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ocompaniet ECI 8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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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companiet ECI 80D
  • 김남
  • 승인 2022.01.07 17:32
  • 2022년 01월호 (59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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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친구처럼 마음 편히 다가서는 다재다능한 인티앰프

본 기는 북구 노르웨이의 유서 깊은 제작사에서 내놓은 인티앰프로, 정통 인티앰프에 디지털 기술이 가미되어서 올인원이라 해도 좋을 제품이다.

노르웨이라고 하면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작곡가 그리그가 먼저 생각나는 국가이지만, 인구가 500만 명 정도 되면서도 북구의 선진국이다. 우리나라 정도는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1인당 GDP, 질적으로 수준이 높은 이상 국가에 가까운데,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는 이런 나라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대표 오디오 메이커이면서 창립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이 제작사를 출발시킨 것은 세계 오디오 사에도 이름이 기록될 정도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마티 오탈라(Matti Otala), 얀 로스트로라는 두 엔지니어인데, 그들은 덮어놓고 보급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엔지니어가 아니었다. 특히 핀란드 태생의 마티 오탈라 박사는 전설적인 하만 카돈의 명기 사이테이션 XX 라인을 설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TIM(Transient Intermodulation) 왜곡을 줄이기 위한 이론을 발표해서 주목을 받았고, 그 뒤로 첫 제품 25W 파워 앰프를 출시했으며, 이 이론을 줄기차게 개선해 가면서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왔다. 그 이론은 THD를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네거티브 피드백을 많이 걸면 TIM 왜곡이 증가하고, 음질 면에서는 THD보다 TIM이 더 중요하다는 데부터 출발, 당시로서는 누가 생각지도 못했던 착안점을 내놨다. 그리고 화려한 겉모양이 아니라 내부의 기본 회로가 충실해야 한다는 그들의 소신이 그 후 이 메이커가 가는 향방을 결정지어 주었다는 생각이다.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처음부터 일본에서 평가가 뛰어났다. 전형적인 일본 제품과 달리 검소·질박하면서도 단단하고 무게감, 섬세함을 지닌 소리가 호평을 받아 해외 제품으로는 단시간 내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제작사는 노르웨이의 타우라는 곳에 위치하는데, 하이파이 제조사로서는 비정상적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여기에 최첨단 장비를 가져다 놓고 자체적으로 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동사의 수준 높은 자동화 생산 라인으로 인해 소수의 인원으로 프리앰프, 파워 앰프, 인티앰프, CD 플레이어, D/A 컨버터, 뮤직 스트리머 같은 전통적인 오디오 제품과 EC 리빙 라인의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 제품까지 직접 생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동사의 주력은 검소하다고 할 수 있는 인티앰프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구에는 호사스러운 제품이 많지만 역시 시청기 같은 제품이야말로 북구를 상징하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국내에 처음으로 수입되었던 동사의 인티앰프와 비교해 보니 가격대도 엇비슷하고 제품의 됨됨이도 그때부터 완성도가 높았다. 크게 내부를 홍보하지 않고 시종일관 동일한 분위기, 변함없는 사운드,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고, 옛 친구처럼 마음 편하고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인 것이다.

이 기종은 자체 개발한 클래스AB 앰프를 사용해 채널당 80W(8Ω) 출력을 내는 인티앰프로, 과부족 없는 출력이라 하겠다. 그리고 2조의 RCA 아날로그 입력 외에도 옵티컬 3개, 코액셜 2개의 디지털 입력을 갖춘 D/A 컨버터(최대 24비트/192kHz)가 장착되어 있으며, 거기에 6.3mm 및 3.5mm 단자를 모두 구비한 헤드폰 출력, 프리 아웃 단자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블루투스(버전 5.0) 기능을 내장했고 고음질의 AAC, aptX HD 코덱을 지원해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간단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스트리밍할 수도 있다. 여기에 기본으로 포노단(MM)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만능의 인티앰프라고 할 수 있으며 올인원이라고 해도 좋은 것이다.

이런 제품이 좋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런 가격대, 이런 사이즈와 만듦새, 이런 정도의 성능이야말로 오디오 제품의 레퍼런스라고 믿는다. 음악을 즐긴다는 것과 분석한다는 것은 원래 동질적인 영역이었지만 어느새 달라지고 말았다. 별도의 세계라고도 생각될 때가 많고, 즐겁게 음악을 듣기보다는 마치 손님이 기다리는 방으로 좀 무겁게 다가가는 그런 무거운 분위기의 제품도 좀 많은가.

별다를 것도 없는 부품 하나까지 일부러 일일이 나열하는 과장된 제품이 아닌 탓으로 기술적인 측면의 해설은 없다. 다만 섀시나 꾸밈새가 단아하며, 소리는 평균 이상, 거기에 고장이 없기로 이미 입소문이 나 있는 제품의 후속기이기 때문에 신뢰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음색적으로 이 제품은 약간 부드럽고 풍부하면서 중립적이라는 것이 해외 전문지들의 대체적인 평가. 그런 것들이 앰프 전체의 투명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별 녹음의 음향 특성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표현도 있다.

시청기를 매칭한 것은 어쿠스틱 에너지의 AE300 스피커로, 감도가 86dB로 다소 낮다. 이 매칭은 기분 좋은 두께감과 나긋함이 공존한다. 피아노는 웅장하게 울리고 현의 고역 흩날림이 귓전을 간지럽힌다. 아날로그의 심지가 강하다. 펀치력도 충분하다. 오디오 재생음은 자연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두께감이 있어야 하며, 그다음 그 기준 위에서 해상력과 밀도감이 얹혀야 한다. 통상적인 테스트 곡을 모두 울려 봤는데 다양한 곡들을 소화해 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어떤 곡에서도 기준점을 넘고 있으며, 상위권 성적의 고교생을 보는 느낌. 하숙방에 살고 있는 그런 청춘 말이다. 


가격 390만원   
실효 출력 80W(8Ω), 150W(4Ω)   
디지털 입력 Optical×3, Coaxial×2   
아날로그 입력 RCA×1, Phono(MM)×1   
프리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1Hz-150kHz(-3dB)   
S/N비 102dB   
게인 25dB   
THD+N 0.005% 이하   
댐핑 팩터 300 이상   
블루투스 지원(Ver5.0, aptX HD/AAC)   
헤드폰 출력 지원(3.5mm/6.3mm)   
크기(WHD) 47×9×26.2cm   
무게 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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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1월호 -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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