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llaton Reference MK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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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llaton Reference MKⅡ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12.09 15:49
  • 2021년 12월호 (59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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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하이엔드 스피커의 극한의 탐미주의와 사실주의

뮌헨과 홍콩의 오디오 쇼에서 여러 번 접한 적이 있는 젤라톤(Zellaton)을 이번에 만났다. 일단 음에 놀랐고, 그 가격에 놀랐다. 하지만 동사의 역사나 기술력을 보면, 꼭 애호가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내용이 분명히 있다. 그러므로 약간 주의해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부터 해본다.

젤라톤은 분명 낯설지만, 회사의 연혁이 무려 90년이나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무려 3대에 걸친 개발과 개량이 이뤄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꾸준히 스피커만 만든 것은 아니다. 중간에 휴지기가 있다. 그러다 현 사장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생산에 이른 것이다. 단, 유닛을 비롯한 여러 기초 기술의 역사가 무려 90년 전으로 올라가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젤라톤의 핵심 기술 중의 하나는 바로 드라이버다. 스피커의 심장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타사의 제품과 다르다. 아니 아예 다르다. 기본적으로 콘 타입으로 만들어졌고, 마치 원뿔 모양을 연상케 하는 형상을 갖추고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는 형태다. 또 진동판 자체의 소재도 특별한바, 어떤 독자적인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내공이 무려 90년이라는 것이다.

젤라톤의 창업자는 현 오너 마누엘 포드주스(Manuel Podszus)의 조부인 에밀 박사다.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소재 공학 쪽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현재 일반화된 PVC의 개발에도 관여했으며, 그밖에 다양한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어쩌면 발명가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스피커에도 관심이 많아, 진동판의 소재를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 진동판에 특수한 폼(Foam)을 붙여서 굽는 형태를 고안한다. 빵을 굽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현재 아큐톤이 그런 굽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젤라톤의 드라이버 역시 굽는(Baking) 방식인데, 진동판의 소재나 폼의 재질은 이 회사만의 비밀이다.

원래 이 기술은 풀레인지 드라이버로 만들어진바, 그것은 그것대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다 현 사장인 마누엘에 와서 트위터와 우퍼까지 개발하면서 비로소 본 젤라톤의 스피커가 탄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마누엘 역시 조부처럼 발명왕이다. 2D, 3D 작업에 능해서 벤츠라든가, 보쉬 등에 기술을 납품한 이력이 있고, 최근에는 마이크로 로봇의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특수 재질의 폼을 손으로 형상을 잡아 경화시킨 후, 그 위에 얇은 알루미늄 필름을 덧씌우는 형태가 바로 동사의 드라이버다. 아무튼 90년의 개발 기간을 거친 드라이버라는 점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현재 동사의 제품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갓 런칭한 에보 시리즈가 있고, 주축을 이루는 클래식 시리즈가 있다. 한편 클래식에는 총 네 종이 라인업이 된 바, 본 기는 맨 위의 스테이트먼트 다음이다. 레퍼런스(Reference) MK2라는 모델명을 볼 때, 레퍼런스를 일단 만든 후 그다음에 개량이 이뤄진 버전이라 보면 된다. 3웨이 타입으로, 우퍼가 무려 세 발이나 동원된 점이 특이하다. 트위터는 1.6인치, 미드레인지는 7인치, 우퍼는 9인치 사양으로 만들어졌다. 4Ω에 90dB의 감도를 갖고 있으며, 무려 22Hz-40kHz에 달하는 광대역을 달성하고 있다.

한편 후면부에 덕트 형태의 복잡한 구조가 돋보이는데, 아마 무수한 연구와 계측 끝에 이뤄진 결과물이라 보인다. 또 저역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도 있는바, 조절 시에는 파워 앰프를 끄고 작업해야 한다. 한데 이 스위치를 이용하면, 너무나 개성이 다른 두 개의 사운드가 연출되어, 마치 두 개의 스피커를 구입한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서는 좀 저역을 억제한 쪽의 음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저역을 넓히면 극한의 사실주의가, 좁히면 극한의 탐미주의가 실현된다는 점이 특별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패스의 Xs 프리앰프와 Xs300 파워 앰프가 동원되었고, 소스기는 MSB 프리미어 DAC를 이용했다.

첫 트랙은 두다멜 지휘,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 일단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량이 눈부시다. 일체 헝클어짐이나 왜곡이 없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악기들이 배치되어 있고, 정확한 타임 얼라인먼트로 움직인다. 우아하고 비극에 찬 바이올린의 음색이 각별하다. 극한의 미학을 추구하는 분들이라면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어서 마일즈 데이비스의 ‘I Thought About You’. 중앙을 점한 트럼펫의 신선한 음향에 기분 좋은 4비트의 리듬. 디테일 묘사가 훌륭하고, 출중한 해상도는 가히 현미경을 들이댄 듯하다. 그러나 필요할 때 적절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전체적인 밸런스가 탁월하다. 과연 가격대에 걸맞은 고급 레벨의 음이다. 이런 음을 듣고 나면 한동안 다른 오디오를 접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라디오헤드의 ‘Karma Police’.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로 시작하며, 처연하고, 애잔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베이스와 드럼이 가세해서 제대로 밴드가 갖춰질 때조차 일체 귀를 자극하는 부분이 없다. 피가 통하는 사운드이면서 동시에 탐미적인 구석도 엿보인다. 록을 이 정도로 재생하면, 더 이상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첨단 소재와 기술로 완성한 마스터피스이며, 향후 하이엔드 스피커계에 큰 임팩트를 선사할 것 같다. 


가격 2억7,000만원   
구성 3웨이   
사용유닛 우퍼(3) 22cm, 미드레인지 18cm, 트위터 4cm 
재생주파수대역 22Hz-40kHz   
출력음압레벨 90dB/W/m   
임피던스 4Ω
크기(WHD) 45×131×71cm   
무게 13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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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2월호 -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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