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부에 대한 모든 것 -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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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부에 대한 모든 것 - 3편
  • 허제
  • 승인 2022.01.07 17:08
  • 2022년 01월호 (59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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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품질은 바로 앞 단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오디오 기기에 인가되는 전기의 전압(V)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나라의 최초 전기 도입은 1887년 고종 황제가 경복궁에 설치한 것인데,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불과 8년 만의 일이라 세계적인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220V를 쓰고 있다. 원래는 110V였지만 1973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32년에 걸쳐 승압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그래서 현재 110V를 쓰는 지역은 없다. 승압의 이유는 같은 전선의 굵기에 더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에서이다. 물론 전압이 높은 만큼 위험성은 커진다.

그런데 문제는 왜 220V냐는 것이다. 일본은 100V이고 미국은 117V(115, 120V),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230내지 240V를 쓴다. 그래서 추측건대 110V라는 수치는 일본 100V와 미국 117V 기기를 모두 쓸 수 있는 110V으로 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두 배로 승압을 하니 220V가 된 것이다. 현재 220V를 쓰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많은 것은 230V라 하겠다. 참고로 미국, 일본이 승압을 하지 않은 것은 비용 문제도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감전 사고를 생각해 보면 100V는 경미한 수준이지만 220V라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필자의 직접 경험(?)으로는 220V는 부상까지 동반되는 위험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패스 XP-12 프리앰프 내부
패스 XP-12 프리앰프 내부

오디오 전압은 220V든 110V든 음질하고는 상관이 없다. 정작 음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높고 낮은 전압의 수치가 아닌 기기에 맞는 정확한 전압이다. 어차피 들어온 전기는 기기가 필요한 수치의 정류된 직류 정전압을 쓰게 되지만, 공급되는 전압의 수치가 정확해 나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전압의 인가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간단하다. 기기의 뒷면에 표시된 전압을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된 기기라면 당연히 220V/60Hz라 적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 제품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전압인 230V에 맞추고 있다. 시장을 조금 더 세분하면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으로 보고 100V, 117V, 230V 세 가지 전압에 대응한다. 물론 정확히 하면 100V, 117V, 220V, 230V, 240V가 되어야 하지만 전압의 허용 오차 범위는 10%라서 사용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에 근사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 전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참고로 100V~라고 표시된 제품은 100V부터 다 쓸 수 있다는 뜻이 아니고 ‘~’는 교류 전압을 의미한다. 이런 제품을 220V에 꽂으면 기기는 나가고 만다.

마크 레빈슨 전압 표시

앰프 브랜드의 대명사인 마크 레빈슨은 전문 브랜드답게 1990년대 자사의 앰프 전압을 100V, 117V, 220V, 230V, 240V를 모두 쓸 수 있게 했다. 말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얘기이며, 모든 나라에 팔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마크 레빈슨은 이런 다양한 전압을 포기하고 100V, 117V, 230V 세 가지만 선택할 수 있게 바뀐다. 원가 절감이 이유일 것이다.

패스 XP-12 프리앰프 전압 표시

이번에는 패스 앰프를 살펴보자. 패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전압을 세 가지로 설정한다. 100V(일본), 117V(미국), 230V(유럽), 그런데 초기에 나온 기기(알레프)들은 220V라 표시되어 있지만 내부 전원 트랜스를 보면 120, 240V로 되어 있다. 현재는 뒷면에 220~240V라고 너그럽게(?) 표시하고 있고 있지만 이것도 내부를 보면 230V가 맞다.

제프 롤랜드 콘체르토 프리앰프 전압 표시

제프 롤랜드 앰프의 경우는 더 요상하다. 뒷면의 표시에는 210~250V라고 더 넓은 범위를 표기하고 있는데, 무려 40V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내부를 보면 115, 230V로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한편 구형 크렐의 경우는 정식 수입이면 220V라 표시되어 있고 내부에서는 100, 115, 220V를 선택할 수 있다.

제프 롤랜드 콘체르토 프리앰프 전압 변환 스위치

아큐페이즈 앰프의 경우는 예전에는 마크 레빈슨처럼 100V, 117V, 220V, 230V, 240V에 모두 대응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마크 레빈슨처럼 100V, 117V, 230V 세 가지만 제공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우리나라로 정식 수입되는 제품은 따로 220V로 만들어 준다. 일본 진공관 브랜드 레벤도 마찬가지다. 아큐페이즈의 경우 정식 수입이 아닌 제품은 220V 아니면 230V인데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아큐페이즈 220V용 전압 표시

결론은 간단하다. 뒷면에 표시된 전압대로 전압을 걸어 주면 소리가 가장 좋다. 예를 들어 230V 기기를 220V에 아무 생각 없이 쓰게 되는데, AVR를 통해 230V를 걸어 주면 소리는 당연히 좋아진다. 물론 미세한 차이라 느끼지 못하는 이도 있겠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오래전 독일의 브랜드 mbl이 우리나라 오디오 쇼에 참가할 당시 전압을 235V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전압을 제공할 수 없어 특별히 파워텍 사에 요청했는데, 235V에서 가장 좋은 소리가 나며 215V 이하로 내려가면 기기가 오작동한다고 한다. 이런 것은 인가 전압이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례이다. 어떤 애호가는 240V 기기가 어디 있냐? 반문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쓰는 벨칸토 컨버터가 240V였다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240V용 트랜스를 주문해 들어 보니 그간 매가리 없는 소리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벨칸토 DAC 전압 표시

