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ustic Energy A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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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ustic Energy AE300
  • 김남
  • 승인 2022.01.07 17:19
  • 2022년 01월호 (59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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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에너지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

지금 중장년이나 노장 세대라면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가장 갖고 싶었던 스피커로 어쿠스틱 에너지의 AE-2를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크기와 무게가 절반인 AE-1도 인기 절정이었다. 그 두 기종이 90년대 초반까지 거의 소형기의 왕좌를 지배했다.

추억의 AE-2 스피커는 앙증맞은 크기이지만 무게가 17kg에 달하고, 마치 왕궁의 기둥처럼 완강하고 육중한 흑색 금속 스탠드가 부착된다. 그리고 작은 배플에 소형 우퍼가 2발, 그 사이에 트위터를 배치한 생소한 설계. 그 작은 몸체에서 넘쳐 나오는 당당하고 맑으며 밀도감 있는 사운드. 한마디로 이것이 이 작은 크기에서 나오는 소리란 말인가로 세계 오디오 시장을 들끓게 했던 제품이다. 가격도 비쌌다. 90년대 초반 250만원이었으니 대기업 과장 월봉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 구입하지 못했다. 그 아쉬움이 어쿠스틱 에너지의 스피커들을 볼 때마다 잊히지 않는다.

그에 자극을 받은 다른 제작사에서도 그 이후 즐비하게 질 좋은 소형기들을 출시했지만 결코 그 시절 AE-1, AE-2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유사한 수준의 제품은 여럿 등장했고 그 세월의 부침에 따라 이제 그 기종도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오디오 100년사에 기록될 기종 중의 하나이며, 오늘날 어쿠스틱 에너지의 전통과 명성은 그때부터 유지되어 오고 있는 셈이다. 문학도 한 작품으로 남는 작가가 많고, 대중 가수라 할지라도 평생 노래해도 이 히트곡 한 곡을 남기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래서 히트한 기종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해도 헛되지 않는다. 

시청기는 그런 제작사의 AE 혈통을 잇는 기종이지만 동사의 중간급인 300 시리즈에 해당하며, 100만원대의 보급기로 출시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보급기는 아니다. 사연이 좀 있다. 스피커 회사 역시 불황의 여파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어쿠스틱 에너지도 한때 회사가 FPI(Formosa Prosonic Industries)라는 곳에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 회사는 스피커의 OEM을 주로 하는 거대 기업으로, 자사의 간판 브랜드가 필요해 작으면서 알찬 실력을 가진 어쿠스틱 에너지를 인수해 갔다. 이 회사 산하에 있을 때는 주로 저가의 시리즈, 블루투스 스피커, 라디오 등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평범한 회사로 전락하고 만 셈인데, 다행히 근래 들어 영국 자본으로 회사의 주인이 바뀜에 따라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게 되고, 절치부심으로 신제품을 개발, AE100으로 히트를 친 뒤 여세를 몰아 시청기도 만들어졌다. 

시청기는 중소 규모의 룸에 적합한 소형의 스탠드 거치형 북셀프 스피커인데, 히트작으로 불리는 AE100보다 성능을 한층 높여 놓았다. 성능, 소재 및 캐비닛 마감 모두에서 업그레이드되었으면서도 가격이 낮기에 처음에는 미스프린트인 줄만 알았다. 그 가격도 시청이 끝나고 며칠 뒤에야 확인을 했다. 놀랍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이다.

이 기종은 처음부터 비교적 추억의 AE-2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신개발의 130mm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배치했는데, 향상된 분산, 확장된 베이스 슬램 및 전반적인 파워 핸들링을 자랑한다. 이 드라이버는 진동판이 매우 얕은 프로파일로 되어 있으며 소재는 세라믹 알루미늄 샌드위치. 특히 극히 높은 힘을 지닌 롱 스로우 모터 시스템을 갖춰 앞뒤로 움직이는 길이가 길며 상당히 강력하고 정확한 저역 재생이 가능하다. 45Hz까지 쭉 떨어지는 저역은 진동판의 구경이 작아도 이렇게 마그넷 시스템의 강력한 설계로 보완되어 얻어진 것이다. 또한 내입력이 좋아 아주 강력하게 파워를 걸어도 별문제가 없다. 

28mm 알루미늄 트위터 역시 300 시리즈용으로 신개발된 것으로, 300 시리즈 전 기종에 공동으로 적용되었다. 특징은 왜곡을 줄이기 위해 높은 파워 핸들링과 낮은 기본 공진에 최적화되었다는 설명. 그리고 신 트위터의 가장 큰 장점은 WDT(Wide Dispersion Technology) 웨이브가이드를 적용해 우수한 분산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퍼와 일치하도록 트위터의 음향 출력을 형성하고 더 넓은 스윗 스팟을 제공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클로저는 18mm 두께의 고밀도 MDF로 되어 있는데, 내부에 이미 여러 해외 쇼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바 있는 동사의 레퍼런스 시리즈에서 파생된 독자적인 브레이싱 기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외모를 봤을 땐 상당한 고가 제품과 동일한 수준이다. 스피커 후면의 슬롯 모양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역시 저음 출력은 높이고 왜곡되지 않은 저음 성능을 내기 위한 것으로 공기의 난기류 효과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실험을 거쳤다. 포트 하나도 단순하게 뚫는 것이 아닌 것이다. 마감은 피아노 마감의 블랙과 화이트, 월넛 무늬목 마감으로 구분되어 있다.

매칭한 앰프는 오디오랩의 6000A Play. 일반적인 특성의 소형기와 대조해 보니 음색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 끝 떨림의 뒤처리, 보컬의 여운, 좀더 육중해진 피아노의 타건 등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 가격은 보급형 수준이지만 왕년의 AE-2를 떠올리게 하는 미묘한 품위가 있고, 어느 곡 하나 허술하게 넘기지 않는 상당한 재현력을 구사한다. 볼수록 AE-2를 연상시키는 제품이다. 


가격 117만원(Walnut), 108만원(Black, White)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45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8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6dB   
파워 핸들링 100W   
크기(WHD) 17.5×30×26cm   
무게  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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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1월호 -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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