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lder 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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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lder 866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12.09 16:55
  • 2021년 12월호 (59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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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볼더! 이들이 만들면 이렇게나 다르다

볼더(Boulder)라는 브랜드는 일종의 넘사벽으로 다가온다. 말도 안 되는 만듦새를 실현했던 파워 앰프를 보라. 특히, 모노블록으로 구성된 라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증폭 과정에서 요구되는 숱한 요소들을 다 점검해서 최상의 솔루션으로 완결한 일련의 제품들은 늘 소유욕을 자극한다. 예전에 동사를 운영한 제프 넬슨 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오디오 쇼나 특별한 행사에서 타사의 앰프를 접하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음색이나 음악성은 잘 모르겠고, 일단 노이즈가 거슬립니다. 내게는 그게 매우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앰프에 수반되는 각종 디스토션과 노이즈.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디바이스의 고안은 볼더가 이룬 찬란한 금자탑의 일부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증폭 과정이 정확하고, 다양한 로드에 대응할수록 음악성도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일체 타협이 없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본 기 866은 그간 볼더가 거둔 성과를 하나의 박스에 담은, 일종의 쇼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인티앰프. 물론 타사의 인티앰프와 비교하면 무게라든가, 물량 투입이 엄청나다. 그러나 동사의 파워 앰프와 비교할 때 작은 편이다. 다행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역시 완벽주의자다운 품격이 배어 있다. 일체의 틈을 발견할 수 없는 섀시의 조립과 마무리는 일단 혀를 내두르게 한다. 모양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붙인 사이드 패널의 치밀한 구성에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역시 볼더는 다르구나,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콘셉트도 괜찮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처리했는데, 덕분에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직관적인 조작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점 역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볼더는 인티앰프를 만들어도 역시 볼더인 것이다.

일단 아날로그 정통 인티앰프를 베이스로 해서, 여기에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고, 다양한 디지털 입력을 가능하게 하는 양질의 DAC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볼더는 이미 CDP, DAC 등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리시버 타입으로 만들어진 본 기는 볼더의 모든 것을 다 아우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괜히 쇼 케이스가 아닌 것이다.

여기서 잠시 앰프의 출력을 보자. 8Ω에 무려 200W를 제공한다. 볼더가 제시하는 스펙은 일체 거짓이 없다. 진짜 200W다. 거기에 더해 이 출력은 4Ω에 400W가 되며, 2Ω에 최대 출력은 무려 700W를 낸다. 여기서 2Ω을 표기했다는 부분에 주목하길 바란다. 이른바 로드가 많이 걸리는 깡패 같은 스피커도 충분히 컨트롤한다는 의미다. 인티앰프에서 이 정도 스펙을 갖추기란 정말 힘들고, 대부분의 전문 파워 앰프조차 꺼리는 내용을 당당하게 담아낸 것이다. 일단 이런 출력만으로도 본전은 다 뽑았다고 보면 된다.

한편 네트워크 플레이어 쪽을 보면, 룬이 기본적으로 지원되어 있고, 이더넷과 와이파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외장 스토리지의 음원을 사용하거나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종의 소스기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디지털 입력도 가능해서 정말 두둑한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다. 왜율을 보니 고작 0.01%다. 극한의 노이즈 대책이 투입되었으며, 입력된 소스의 순수성을 완벽하게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무게는 무려 24.5kg이나 한다. 기본적으로 트랜스라든가, 콘덴서 등에 고급 소재가 잔뜩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섀시도 그렇지만, PCB조차 최상급으로 꾸몄다. 역시 볼더가 만들면 다르구나 새삼 절감했다. 

첫 트랙은 조슈아 벨 연주,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들어보자. 장엄하게 시작하는 인트로 이후 홀연히 피어나는 바이올린의 존재. 극한의 슬픔과 상실감을 내포하고 있지만, 절대로 오버하지 않는다. 정확하고, 치밀한 재생음은 굳건한 골격을 형성하고 있고, 음악의 내밀한 표정까지 낱낱이 포착하고 있다. 당연히 스피커의 구동력이란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투티에서 느껴지는 극한의 감정 표현. 뭔가 뜨거운 것이 안에서 올라오는 기분이다.

이어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o Far Away’. 강력한 킥 드럼이 바닥을 두드리고, 휘황하게 공간을 휘젓는 기타의 존재감이 각별하다. 보컬은 약간 텁텁하면서 달콤하고, 배후에 도사린 신디사이저의 움직임도 멋지게 포착된다.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고, 오서독스하게 엮인 콤비 플레이가 일품이다. 스피커의 그레이드를 한껏 높이는 재생음을 낸다는 점에서, 새삼 양질의 앰프가 전체 시스템에 끼치는 영향을 실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존 콜트레인의 ‘Say It’. 왼쪽 채널을 점한 테너 색소폰의 존재가 매혹적이다. 나른하면서도 에지가 잘 살아 있다. 구수하면서 또한 사색적이다. 반대편의 드럼이 내는 부드러운 터치와 중간에 위치한 영롱한 피아노의 백업. 더블 베이스의 깊은 저역도 일체 흐트러짐이 없다. 재즈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정교치밀하게 분해해서 높은 다이내믹스를 실현하고 있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제압할 듯 보인다. 한 번 사두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내용과 퀄러티를 갖고 있다고 본다. 


가격 1,90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400W(4Ω)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1, USB A×4, Ethernet×1   
아날로그 입력 XLR×3 
주파수 응답 20Hz-20kHz   
THD 0.01%   
입력 임피던스 100㏀(XLR)   
최대 아날로그 게인 40.4dB   
네트워크 지원   
룬 레디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크기(WHD) 44×19×39cm   
무게 24.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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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2월호 -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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