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청 케이블은 이 제작사의 여러 단계 케이블 중에서 위에서 6번째 위치의 제품이다. 상위에서 헤아리자면 매그넘 오푸스, 오푸스, XL, 레퍼런스, 울트라, 슈퍼, 플러스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그중 상위 2단계 제품은 가격이 최고급 앰프나 스피커 수준이라 접근하기가 어렵지만, 하위 2단계는 그 부담이 훨씬 덜해 노려볼 만하다. 모든 제품은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곳의 하위 기종이 실속 면에서 가장 이득이 큰데, 시청기는 유감없이 그런 이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제품인 것이다. 블랙박스 크기가 상위 기종에 비해 작지만 들려주는 소리가 그렇게 큰 편차를 보여 주지 않아 놀랐다.
오디오 케이블 시장은 사실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다. 오디오 케이블이라는 용어가 일반에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80년대 중반 정도. 그 이전까지만 해도 오디오 제품은 모두 일반 전깃줄을 사용했다. 연결 단자도 제멋대로여서 매킨토시나 쿼드의 그 당시 앰프 제품을 보면 기가 찬다. 굵은 케이블과 연결 단자가 등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라 굵은 케이블은 접속할 수도 없었다. 90년도가 되면서 은도금 선재가 어떻고, 무산소 구리 선재가 어떠며, 비로소 오디오용 케이블이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아마 오디오 제품 중에서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이렇게 시장이 넓어지고 중요성이 부각되며 성능이 발달한 분야는 디지털을 제외하면 케이블이 대표적일 것이다.
2천년대로 들어서면서 각 나라에서 고가의 고급 케이블들이 속속 등장, 케이블 중간에 블랙박스를 부착한다는 특이한 제품도 등장, 그 선두 주자 중의 하나가 트랜스페어런트이며, 지금은 확실히 고급 케이블 시장을 장악한 몇 안 되는 메이커이기도 하다.
각종 오디오 제품을 등급으로 매기기 좋아하는 오디오 전문지에서도 아직도 정식으로 케이블 제품에 대한 등급 부여하지 않는데, 아마도 제품의 절대량이 부족한 점, 그리고 케이블 무용론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는 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무용론자라고 할지라도 이 시청기를 단 5분 정도만 들어 보면 입이 다물어지리라 생각한다. 귀가 너무 좋지 않은 다음에야 소리 변화가 굉장히 극적이기 때문이다.
이 제작사 제품을 리뷰하려면 가장 곤란한 것이 절대적인 자료의 부족. 여타의 제작사들은 제품 설명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세부를 공개하지만, 이 제작사는 처음부터 대부분을 미공개로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도 ‘히스토리’라는 것도 없다. 다만 풍문만 가끔 들려 나오는데, 1980년 창립, 카렌 섬너, 잭 섬너, 칼 스미스라는 창업자 이름, 미국에서 마치 소규모 공방처럼 전문가가 거의 핸드메이드 제품처럼 꼼꼼히 소량만을 만들고 있다는 그런 정도이다. 오죽하면 이 제작사의 블랙박스를 해부한다고 엑스레이 촬영하기도 하고, 저가 모델 한 기종을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 내부 절단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 베일에 싸인 유일한 업체일 것이다.
시청기를 20여 년 전 기종과 1:1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디자인이 세련되게 변모했고, 연결 스페이드 단자 역시 고품질로 변했다. 내부는 역시 비공개. 편집부의 기자들과 함께 들었는데, 다소 벙벙거리며 부풀던 소릿결이 놀랍게 정리되어 들판의 야생마가 경마장의 경주마로 재탄생한 느낌이 확연하다. 현은 우아하고 미려하게, 피아노 타건은 울림이 깊고 저역 공진도 명확하게, 단박에 변한다. 믿지 못하겠거든 직접 들어 보는 수밖에 없다. 10여 년 이상 트랜스페어런트 제품을 써 오다가 마치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져 케이블이 홀연히 사라져 버린, 내 오디오 인생의 가장 후회막급으로 쓰라린 기억이 있는지라 이 시청기를 들어 보니 새삼 감개무량이다. 유산으로 자녀에게 남길 수 있는 대표적인 오디오 제품이다.
Super Speaker Cable
가격 252만원(2.5m)
Super RCA Cable
가격 115만원(1.5m)
Super XLR Cable
가격 203만원(1.5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