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ers & Wilkins Formation W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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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ers & Wilkins Formation Wedg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12.09 16:35
  • 2021년 12월호 (59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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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예술품에 거대한 사운드를 담아내다

요즘 Bowers & Wilkins(B&W)의 포메이션(Formation) 시리즈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외관이 세련되고 모던하며, 앰프를 내장하고 다양한 기능을 첨가해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모든 기능과 콘셉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좌우 스피커 세트로 구성된 것부터 들어봤는데, 그 만듦새에 일단 반한 데다가 사운드에는 그냥 넉아웃되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만난 웨지(Wedge). 이게 무슨 뜻인가 봤더니 바로 쐐기라고 한다. 가만, 그러고 보니 외형이 여러 개의 쐐기를 붙여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그 형상이 매우 특별하다. 잠깐 생각해보니 뮌헨에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가 떠오른다. 거대한 축구장의 외관이 바로 이런 쐐기를 잔뜩 박은 듯한 모습이다. 형상이 좀 다르긴 하지만,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도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동사가 이전에 만든 제플린은, 저 유명한 비행선의 모습에서 따온 바 있다. 유선형으로 잘 빠진 라인이 돋보였는데, 그에 반해 본 기는 다소 비대해보이면서 묘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음향학적인 배려가 개재된 듯싶다. 마치 무대에서 객석으로 자연스럽게 사방으로 확산되어 가는 모습. 예전에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갔을 때 만난 극장이 그랬다. 무대 자체는 좁지만 확성기처럼 객석이 조금씩 커져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느 구석에 들어도 충분히 음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런 콘셉트와 관련이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본 기의 핵심은 구석구석 빈틈 없이 방안을 채우는 것이다. 룸 필링(Room Filling)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특히 120도의 각으로 만들어진 형상은 상당한 확산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따라 정확히 계산되고 배치된 드라이버들과 이를 구동하는 여러 대의 파워 앰프 등에서 얼마나 엄청난 물량 투입이 이뤄졌는지 제대로 알고 나면 놀랄 수밖에 없다.

일단 드라이버 구성을 보면, 완전한 3웨이 타입이다. 단, 중·고역은 각각 두 개의 드라이버를 동원한 대신 저역은 일종의 서브우퍼처럼 꾸몄다. 그런 면에서 두 개의 새틀라이트 스피커와 우퍼로 구성된 3D 타입을 연상시킨다. 좁은 공간에서 풍부한 저역과 광대역을 얻고자 한다면 이상적인 설계다. 

트위터는 1인치 구경의 더블 돔 타입이고, 미드레인지는 2개로 3.5인치 FST 방식이다. 우퍼는 6인치짜리가 들어갔다. 이 사이즈에 6인치 우퍼라니 참 대단하다고 본다. 그 결과 본 기의 담당 주파수 대역이 무려 35Hz-28kHz에 달한다. 처음에 나는 숫자를 잘못 봤나 싶었다. 이런 방식의 제품을 수도 없이 봤지만, 이런 스펙은 처음이어서 잠시 당황했다. 나중에 음을 들어보고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 납득했다. 어지간한 하이파이 시스템 부럽지 않은 내용이다.

거기에 하나의 드라이버에 하나의 파워를 다는, 이상적인 설계가 돋보인다. 그 결과 고역에 40W짜리 파워가, 중역에 역시 40W짜리 파워가 들어가며, 우퍼 쪽에는 무려 80W의 파워가 할당되어 있다. 총 5개의 드라이버에 총 5개의 파워 앰프가 투입된 것이다. 

무선 기능도 충실하다. 에어플레이 2는 물론 룬 레디와 스포티파이 커넥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 역시 aptX HD 코덱이 채용되어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선으로 시청했는데,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음이 나왔다. 사실 이 정도 사양이면 CD 정도에 해당하는 레벨이라 보면 된다. 무려 6.5kg이나 나가는 무게는, 본 기가 하나의 정식 하이파이 제품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다른 포메이션 시리즈의 제품과 연동해서 멀티 룸 기능도 한다니, 참 신통방통하다.

첫 트랙은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다. 피아노 솔로로 전개되는 곡인데, 음의 뉘앙스나 음 하나하나에 담긴 시정, 그리고 그 주변의 깊은 침묵 등이 밀도 있게 전개된다.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느낌이다. 그랜드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부분이 강하게 어필되며, 놀라운 디테일 묘사를 보여준다. 집중해서 음악을 듣게 만든다.

이어서 라흐마니노프를 더 들었다. 바로 크리스티안 짐머만 연주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상당한 스케일로 재생되는 부분에서 일단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이 정도로 넓은 스테이지와 입체적인 공간 묘사가 나올 줄 몰랐다. 정보량 자체도 풍부해서 일체 로스를 느낄 수 없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완전히 구분되어 서로 주고받는 대목이 정치하게 표현된다. 이쪽 분야에서도 착실한 진화가 이뤄져 이제 이런 수준까지 도달했구나 새삼 탄복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o Far Away’. 종횡무진 공간을 가로지르는 일렉트릭 기타의 존재감이라든가, 다소 텁텁한 보컬의 매력,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신디사이저의 백업 등 여러 면에서 정교한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깊은 베이스와 킥 드럼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구축된 음장을 통해, 리듬이 넘실거리고, 다양한 이펙트가 쏟아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제품이다. 


가격 160만원   
앰프 출력 80W×1(우퍼), 40W×2(미드레인지), 40W×2(트위터)   
사용 유닛 우퍼 15cm, 미드레인지(2) 9cm, 트위터(2) 2.5cm 
주파수 응답 35Hz-28kHz   
네트워크 지원(에어플레이 2, 스포티파이 커넥트, 룬 레디)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4.1/aptX HD, AAC)   
크기(WHD) 44×23.2×24.3cm   
무게 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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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2월호 -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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