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t PHO-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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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PHO-200
  • 코난
  • 승인 2022.02.10 15:08
  • 2022년 02월호 (59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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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입문을 위해 태어난 빈센트 포노 앰프

빈센트(Vincent)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의 그림을 떠올렸다. 나의 거실에도 그의 그림 두 점을 걸어놓아 너무 친숙하고 사랑하는 화가다. 최근엔 예전에 봤지만 다시 한번 아름다운 화폭을 스크린에서 보고 싶어 <러빙 빈센트>를 다시 보았고, 한 벽면을 가득 메우는 그의 그림에선 마치 형광색처럼 빛을 발했다. 두꺼운 덧칠로 만들어낸 색상은 로토스코프 기법을 통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나의 방에서 빈센트를 알현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랬듯 빈센트는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라는 물감을 통해 음악이라는 화폭을 구상해온 지 이제 20년이 훌쩍 넘었다. 1995년 독일에서 T.A.C라는 회사로 시작해 빈센트 라인업을 꾸준히 키워왔다. 진공관이면 진공관, 트랜지스터면 트랜지스터, 그들은 나름대로의 확고한 설계 철학을 통해 가격 대비 성능을 인정받으며 발전해왔다. 그 뒤엔 프랑크 블뢰바움(Frank Blohbaum)이라는 앰프 설계의 스페셜리스트가 존재했다.

빈센트는 마란츠, 매킨토시 등의 전통적인 진공관 회로를 답습하지 않고 독창적인 회로로 새로운 시대에 대응했다. 필자 또한 이전에 여러 빈센트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뭔가 그들만이 의도하는 따스한 멜랑콜리를 즐겼던 적이 있다. 독일이라고 해서 모두 냉정하고 뻣뻣한 사운드를 내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리고 최근엔 바로 이 빈센트가 만든 조그만 포노 앰프를 만났다. 워낙 아날로그 사운드로 유명한 그들이라서 제품이 오자마자 들어보기 시작했다.

일단 자그마한 사이즈에 1kg 정도의 무게가 앙증맞은 느낌을 준다. 전원은 외부 DC 어댑터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전원 케이블은 필요가 없다. 입력은 한 조, 그리고 출력도 한 조며 모두 언밸런스 RCA 단자만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접지 단자를 마련해놓은 모습으로 DC 어댑터는 12V 200mA 규격. 입력은 한 조만 지원하지만 카트리지는 MM 및 MC 모두에 대응한다. 게인으로 MM이 40dB, MC는 100dB 증폭을 하며 각각 로딩 임피던스는 47㏀, 그리고 100Ω으로 고정이다.

테스트는 필자가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진행했다. 턴테이블로 레가 최상위 모델 RP-10에 역시 레가 아페타 2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사용했다. 한편 앰프는 프리마루나 EVO 400을 사용했고, 스피커는 베리티 오디오 리엔치로 열흘 정도 청음했다. 전원은 왼쪽 옆에 스위치로 켜고 끌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하루 종일 켜놓아도 열이 거의 나지 않았다.

우선 아페타 2의 추천 로딩 임피던스가 100Ω이기 때문에 로딩 임피던스는 문제가 없다. 한편 0.35mV 정도 출력을 가지고 있어, 100dB 게인에서 볼륨이 너무 크지 않을지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적절한 볼륨 확보가 가능했고 방 안에서 나의 인티앰프 볼륨은 10시 전후에서 적당했다. 리키 리 존스의 ‘Chuck E's in Love’에선 또렷하고 손에 잡힐 듯한 음상이 그려졌고, 높은 저역과 낮은 중역대가 도드라지는 대역 밸런스를 보여주어 호소력 짙은 보컬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중역 중심의 대역폭을 가지고 있어 어떤 음악을 들어도 중심이 뚜렷하고 흔들림 없는 토널 밸런스가 돋보인다. 하지만 묽게 번지는 사운드는 아니고 제법 정확하고 에지 있는 억양을 보여준다. 따라서 어디에도 답답한 모습 대신 단정하고 당당한 뉘앙스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게리 버튼의 ‘Question & Answer’에서 날렵한 비브라폰과 리듬 섹션이 주고받는 인터플레이 와중에서도 힘과 리듬의 완급 조절이 제법 잘 표현되는 모습이다.

빅토리아 뮬로바, 그리고 세이지 오자와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자주 들었다. 헤드 앰프 방식의 포노 앰프지만 소릿결이 냉랭한 톤으로 흐르지 않고 약간의 온기마저도 스며들어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올린의 중·고역 끝단이 거칠지 않고 살짝 롤-오프되면서 상큼하게 말아 올린다. 아주 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저가형 포노 앰프에서 보여주는 얇고 텅 빈, 그야말로 겉도는 소린 아니다. 오밀조밀한 밀도감이 꽉 차올라 있어 클래식 음악도 들을만했다.

이 가격대에서 원하는 기능과 음질은 무엇일까? 대부분 LP 입문을 위한 시스템에 적용될 가능성이 99%다. 기능 면에선 MM 및 MC 카트리지에 모두 대응한다. 특히 MC 포노단 세부 조정 기능이 없어 걱정했던 게인에서도 극단적인 저 출력, 저 임피던스 카트리지가 아니라면 괜찮다. 음질적으로는 기존에 빈센트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납득할 만한 사운드를 내주면서 가격 대비 성능마저 매우 높은 포노 앰프다.


가격 30만원   
아날로그 입력 RCA×1   
아날로그 출력 RCA×1   
주파수 응답 10Hz-20kHz(±0.5dB), 10Hz-50kHz(±2dB)   
입력 감도 58mV(MM), 6.8mV(MC)   
입력 임피던스 47㏀(MM), 100Ω(MC)   
앰플리케이션 팩터 40dB(MM), 100dB(MC)   
S/N비 84dB 이상(MM), 71dB 이상(MC)   
크기(WHD) 11.5×5.5×13cm   
무게 1kg

595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2년 02월호 -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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