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ers & Wilkins Zepp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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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ers & Wilkins Zeppelin
  • 김편
  • 승인 2022.04.06 17:35
  • 2022년 04월호 (59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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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제왕 제플린, 음악을 나르는 비행선이 다시 떴다

지금은 썰물처럼 사라졌지만 30핀 아이팟 독 스피커가 군림하던 때가 있었다. 매장에 나가보면 너도나도 아이팟 독 장치를 품에 안은 액티브 스피커 혹은 앰프가 즐비했다. 그리고 그러한 아이팟 독 스피커의 선두주자가 2007년에 나온 Bowers & Wilkins(B&W)의 제플린(Zeppelin)이었다. 1인치 트위터 2개, 3.5인치 미드레인지 2개, 5인치 우퍼 1개에 100W 앰프를 담은 액티브 스피커였다.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지만 제플린이 처음 나왔을 때 무엇보다 그 비행선 같은 외모가 너무나 강렬했다. 가운데에 직경이 큰 우퍼 1개, 양 사이드에 직경이 작은 트위터가 1개씩 투입된 구조상 이런 디자인은 당연했지만 그래도 파격은 파격이었다. 사실 모델명 제플린 자체가 20세기 초 하늘을 주름잡던 독일 비행선 이름이었다.

2011년에는 애플 에어플레이를 지원하고 출력을 150W로 키운 제플린 에어(Zeppelin Air)가 나왔고, 2015년에는 아예 아이팟 독을 없애고 무선(에어플레이, 블루투스) 액티브 스피커로 변모한 제플린 와이어리스(Zeppelin Wireless)가 나왔다. 출력은 그대로였지만 우퍼 직경을 6인치로 키웠다.

이후 제플린 시리즈는 막을 내린 듯했다. 2019년에 무선 오디오 시스템을 표방한 포메이션 시리즈가 B&W의 주력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포메이션 웨지는 제플린과 비슷하게 생긴 데다 1인치 알루미늄 더블 돔 트위터, 3.5인치 FST 미드레인지, 6인치 우퍼 유닛까지 똑같아 그 후계기로까지 여겨졌다.

그러나 이는 대단한 착각이었다. 2021년 말 보란 듯이 제플린이 부활한 것이다. 모델명은 그대로 제플린(Zeppelin). 무엇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에어플레이 2, 스포티파이 커넥트, aptX 어댑티드 코덱의 블루투스 Ver5.0 등 무선 스트리밍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B&W 뮤직 앱을 이용하면 타이달과 디저, 코부즈 같은 유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인앱으로 즐길 수도 있다.

기능뿐만 아니다. 외관 디자인과 앰프, 스펙도 변화가 있었다. 트위터(1인치 알루미늄 더블 돔 2개)와 미드(3.5인치 FST 2개), 가운데 우퍼(6인치) 사이즈가 동일하고, 클래스D 앰프 출력은 240W로 크게 늘었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44Hz-28kHz에서 35Hz-24kHz로 변했다. 섀시 가로폭은 66cm에서 65cm로 줄었지만 높이는 18.8cm에서 21cm로, 안길이 역시 18.3cm에서 19.4cm로 늘어났다. 무게는 6.5kg으로 동일하다.

제플린이 무선에 올인했다는 것은 후면 하단 단자 구성에서 잘 알 수 있다. 전작에서는 Aux(3.5mm) 입력 단자와 유선 랜 이더넷 단자가 있었으나, 이번 신작은 8자 전원 인렛 왼쪽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용 USB C 단자만 갖췄다. 예비용으로 마련했던 아날로그 입력 단자는 물론 이더넷 단자까지 없앤 것은 무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부활한 제플린 실물은 월간오디오 시청실에서 처음 봤다. 마감은 그릴과 섀시 모두 연한 펄 그레이인데, 다크 미드나잇 그레이 마감도 있다. 섀시 재질은 유리 섬유 강화 ABS이며, 섀시 후면 상단에는 볼륨과 재생·멈춤 버튼이 양각돼 있고, 가운데 멀티 펑션 표시창에서는 블루투스 연결 시 파란색 빛이 들어왔다. 메탈 스탠드 부근을 밝힌 앰비언트 조명은 생각 이상으로 멋지다.

예전 오리지널 제플린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이렇게 고급지고 풍성한 소리가 나올 수 있나?’였다. 필자의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신작 제플린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코부즈 앱으로 포플레이의 ‘Tally Ho!’를 재생하자 사운드 스테이지 위에 악기들이 분재처럼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선명한 해상력과 단단한 저음, 그리고 곱고 고급진 소릿결이다.

카를라 브루니의 ‘Stand By Your Man’은 보컬 이미지가 상당히 위에서 맺힌다. 한 섀시의 액티브 스피커라고 해서 음상마저 그 안에 갇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음이 부드럽고 온기가 느껴진 것은 그만큼 내장 앰프 질이 좋다는 증거. 기타 같은 반주 악기와 보컬의 분리도도 빼어나다. 영화 <다크나이트> OST인 ‘Aggressive Expansion’은 무대가 미니어처이긴 하지만 똘망똘망하고 웅장한 저음에 크게 감탄했다.

맥코이 타이너의 ‘Passion Dance’에서는 왼쪽 앞의 테너 색소폰과 오른쪽 뒤의 드럼 사이 거리가 제법 멀다. 피아노 건반 고음에서는 약간 동글동글한 구석은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준다. 역시 이 곡에서도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와 또렷한 스테레오 이미지, 그리고 넉넉한 저음과 단단한 타격감이 돋보인다. 이 모든 것은 역시 B&W 유닛과 앰프와 배플 디자인 덕분이다. 음악을 나르는 비행선이 다시 떴다. 


가격 128만원   
실효 출력 240W   
사용 유닛 우퍼 15cm, 미드레인지(2) 9cm, 트위터(2) 2.5cm   
주파수 응답 35Hz-24kHz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에어 플레이 2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5.0, aptX Adaptive/AAC)
크기(WHD) 65×21×19.4cm   
무게 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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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4월호 - 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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