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phase E-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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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phase E-5000
  • 김편
  • 승인 2022.03.11 16:23
  • 2022년 03월호 (59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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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페이즈, 마음마저 정갈해지는 소리에 감동하다

아큐페이즈(Accuphase)의 인티앰프는 평생 함께 할 만한 동반자 같다. 순하게 생긴 외모, 곳곳에 배인 친절한 인터페이스, 속을 꽉, 그리고 가지런히 채운 전원부와 증폭부 부품, 어디 내놓아도 꿇리지 않을 출력, 결정적으로는 들을수록 마음마저 정갈해지는 편안한 소리. 아큐페이즈 인티앰프 한 대로 앰프에 대한 온갖 욕심을 다 버렸다는 애호가를 많이 봐왔다.

이번 시청기는 아큐페이즈 설립 50주년을 맞아 나온 최신작 E-5000이다. 실물을 보니 가로폭이 46.5cm, 높이가 21.1cm, 안길이가 50.2cm, 무게가 33.8kg에 달할 정도로 크고 당당하며, 출력 역시 8Ω 240W, 4Ω 320W로 아큐페이즈의 클래스AB 인티앰프 중에서 가장 높다. 입력단부터 출력단, 그리고 볼륨단(AAVA)까지 모두 밸런스로 설계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외관부터 꼼꼼히 살펴봤다. 전면 패널에는 큼지막한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 입력 선택 노브, 오른쪽에 볼륨 노브, 헤드폰 잭이 달렸다. 볼륨 노브에는 각별한 볼륨 센서 메커니즘이 투입돼 돌리는 맛이 비할 데 없이 좋다. 하단 오른쪽 푸시 버튼을 누르면 덮개가 스르륵 열리며 숨어 있던 각종 노브와 버튼이 모습을 드러낸다. 스피커 출력 선택, 베이스 컨트롤, 트레블 컨트롤, 위상 선택, 모노/스테레오 선택, 라우드니스 온·오프 선택, 밸런스 컨트롤, 레코더 실렉터 등이다.

후면은 각종 입·출력 단자로 빼곡하다. 입력단은 언밸런스 5조, 밸런스 2조, 프리아웃은 언밸런스/밸런스 각 1조, E-5000을 파워 앰프로 쓸 수 있는 메인 인(Main In) 단자 역시 언밸런스/밸런스 각 1조를 갖췄다. 레코더 연결을 위한 라인 레벨 입·출력 단자도 1조씩 마련됐다. 스피커 커넥터는 채널당 2조를 마련, 스피커를 2조 운영할 수 있다. 왼쪽에는 2개의 빈 슬롯이 있는데 이는 옵션 DAC과 포노스테이지 보드를 위한 것이다.

내부를 보면 파워 앰프부를 철저히 듀얼 모노로 설계한 점이 눈길을 끈다. 가운데에는 대용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40,000㎌ 용량의 파워 커패시터 2개가 투입됐고, AAVA 밸런스 볼륨단은 노이즈 간섭을 막기 위해 전원부 및 증폭부 격벽 앞쪽에 자리잡았다. 출력단은 최대 허용 전류가 15A에 달하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5페어씩 투입, 클래스AB 증폭, 5 페러럴 푸시풀 구동하게끔 했다.

아큐페이즈가 공개한 E-5000 신호 흐름도를 보면 플러스와 마이너스 신호 각각을 증폭하는 전단 밸런스 설계인 점이 확연하다. 물론 S/N비와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 특히 톤 컨트롤 앞단에 AAVA(Accuphase Analog Vari-gain Amplifier) 볼륨단 모듈을 2개 투입, 철저히 밸런스 회로로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말 그대로 저항비 대신 게인을 조절해 볼륨을 건드린다. 프리앰프부 게인은 18dB, 파워 앰프부 게인은 28dB.

E-5000은 또한 댐핑 팩터가 1,000을 보일 정도로 높은데, 이는 일종의 네거티브 피드백인 리모트 센싱(Remote Sensing) 기술로 출력 임피던스를 극적으로 낮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리모트 센싱을 신호선(+) 뿐만 아니라 리턴선(-)에도 적용(밸런스 설계)함으로써 출력 임피던스를 더욱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THD 0.05%, IMD 0.01% 등 눈여겨 볼 만한 스펙이 즐비하다. 

월간오디오 시청실에서 진행한 아큐페이즈 E-5000 시청에는 스펜더의 클래식 100과 로소 피오렌티노의 볼테라 시리즈 2 스피커를 번갈아 물렸다. 먼저 클래식 100으로 들은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 1번 프렐류드는 ‘이것이 아큐페이즈의 음인가?’ 싶을 만큼 입자가 곱고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소리가 나온다. 맞다. 매우 리퀴드하고 미음을 들려주는 앰프다. S/N비와 무대 앞 투명도 모두 흡족하다. 베이스의 저음은 계속해서 시청실 바닥을 쳐다봤을 만큼 묵직하게 잘 깔린다.

투첼로스의 ‘Oh Well’은 미세먼지가 사라진 듯 청명하게 등장한 무대가 압권. 정숙한 배경과 악기의 선명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것은 AAVA 볼륨단을 비롯한 풀 밸런스 설계 덕, 첼로 저음의 힘찬 다이내믹스는 극도로 낮은 출력 임피던스 덕이다. 스피커를 볼테라 시리즈 2로 바꿔보면 화면에 HDR을 적용한 듯 콘트라스트가 더욱 분명해지고, 무대 안길이가 신기할 만큼 길어지는 점이 확연하다.

피아노 가이즈의 ‘Titanium/Pavane’를 들어보면 확실히 1,000에 달하는 댐핑 팩터 덕분에 저음이 짧게 끊어 치는 듯 재빠르면서도 묵직하다. 계속해서 무대 안길이가 긴 것을 보면 프리단 설계가 아주 잘 돼 있다는 증거다. 스피커를 볼테라 시리즈 2로 바꿔보면 리본 슈퍼 트위터 덕분에 고음 영역이 더 활짝 열리는데, 이 역시도 앰프가 고역대를 잘라먹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간만에 청자의 마음까지 정갈하게 해주는 인티앰프 한 대를 만났다. 


가격 1,370만원   
실효 출력 240W(8Ω), 320W(4Ω)   
주파수 응답 20Hz-20kHz(0, -0.5dB)   
아날로그 입력 RCA×5, XLR×2
레코더 플레이/REC 지원   
프리 아웃 지원(RCA/XLR)   
메인 인 지원(RCA/XLR)   
S/N비 111dB
댐핑 팩터 1,000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6.5×21.1×50.2cm   
무게 33.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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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3월호 -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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