보통 파워 앰프의 경우가 전압이 낮으면 힘없는 소리가 되기 십상이고, 정확한 전압(예를 들어 230V)을 인가해 주면 힘이 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반대로 프리앰프 같은 경우 정확한 전압보다 높은 전압을 인가하면 경질의 소리가 된다. 필자의 경우 미국 프리앰프를 사용할 당시 파워텍을 이용해 117V를 정확히 걸어 준 바 있다.

아큐페이즈 내부 퓨즈
아큐페이즈 내부 퓨즈

전압에 관련해 또 중요한 것이 퓨즈의 용량이다. 승압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퓨즈의 용량도 이에 따라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100V용 기기에는 100V용 퓨즈가 끼워져 있다. 그런데 이 기기를 220V로 바꾸면 퓨즈의 용량은 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냥 쓰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소리는 힘 있고 굵어지나 섬세함이 떨어지고, 퓨즈의 본래 목적인 과전류가 흘렀을 때 끊어지지 않아 기기에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전력(P)=전압(V)×전류(I)인데, 예를 들어 110(V)에 1(A) 퓨즈 용량인데 220(V)가 되면 퓨즈 용량은 반인 0.5(A)가 된다. 이런 것은 앰프 뒷면에 잘 표시되어 있다. 더불어 오디오용 퓨즈로 바꾸어 주면 음질은 더욱 개선되는데, 개인적으로 수십만 원이 넘어가는 것보다는 저렴한 하이파이 튜닝 제품을 권한다.

그리고 접지도 음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접지 극이 콘센트에 삼각형 모양으로 마련되어 있고, 극성까지 맞추어져 아주 편리하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100V의 낮은 전압이라 벽체 콘센트에 접지가 없어 음질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아큐페이즈나 럭스만은 내부에는 접지가 연결이 되어 있지 않고 마란츠(현재 기종)의 경우는 인렛 단자에 아예 접지 극이 없다. 이런 경우 따로 접지를 연결해 주면 소리가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크 레빈슨 No.526 전압 표시

오디오 전원의 마지막 화룡점정은 기기의 인렛 단자 내부 배선이다. 전원의 경로는 전봇대→분전반 차단기→벽체 콘센트→전원 장치인데, 이 모든 것에 많은 신경을 써 주었다고 한다면, 예를 들어 최종 AVR을 통해 정확히 230V를 인가한 후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기 인렛 단자에서 내부 트랜스까지의 경로다. 앞서 좋은 전기를 잘 끌어다 놓고는 마지막에서 이를 소홀히 하면 그 효과는 경감될 수밖에 없다. 물론 효과는 이미 충분히 거두고 있긴 하지만.

기기의 인렛 단자에는 전원 트랜스로 연결되는 선이 존재한다. 이것을 고품질 선재(네오텍 순은 단결정 14AWG)로 바꾸어 주면 소리는 크게 향상된다. 왜냐하면 전기의 품질은 바로 앞 단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주 먼 발전소가 음질에 별 영향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크 레빈슨 No.526 프리앰프 인렛 단자

마크 레빈슨 프리앰프는 뒤쪽 인렛에서 퓨즈와 스위치를 통해 앞 쪽의 분리된 전원부에 연결되는 구조다. 아마도 영향을 최소하기 위한 배치라 여겨진다. 그래서 이 프리앰프는 이를 두 가닥 선재(Live, Neutral)를 통해 연결하는데, 이것을 순은 단결정 선재로 교체하면 된다. 다만 선재 값(미터당 34만원)이 비싸긴 하지만 효과는 크다. 아큐페이즈의 경우는 마크 레빈슨과는 다르게 뒤쪽 인렛에서 전원 스위치가 있는 전면까지 배선이 존재한다. 한 가닥인 라이브(Live) 극성인데, 이런 경우 배선이 ㄷ자로 길이가 길어진다. 비용을 생각하면 인렛에서 접지 선과 내추럴(Neutral) 극성 선이 짧으니 이것만 교체해도 효과 만점이다. 다른 기기들도 구조는 다르지만 인렛에서 트랜스까지의 선을 교체하면 음질이 향상된다.

패스 알레프 0s 트랜스

애호가들은 기기 소리가 좋지 않으니 더 비싼 기기로의 업그레이드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린다. 하지만 기기를 바꾸기 전 전원을 보강한다면 극적인 업그레이드 효과를 거두리라 확신한다. 예전에 필자가 인터넷에 차단기를 바꾸면 소리가 좋아진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별 미친 짓을 다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출장을 통해 차단기를 바꾸어 주면 적잖이 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원부 한 번이라도 거들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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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1월호 - 5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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