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Flute Audio 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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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Flute Audio Rack
  • 김남
  • 승인 2022.02.10 15:42
  • 2022년 02월호 (59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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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방지는 물론 노이즈 제거까지, 마술 같은 오디오 랙

시청을 끝낸 며칠 뒤인데 지금도 진기하고 미스터리하기 그지없는 제품이다. 진기하다는 표현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제품인 것이다. 종래의 일반적인 오디오 랙과는 지향하는 차원이 절대적으로 다르다. 

오래전 한 드라마 제작사에서 새로운 수사 드라마 한 편을 기획하면서 주인공인 수사 반장 역에 유명한 트로트 가수를 섭외한 적이 있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신세대 감성의 수사 반장이라는 콘셉트다. 이런 난데없는 제안에 그 가수의 첫 마디는 ‘그 PD, 천재 아니면 바보네’였다. 그 프로그램은 그 뒤 제작사의 돌발 사고로 불발이 되고 말았지만, 지금도 왕성하게 활약하는 그 가수를 볼 때마다 그 한마디가 떠오른다. 지금 개인적인 소감으로도 그때 그 가수의 그 한마디가 떠오른다. ‘이 제작자는 천재 아니면 바보다! 대체 무슨 예시가 있어서 이런 제품을 만든 것일까.’

이 제품은 종래의 일반적인 진동 방지 오디오 랙과는 본질이 다르다. 진동 방지뿐 아니라 노이즈를 함께 제거하는 복합 제품이다. 오디오 제품을 여기에 올려 두기만 하면 진동 방지는 물론이고 오디오 재생에서 필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노이즈를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 이 제품의 목적이다.

이 오디오 랙에는 상상할 수 없는 장치가 들어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일반 합판 재질로만 보이지만 상부의 랙과 하부의 랙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해야 하는데, 마치 트랜스페어런트 같은 고가 오디오 케이블들에 있는 케이블 중간의 블랙박스와 비슷한 원리로 보인다. 목재의 패널 내부에 특이한 개발품이 들어 있으며 당연히 노하우라고 한다. 굳이 꼬치꼬치 물어봐서 밝힌다는 것은 오만한 결례일 것이다.

진동 방지 제품은 무수하다. 지금 내 서랍 속에도 청계천에서 사 온 큼지막한 고무 덩어리, 스파이크, 동전 형태의 크고 작은 슈즈에서부터 단품으로 개발된 스탠드까지 널려 있다. 스피커 케이블 받침대도 있다. 사실 그동안 별의별 진동 방지 액세서리를 써 봤지만, 지금 무식한 내 귀로는 100원짜리 다이소 판매 고무지우개가 가장 만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처지다.

밥 먹고 헛짓하는 것이야말로 마니아들의 특기지만, 진동 방지라는 데에 빠지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90년대의 명기 중의 하나인 셀레스천의 스피커 스탠드는 금속으로 되어 있고, 그 스탠드 공간을 쇠구슬로 채우게 되어 있는데, 쇠구슬보다도 모래가 더 좋다는 괴상한 헛소리를 듣고 모래를 구하러 동네를 헤맸지만 찾지 못하자 양평 근처의 한강까지 가서 강모래를 구해 넣었지만 소리는 그야말로 눈곱만한 차이도 없었다.

사실 기기 교체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진동 방지에는 별 부담이 없으니 더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는데, 스피커 밑에 목재를 받침대로 쓰느냐, 대리석으로 쓰느냐, 석재로는 대리석이 아니고 오석이나 화강암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로 몇 날 며칠 논쟁해 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다. 스피커 위에 백과사전을 몇 권 올리고 블록을 타월로 싸서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공짜로 할 수 있는 범위라서 그러는 것이다.

시청기를 처음 대할 때 놀란 것이 가격이다. 일반적인 기기의 절반 값도 안 된다. 시청기의 첫 단계 사용법은 간단하게 이 오디오 랙의 1단 위에 오디오 단품을 올려 보는 것이다. 이 첫 단계에서 소리의 변화? 실로 미스터리하다. 귀가 닳도록 들어 온 현 독주의 끝 울림이 밤바다의 파도가 사라지는 잔영처럼 아득히 뻗어 나간다. 그 길이와 잔영의 시간이 그냥 몇 단계는 더 길어지는 것이 역력하다. 피아노의 잔향도 마찬가지. 팝 보컬의 끝 바이브레이션이 마치 음표가 몇 개 불어나 있는 것처럼 목 울림이 몇 차례 더 반복되며 멈추는 것이다. 이유는 소리의 배경이 정숙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음감이 맑아지기 마련이고, 안 들리던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하는데 경이롭다. 모든 받침이나 슈즈 등에서 이처럼 단숨에 소리의 변화와 차이를 느껴 보기는 실로 처음인 것 같다.

2단계 사용법에서 변화 점은? 우선 1단 위에 2단 랙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1단만 구입해도 되고 주머니가 여유 있으면 2단, 3단, 그렇게 올려도 되니 참으로 공평하다. 그런데 효과는 2단, 3단으로 올릴수록 더 좋다는 것이 제작자의 주장. 또한 전용 케이블로 이 오디오 랙 뒤에 있는 단자를 통해 1단과 2단을 서로 연결하면 효과가 배가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3단계다. 그리고 4단계부터는 외부 접지를 통해 음질을 높일 수 있는데, 오디오 기기 RCA 단자의 그라운드 또는 멀티탭의 접지를 오디오 랙의 단자에 연결하는 것이다. 모두 연결하는 5단계까지 올라가도 좋은데, 이 경우는 제작자가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배경이 더 적막해진다고 한다. 고가 제품으로도 들을 수 없었던 기타의 아스라한 핑거링이 또렷하게 들린다는 것.

누구든 1단계 랙 위에 달랑 CD 플레이어 한 개만을 올려놨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진동 방지에 그토록 목을 매는 턴테이블을 여기에 올려놓기만 해도 고가 제품을 굳이 쓸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 그리고 단계가 거듭될수록, 그 변화는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우선 1단계만 경험해 봐도 이 제품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제작자는 사실 LP 전문 업종에 있으면서 이 제품을 개발했다. 이런 놀라운 제품 때문에 오디오 세계는 항상 신세계가 계속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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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2월호 -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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