발한 네트워크 모듈 프리즈마가 기본 장착됐기 때문에, 에어플레이, 크롬캐스트, 스포티파이 커넥트 등을 모조리 지원한다. DAC 파트는 AKM AK4490 칩셋이 핵심이며, 스트리밍 시 PCM은 24비트/192kHz, DSD는 DSD128까지 컨버팅한다. USB B 연결 시에는 PCM 24비트/384kHz, DSD는 DSD128까지, 광(3개)과 동축(1개), 3.5mm 미니 플러그 광(1개) 입력 시에는 PCM 192kHz까지 지원한다.

아날로그 입력단은 RCA 1조와 Aux(3.5mm) 1개 구성. 또한 RCA 프리아웃 단자가 있어 115를 프리앰프로만 쓸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출력 임피던스는 통상적인 150Ω을 보인다. 이 밖에 USB A 입력 단자가 있어서 PCM 24비트/192kHz와 DSD의 DSD128 음원을 간편하게 USB 스틱 플레이로 즐길 수 있다.

프리즈마 앰프와 P3ESR XD 스피커를 매칭해 프리즈마 앱으로 스마트폰 저장 음원을 들었다. 아이유가 부른 ‘개여울’은 싱그럽고 청량한 음의 잔치. 하이펙스 증폭 모듈이 밀폐형 스피커를 만나니 이러한 특성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무대의 정숙도와 투명도가 높으며 중간에 나오는 첼로 연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솔 가베타(첼로)와 엘렌 그리모(피아노)의 <Duo> 앨범 중 슈만 환상 소곡집을 들어보면, 소릿결이 상당히 곱고 음들이 빽빽하다. 저음은 바닥에 잘 깔리고 고음은 마음껏 위로 날갯짓을 한다. 이 곡에서는 무엇보다 음수가 풍성하고 펀치감이 좋은데, 이보다 훨씬 더 큰 대형 스피커와 앰프를 조합한 것 같은 음과 무대를 선사한다.

클라이버가 빈필을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은 옹색하거나 갑갑한 구석이 일절 없다. 계속해서 무대 앞이 투명하고 소릿결은 깨끗하다. 커티스 풀러의 ‘Five Spot After Dark’에서는 트롬본에서 뜨거운 입김마저 불어온다. 스피커가 작다고 악기 이미지까지 미니어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오산. 오히려 이미지 폭발을 걱정해야 했고, 막판 베이스 연주에서는 드르륵 드르륵 현의 터치감이 작렬했다.

정리를 해보면, I15 프리즈마와 P3ESR XD 조합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S/N비와 투명함, 그다음은 풍성한 음수와 펀치감, 해상력이다. 프라이메어의 가성비 만점 스트리밍 앰프와 하베스의 빛나는 소형 모니터 스피커가 제대로 만났다. 필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음악뿐이다.  


Harbeth P3ESR XD
가격 395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밀폐형   사용유닛 우퍼 11cm RADIAL2, 트위터 1.9cm   재생주파수대역 75Hz-20kHz(±3dB)   출력음압레벨 83dB/2.83V/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15W   파워핸들링 50W   크기(WHD) 19×30.6×18.4cm   무게 6.1kg

Primare I15 Prisma
가격 220만원   실효 출력 60W(8Ω), 100W(4Ω)   앰프 테크놀로지 Hypex UcD102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3, 3.5mm 미니플러그×1, USB A×1, USB B×1   디지털 출력 Coaxial×1   칩 셋 AKM AK4490EQ   아날로그 입력 RCA×1, Aux(3.5mm)×1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S/N비 90dB 이상(디지털), 80dB 이상(아날로그)   THD+N 0.05% 이하   출력 임피던스 150Ω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크기(WHD) 35×7.3×32.9cm   무게 6.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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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4월호 - 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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