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Flute Audio 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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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Flute Audio Rack
  • 노루골정용진
  • 승인 2022.03.11 08:03
  • 2022년 03월호 (59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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랙 하나로 오디오의 다양한 재미를 누리다

오디오 랙을 다른 기기나 케이블처럼 수시로 바꿈질하는 오디오파일은 없다. 한 번 설치하면 붙박이에 가깝게 그 자리를 지킨다. 랙 두 개를 동시에 놓고 A-B-A 테스트하기에도 용이치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기능이 가능하고, 여러 성능을 발휘하는 랙이 등장했다. 마치 마술사가 한자리에 선 채 ‘바뀌어라, 얍!’ 요술봉 한 획 그을 때마다 옷차림을 바꾸는 마술을 보이는 것처럼, 랙은 분명 그 자리 그대로인데 이렇게 저렇게 다른 소리를 조합할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이 나타났다. 이름도 딱 들어맞게 ‘마술피리 오디오 랙’이다. 줄여서 ‘마피랙’.

케이블이나 액세서리처럼 기기에 합체했다 분리했다 소리를 잡아 나가는 과정을 랙을 가지고도 할 수 있다니! 그것도 랙과 랙끼리 말이다. 아래 랙과 위 랙을 케이블로 연결해 소리 조합을 찾는다는 게 희한했다. 접지 효과까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성능 여하를 떠나 랙을 온전한 하나의 오디오 기기로 보고 이렇게 접근한 발상이 놀랍다.

케이블이 스피커나 앰프, 소스기처럼 온전히 오디오 기기로 인정받은 세월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제4의 오디오 기기로 어엿이 대접받고 있다. ‘마피랙’을 보니 랙도 곧 그럴 날이 온 듯하다. 랙 하나로 이렇게 재미있게 놀 줄 몰랐다.

사용 방법을 소개하면, 1단 사용만으로도 마피랙은 진동 제어와 더불어 다른 랙에서는 없는 노이즈 제거에 대한 기술력 때문인지 여타의 다른 랙들과는 확실한 차이를 만든다. 그런데 2단, 3단으로 랙을 쌓아 올리면서부터는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층을 올릴수록 플러스알파가 드러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반 랙이 기기의 진동 제어뿐이라면 마피랙은 진동+전자기파 노이즈 제어를 통한 오디오 신호의 순수성을 확보함으로써 비약적 음질 향상을 꾀했다.

1단 랙에 소스기를 올렸을 때 먼저 기존 S랙에 CDT 본체를 두고 마피랙에는 전원부만 올려놓고 들었다. 무엇보다 해상도가 도드라진다. 한결 부드러운 소리가 났으며 두께와 잔향이 붙었다. 로시니의 ‘눈물(Une Larme)’ 앨범 중 Duetto 연주는 통 울림이 깊었다. 활 끝에 진황색 크레파스가 묻어나듯 음이 진했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음색에서야 취향에 따라서는 듣기에 적절한 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음역대가 높은 바이올린 연주에서 섬세함이 온전히 살아나야 하는데 현의 소리가 음의 가닥이 묻히듯 해 아쉬웠다. 그래서 전원부와 CDT를 둘 다 마피랙에 앉혔다. ‘허얼~!’ 아쉬움이 사라지고 딱 중간 정도의 소리 농도와 음색이 나온다.

2단 랙으로 설치해 사용했을 때, ‘오호, 이것 봐라~ 그렇다면?’ 하는 마음으로 여기서 2단으로 랙을 올려 지붕을 씌워 줬다. ‘대~박!’ K형님은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경량차가 독일 중량차로 돌변했네!’ 이렇게 지붕을 씌워 주기만 했을 뿐인데 소리가 확 달라진다. 2층 지붕 구실을 하는 랙이 기기 상단부의 전자파 노이즈까지 잡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기기를 하나 더 얹기 위해 2단 랙을 올린다. 하지만 마피랙은 굳이 2층 랙에 기기를 사용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1층 지붕(2단 랙)을 덮어 주는 것만으로 소리 변화가 확연했다. 이 점이 일반 랙과 달랐다.

흥분한 여세를 몰아 랙 후면 단자에 연결 케이블을 하나씩 꼽아 가며 순차로 들어 본다. 먼저 1단과 2단 랙 사이를 연결 케이블을 통해 연결하고 들어 본다. 음에 살집이 붙고 온기가 돌고 에어리한 공간감이 한결 살아났다. 자연 소리에 생기가 돌고 음악적 뉘앙스가 말을 한다. 가령 Duetto 연주에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통 울림이 더 생생하게 들리고, 악기의 위치가 눈에 잡힌다. 바이올린 연주도 매한가지로 감흥을 더한다. 왼손이 지판을 분주히 오르내리며 내는 핑거링 소리까지 포착한 듯하고 비브라토 음이 끊기지 않고 여운까지 전달한다. 기타 반주는 손가락 끝 생살로 기타 줄을 뜯고 퉁기는 느낌까지 살려낸다.

2단 랙에 턴테이블을 올렸을 때는 먼저 랙과 랙 간 케이블을 아무것도 연결하지 않았다. 2단에 턴테이블만 올리고 비청했다. 랙이든 액세서리든 뭔가를 기기에 받치거나 얹을 때 주의 깊게 체크해야 할 포인트가 양감의 증감이다. 듣기에 소리가 선명하고 또렷해지면 해상도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양감이 빠진 것은 아닌지 신경 써서 들어 봐야 한다.

