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H Kend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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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H Kendall
  • 김편
  • 승인 2022.02.10 16:05
  • 2022년 02월호 (59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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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의 사운드, 부활한 KLH의 듬직한 새 맏형을 만나다

새해 들어 미국 KLH 스피커를 연이어 듣게 됐다. 먼저 들은 것은 리바이벌 스피커 모델 파이브(Model Five)였고, 이어 들은 것은 이번 시청기인 플로어스탠더 켄달(Kendall)이다. 한동안 뜸했던 KLH 스피커가 ‘갑자기’라 할 만큼 눈에 띄기 시작해 반갑기 그지없다.

KLH는 미국 MIT 공대 출신의 헨리 클로스(Henry Kloss)가 말콤 로우(Malcolm S. Low), 요제프 호프만(Josef Anton Hofmann)과 함께 195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설립한 오디오 제작사다. 3인의 성 앞 글자를 따 사명을 KLH로 지었다. 헨리 클로스는 1954년 자신의 멘토 에드가 빌처 교수와 함께 스피커 제작사 AR을 차린 주인공이다.

KLH는 이후 AR과 함께 1950-60년대 미국 밀폐형 스피커의 양대 본산으로 군림했다. 대표작은 1968년에 나온 3웨이, 3유닛의 밀폐형 모델 파이브. 클립쉬와 복스 출신의 데이비드 켈리(David P. Kelley)가 2017년에 KLH 브랜드를 인수하고, 2019년에 클립쉬 엔지니어 케리 가이스트를 영입해 2021년에 부활시킨 스피커가 바로 모델 파이브였다.

이에 비해 이번 시청기인 켄달(Kendall)은 KLH가 새롭게 출범하며 내놓은 플래그십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모델명 켄달은 KLH가 설립된 캠브리지의 광장 이름인데,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쓴 우퍼 튜닝 방식부터 케블라 섬유를 쓴 진동판까지 그야말로 새 포대에 담은 새 술이다. 아래 모델로는 플로어스탠더 콩코드(Concord)와 스탠드마운터 알바니(Albany) Ⅱ가 있다.

월간오디오 시청실에서 실물을 접한 켄달은 누가 봐도 현대 스피커의 전형이다. 회절을 줄이기 위한 슬림한 배플과 1인치 알루미늄 트위터, 5.25인치 우븐 케블라 미드, 6.5인치 우븐 케블라 우퍼 2발로 이뤄진 유닛 구성이 대표적. 후면 하단에는 2개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와 바이와이어링 스피커 커넥터가 마련됐다. 인클로저 재질은 두께 0.75인치의 MDF. 이밖에 트위터가 얇은 알루미늄 웨이브가이드에 놓여 있는 점, 스피커 밑면에 MDF 베이스를 달고 이를 4점 지지 크롬 도금 스틸 스파이크가 떠받치고 있는 점도 현대 스피커의 대표 문법이다. ±3dB 기준 주파수 응답 특성이 25Hz-23kHz에 달하는 점이 놀랍다. 공칭 임피던스는 8Ω, 감도는 96dB,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800Hz, 2.5kHz.

밀폐형 모델 파이브와 비교해보면 켄달 스피커의 DNA가 보다 더 잘 파악된다. 밀폐형(어쿠스틱 서스펜션)을 취한 모델 파이브의 감도가 90.5dB인 반면,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켄달은 96dB로 KLH 스피커 중 가장 높다. 결정적으로 모델 파이브의 중·저음 유닛은 펄프 페이퍼 콘이고, 켄달은 케블라 아라미드 섬유를 썼다. 10인치 외발 우퍼 대신 6.5인치 우퍼 2발을 투입한 것도 큰 차이다.

켄달 시청에는 누프라임의 DAC-9X와 소울루션의 인티앰프 330 HD를 동원했다. 330 HD는 8Ω에서 120W, 4Ω에서 240W를 낸다. 커티스 풀러의 ‘Blues-ette’를 들어보면, 트롬본의 소릿결이 매끄럽고 우퍼 2발 덕분에 양감 또한 풍성하다. 무대 가운데에 자리잡은 피아노는 의외로 단단하고 선명한 이미지. 색 번짐이 거의 없는 점이 켄달 스피커의 첫인상이다. 곡이 진행될수록 소리가 점점 개운해지는 맛도 있다.

청감상 켄달 스피커의 두 번째 특징은 소리가 따뜻하다는 것. 이는 소리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역대 유닛이 케블라 섬유를 쓴 것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데,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이 대표적이다. 쌀쌀맞거나 냉랭한 구석이 전혀 없다. 퍼커션이 무척 쫀득쫀득한 소리를 내는 점에도 마음이 끌렸다. 퀸의 ‘Somebody To Love’에서는 고음이 더 활짝 열렸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드럼 저역의 묵직함은 기대 이상이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말러 5번 1악장에서는 어느 순간에도, 심지어 볼륨을 한껏 올려 들을 때에도 스피커가 비명을 지르거나 혼탁해지지 않는다. 피아니시모 파트에서는 현악기들의 영롱한 배음이 잘 포착돼 전체적으로 유려한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오케스트라 대편성곡을 듣기에 충분한 스피커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로열 발레 갈라 퍼포먼스> 앨범 중 ‘Tarantella’를 들어보면, 앰프 덕을 봤겠지만 매우 빠른 곡인데도 스피커가 이를 넉넉히 받아준다. 굼뜨거나 질척거리는 구석이 1도 없다. 캐스터네츠의 아기자기한 소리를 놓치지 않을 만큼 디테일 묘사도 흠잡을 데가 없다. S/N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가격대를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다.

KLH 켄달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은 디테일과 저음 재생에 능한 가성비 스피커라는 것. 96dB 고감도 스피커답게 음들이 술술 나오는 점, 클립쉬와 복스 출신이 새로 만든 스피커답게 음이 따뜻하게 들리는 점도 큰 장점이다. 맞다. 켄달은 부활한 KLH의 든든한 맏형이다. 


가격 230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6.5cm 우븐 케블라, 미드레인지 13.3cm 우븐 케블라, 트위터 2.5cm 알루미늄   
재생주파수대역 25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800Hz, 2.5kHz   
출력음압레벨 96dB   
임피던스 8Ω
파워핸들링 250W   
크기(WHD) 19.6×101.6×37.4cm   
무게 22.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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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2월호 -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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