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y Audio SLI-80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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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y Audio SLI-80HS
  • 김남
  • 승인 2021.11.09 17:34
  • 2021년 11월호 (59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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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갈고닦은 걸작 KT88 진공관 인티앰프

세계 진공관 앰프 시장에서 캐리 오디오의 이름은 상당히 유서가 깊다. 80년대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구소련 진공관들의 높은 신뢰도가 알려지면서 바야흐로 진공관 앰프의 제2 융성기가 열렸는데, 그 선발 주자의 이름에 캐리 오디오가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진공관은 군수품 용도로만 소량 유통이 되었는데, 구소련이 해체되어 버리고 진공관이 개방되고 나면서 비로소 옛 마란츠나 매킨토시 등의 추억을 넘어 진공관 하이파이 앰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고, 이런 진공관 앰프의 신기원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품질의 러시아 진공관의 기여가 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또한 소브텍이나 일렉트릭 하모닉스와 같은 OEM 진공관 브랜드들도 생겨났다. 지금은 중국의 슈광 제품이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하고 있다.

이런 진공관의 르네상스를 기반으로 80년대 말 출현한 대표격 브랜드가 캐리 오디오(Cary Audio)다. 캐리 오디오는 미국의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 제조사보다는 보편적인 중간 가격대의 제품을 목표로 삼아 제품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고급기 시장에서는 크게 지명도가 없지만 그 전통과 저력에서는 어느 제조사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명문이다. 꽤 고가의 실험작도 많이 있지만, 역시 캐리 오디오의 이름은 대중적인 친근감을 주는 중견 기기이며, 인티앰프와 파워 앰프를 주력으로 만들었다. 또 기본적으로 진공관 앰프를 회사의 축으로 하고 있지만, 회사 설립 초기인 90년대부터 멀티채널 시스템 개발에도 적극 나서서 특이하게 솔리드스테이트 앰프 또한 이들의 주력이며, 캐리 오디오의 제품군에서 가장 많은 부문은 디지털이라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도 상당히 많을 터이다. 이미 올인원 시스템이나 MQA 파일 재생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시청기는 캐리 오디오의 창립 30년이 되는 2019년에 등장한 제품이다. 오리지널인 SLI-80 기종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98년. 그 기종이 크게 히트하면서 캐리의 스탠더드로 알려졌고, 제품을 조금씩 손보다가 이제 최종적인 제품으로 HS(Heritage Series) 버전을 출시한 것이다.

이 HS 버전은 클립쉬가 전 세계 오디오쇼에서 클립쉬혼, 라스칼라, 콘월, 헤레시 등의 헤리티지 시리즈 스피커를 시연할 때 캐리 오디오의 SLI-80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협력의 결과로 인해 개발된 제품으로 헤리티지 시리즈 스피커를 직접 보완하는 버전으로 탄생되었으며, 블랙 애쉬, 체리, 월넛 목재 측면 패널이 추가되어 클립쉬 헤리티지 시리즈 스피커의 마감과 일치하는 시각적 효과를 제공한다.

HS(Heritage Series) 버전의 큰 변화는 섀시 상단 중앙에 있던 정류관을 없애고 내부 기판에서 솔리드스테이트로 정류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부의 주요 부품들, 배선과 저항, 커패시터 등도 모두 새롭게 변경되었다.

캐리 사운드의 가장 큰 노하우는 트랜스. 상단에 커버를 씌운 전원 트랜스는 베이스의 중앙 뒤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양쪽으로 약 10도 정도 각도를 주어 비스듬하게 출력 트랜스가 배치되어 있다. 이 출력 트랜스는 결코 멋을 위해 그런 방식의 배치를 한 것이 아니며, 캐리 오디오에서 특별히 설계하고 미국 공급업체에서 사양에 따라 감은 특주품이다. 그리고 좌우 하나씩의 커다란 커패시터가 독특하게도 이 출력 트랜스 뒤쪽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네거티브 피드백은 출력 트랜스 2차 측의 8Ω 탭에서 파생되며, 피드백 회로는 노이즈 플로어를 줄이고 스피커 댐핑 특성을 개선하는 데 사용되는데 4dB의 피드백만 사용한다.

트랜스 앞쪽에는 진공관이 여유 있게 배열되어 있으며 모든 진공관은 일렉트로 하모닉스 사의 러시아산 제품들. 고정 바이어스로 동작하고 출력 트랜스 바로 앞에 위치하는 출력관 KT88이 좌우 채널별로 2개씩 늘어서 있으며, 그 바로 앞에 좌우 각 한 개씩의 6SN7, 그 사이에 다시 좌우 한 개씩의 6922가 꽂혀 있다. 6922는 프리단의 입력 버퍼를, 6SN7은 위상 반전과 출력관을 드라이브한다.

시청기는 3극(Triode) 모드와 UL(Ultra-Linear) 모드 전환이 가능하며, KT88을 3극 모드로 전환하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온다. 마치 다른 앰프처럼 소리가 미려하며 고아하게 마치 3극관의 싱글 제품 소리와도 비슷해진다. 그냥 5극관 연결로만 들었다간 크게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3극 모드에서는 클래스A로 작동, 40W의 출력이며, UL 모드에서는 클래스AB로 80W의 출력이 나온다. 또 대부분 진공관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 선택은 각각 분리형 단자로 되어 있지만, 캐리는 간단히 토글 스위치로 전환할 수 있다. 오랜 역사의 실력기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볼륨은 전통적으로 알프스 사의 제품이며, 조작감이나 감도가 뛰어나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에이징 타임은 100시간.

쿼드의 Z-4 스피커와 매칭해 본 소리는 온기와 윤기가 충만하다. 타격감이 뛰어난 피아노 음은 실체감이 좋고, 보컬의 맛깔스러움이 인상적. 중후한 베이스와 중역대의 응집력도 아름답다. 보편적인 가격대의 제품으로 생김새도 평범하지만 기술적 기반과 전통이 어우러진 뛰어난 진공관 인티앰프 제품. 


가격 630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6922×2, 6SN7×2   
실효 출력 40W(Triode), 80W(Ultra-Linear)   
아날로그 입력 RCA×3
서브우퍼 출력 지원   
주파수 응답 19Hz-23kHz(±0.5dB)   
입력 임피던스 100㏀   
노이즈 & 험 82dB 이하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3.1×17.7×40.6cm   
무게 1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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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1월호 - 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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