미켈란젤리(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베토벤 황제 음반을 걸었다. 1979년 1월 2일 바티칸 신년 음악회 실황 녹음 반이다. 실황 녹음답게 연주자의 등장을 알리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로 시작하는데,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을 얼마나 살려내느냐가 관건이다. 바닥에 턴테이블을 두었을 때와 비교해 일단 해상력이 좋아진다. 소리에 힘이 붙으면서 피아노 음이 명징해졌고 잔향도 늘었다. 앞서 오케스트라 총주 시 다소 부푼 듯 부산하게 들린다 싶던 소리가 좀 차분해졌다. 양감 변화는 그다지 없다. 그래서일까. 풍성한 맛은 있으나 무대가 눈에 띌 정도로 확장된다거나 악기의 위상(位相)이 확연해졌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 뒤에 잇따르는 비청 결과와 견줄 때의 얘기이고, 몇 체급 위 급의 랙을 포함해 단연코 빠지는 소리가 아니다. 이세돌 9단이 한창때 대결을 앞두고 이렇게 역설적으로 임전 소감을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드디어 아래 랙과 위 랙을 케이블로 연결했다. ‘박수 소리가 달라졌네!’ 노루골 마나님의 일성이었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를 맞는 박수 소리부터가 확연히 다르게 들린다. 앞에 것이 자그마한 리사이틀홀에서 녹음한 박수라면 이번 것은 콘서트홀에서 치는 박수다. 관객의 기침 소리도 더 선명하다. 해상도가 더 업그레이드되었고 힘이 더 붙었다. 게인(볼륨)이 감지할 정도로 커졌다. 노이즈가 빠지면서 숨어 있던 신호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총주와 거의 동시에 시작하는 피아노 타건이 다이내믹하다. 피아노 몸체의 울림이며 울려 퍼지는 한 음 한 음이 수정처럼 맑디맑다. ‘아, 이래서 LP를 하는 거로구나…’ 같은 곡 같은 연주자의 소리를 CD로 들을 때와 LP로 들을 때의 차이를 비로소 느꼈다는 듯 노루골 마나님이 나직이 읊조렸다. 무대도 넓어지고 소리도 명료해졌고 배경이 적막해졌다. 악기별 텐션이 더 느껴진다. 그렇다고 기름기 빠지듯 양감이 쫘악 빠진 것도 아니어서 울림과 잔향감도 좋다. 완전 다른 연주를 대하는 기분이다.

1단 랙과 2단 랙을 케이블로 연결한 상태에서 케이블 하나를 더 연결했다. 즉, 추가로 프리앰프에 비어 있는 RCA(-)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했다. 케이블을 두 개 연결하고 들어 보면 무슨 조화인지 또 달라지는 소리에 혀를 차게 된다. 케이블 하나만 연결했을 때와 비교할 때, 소리의 무게 중심이 더 아래로 내려간다. 무대가 뒤로 더 들어가고 앞서 소리의 두께감에 더해 입체감이 형성된다. 박수를 치는 관중이 좀더 늘어난 기분이고 기침 소리, 총주에서 팀파니 소리가 더 뚜렷이 들린다. 한 단계씩 연거푸 놀라다가 이쯤에 이르러선 탄식을 하게 된다. ‘그간 내가 들은 소리는 도대체 뭐였던 거야?’

연결 케이블 사용 팁을 소개하자면, 케이블은 각 랙-랙 연결용/랙-기기 연결용/랙-멀티탭 연결용 3가지로, 이 경우의 조합만 해도 8가지나 된다. 각 조합마다 다른 소리를 찾을 수 있다. 내 시스템에서 최적, 최상의 소리를 찾는 데 이처럼 다양한 옵션이 있다는 것은 과녁에 대고 쏠 수 있는 화살을 그만큼 많이 가진 것과 같다. 화살 하나로 맞춰야 하는 랙과 양손에 여러 대 쥐고 쏠 수 있는 랙이라면 당연히 후자가 매칭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살다 살다 랙에 대해 ‘썰’을 풀 줄 몰랐다. 소리가 좋냐 별로냐는 듣는 이에 따른 것이니까 차치하고, 그간 내가 대하던 붙박이에 불과한 랙이 아니었기에 좀 많이 놀랐다. 어엿한 기기나 케이블처럼 진화하고 있는 랙을 보면서, 앞으로는 기백 기천을 더 들여 기기를 바꾸느니 싸고 똘똘한 랙 하나 ‘개비’하는 쪽이 ‘일석이조’라 여길 날이 온 듯하다.

추가로 소개하자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망외의 소득’도 있었다. 마피랙에 앉힌 기기는 CD 플레이어와 턴테이블 쪽일 뿐이었는데, 음원 네트워크 플레이 쪽도 뭔가 소리가 좋아졌다. 왜 달라졌지? 터럭 한 올 건들거나 바꾼 게 없는데 분명 이전 소리가 아니었다. 곰곰 점검해 보니, 그렇구나! 마피랙 꽁무니 한쪽 단자와 프리앰프의 빈 RCA(-) 단자를 케이블로 연결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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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3월호 -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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