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lab 6000A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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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lab 6000A Play
  • 김남
  • 승인 2021.12.09 14:40
  • 2021년 12월호 (59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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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스를 탁월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맛있는 인티앰프

국내 요식업계에 ‘셰프’라는 호칭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이제는 어떤 지면을 봐도 가장 흔한 호칭이 됐다. 대체 셰프와 요리사와는 어떻게 다른가? 셰프는 주방 아줌마보다도 과연 더 심오한 기능인인가?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간단한 답변으로 비싼 집에 근무하면 셰프고 대중음식점에서는 그냥 주방장이다. 그냥 주방 아줌마.

진짜 맛집은 셰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셰프의 맛 비결은 솜씨보다도 고급 재료에 있다고 생각한다. 비싸게 받아도 좋으니 최고의 재료를 쓰자는 것이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그만큼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비싼 무공해 제품이라는 것을 먹어 보면 일반 제품과의 차이는 가격대일 뿐이다. 맛의 차이는 전혀 없다.

돈 내기 정말 아까운 고급 호텔의 셰프도 많고, 뒷골목 아줌마의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공무원들이 잘 다니는 곳에 이런 숨은 고수 아줌마들이 많다. 종합 청사 뒷골목에 언제나 만석인 복탕 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주인의 한탄을 들었다.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바쁘지만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그 맛에 있었다. 호텔로 가면 아무리 못 받아도 2배를 받을 정도로 푸짐하고 질 좋은 고기를 쓰기 때문인데, 너무 채산이 맞지 않아 그렇다고 가격을 올릴 수는 없어서 고기 분량을 좀 줄였더니 당장 손님들이 호통이 떨어졌다. 눈을 부라리며 보건소에 연락, 위생 검사를 하겠다, 돈을 많이 번 것 같은데 세무 사찰을 의뢰하겠다는 등 농반진반이지만 그런 협박이 이어지는지라 별수 없이 하던 대로 계속 하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여기서 계속하다간 집 팔아먹겠다는 그 말을 남겼다고 한다.

국내 한 진공관 앰프 제작자가 10여 년 전 인티앰프 한 기종을 선보였다. 100만원 정도 가격이었는데, 당시 리뷰했던 분들의 이구동성이 있었다. ‘이 양반 대체 이렇게 만들어서 자선사업 하려고 작정했나.’ 그럴 만큼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시청기를 듣다가 문득 그 복탕 집과 그 진공관 앰프 생각이 떠올랐다.

근래 이런 수준의 제품을 들어 본 적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청기가 이 가격대에서 이런 만듦새, 이런 소리를 내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쉽게 만날 수 없는 행운에 속할 것이다. 리뷰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을 만날 그럴 기회도 없었을 터이다.

1983년에 창립한 영국의 오디오랩의 제품들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고, 세계 오디오 전문지에서도 저가품인데도 즐겨 테스트를 받아 온 흔치 않은 제작사인데, 시청기 역시 오디오 전문지에서 리뷰, 별 5개의 평점을 매겨 놨다.

국내에서 8200 시리즈로 알려진 프리, 파워 앰프를 오래전 들어 본 바가 있어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 감탄 수준으로 적혀 있었다. 오디오랩은 그 후 8200 시리즈를 계승한 8300 시리즈로 더욱 인기를 끌었는데, 시청기는 이 8300 시리즈의 많은 기술을 내려 받았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 신기종에는 스트리밍 재생 기능과 D/A 컨버터가 내장되어 있으며, 특히 국제적인 오디오쇼에서 상을 받은 오디오랩의 M-DAC와 동일한 칩 ESS 사의 사브레32 ES9018K2M을 투입했다. 또한 가장 경제적이면서 뛰어난 성능을 위해 프리앰프단을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해서 신호의 순도를 높였다. 이 점이 돋보인다. 셰프처럼 고가의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은 접시와 은 포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아줌마의 주물럭 솜씨와 뚝배기에 매료될 수 있는 맛을 목표로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6000A 플레이는 DTS Play-Fi 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하면 이더넷과 와이파이를 통해 스트리밍 재생을 할 수 있는데, 연결이 무척 빠르고 쉽고, 사용법도 직관적이다. 그리고 아마존 뮤직, 스포티파이, 타이달 등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터넷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또한 블루투스(aptX/aptX LL) 기능도 갖추고 있다.

시청기는 인티앰프 모드, 프리-파워 모드. 프리 모드로 사용할 수 있고, 클래스AB로 8Ω에 50W, 4Ω에 75W 출력을 낸다. 아날로그 입력으로 3개의 RCA와 저잡음 JFET MM 포노 스테이지가 들어 있는 포노 입력이 있고, 프리 아웃과 파워 인풋도 갖추고 있다. 디지털 입력으로는 2개의 코액셜, 2개의 옵티컬이 있고, 3가지 디지털 필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전용 전류 피드백 헤드폰 앰프도 갖췄다. 묵직하고 그립감이 좋은 리모컨도 인상적.

외지에서는 이 기종을 유명한 아날로그 전용 인티앰프 1기종과 비교 시청을 했는데, 세련되고 넓은 특성, 깨끗하고 선명한 소리가 특징이며, 에이징에 따라 소릿결이 좀더 유연하게 다듬어진다면 놀랍고 충격적인 앰프가 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매칭한 기기는 가격대가 다른 북셀프 스피커. 4Ω에 86dB로 다르게 시청기의 파워는 50W이니 약간 부족하다. 그러나 우려와 이둘의 매칭은 우량하다. 매끄럽고 따스한 음감이 잘 살아나며, 피아노 독주의 깨끗하고 묵직한 타건감은 여음이 길게 퍼져 나간다. 금관 밴드의 질서정연한 리듬감은 해상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고, 팝 보컬은 정확하며 나긋하다. 감도가 낮아 현 독주가 경우에 따라 약간 가볍게 날리는 맛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 단출하며 날렵한 기기는 실로 놀랍다. 그 존재감은 보다 긴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가격 150만원
실효 출력 50W(8Ω), 75W(4Ω)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2, Ethernet×1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1
프리 아웃 지원
DAC ESS Sabre32 ES9018K2M
주파수 응답 20Hz-20kHz(±0.1dB)
네트워크 지원
블루투스 지원(aptX, aptX LL)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4×8×33cm
무게 7.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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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2월호 -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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