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H Model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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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H Model Fiv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11.09 17:23
  • 2021년 11월호 (59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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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들어봐야 할 특별하고 귀중한 모델

정말 생각지도 않게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바로 KLH의 신작 모델 파이브(Model Five)다. KLH? 아마 처음 듣는 분도 많겠지만, 약간 빈티지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바로 알 것 같다. 전설의 AR과 JBL과 함께 1960-70년대를 빛냈던 전통의 명가 KLH. 특히 아메리칸 사운드 중 동부 쪽 계열의 대표 주자로 지금도 인기가 높은 여러 제품을 만든 회사다. 한동안, 아니 오랜 기간 역사에 자취를 감췄다가 정말 느닷없이 모델 파이브로 찾아왔다. 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모델 파이브로 새롭게 등장한 것일까?

KLH를 말하려면, 아무래도 창업자 중 한 사람인 헨리 클로스부터 언급해야 한다. 이 분의 이력 중 우리가 확실히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티볼리 라디오다. 이쪽 세계의 문을 연 장본인. 실제로 헨리는 스피커뿐 아니라 라디오에도 밝았다. 그러므로 이런 제품이 탄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하지만 그의 경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1954년에 에드가 빌처와 AR을 창업했고, 이후 독립해서 57년에 KLH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두 회사 모두 역사에 남을 만한 공적을 세웠으니, 그가 2000년에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어소시에이션에서 수여하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KLH는 한때 정말 잘 나갔다. 전성기 무렵엔 종업원이 500명이 넘었으며, 전 세계로 한 해에 3만여 세트를 팔았다. 경쟁자들을 압도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 핵심 중의 하나는 어쿠스틱 서스펜션이라는 기술. 이것은 쉽게 말해 기존의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테크놀로지다. 즉, 드라이버를 통에 담을 때, 밀폐형으로 꾸며서 더 단단하고 정확한 저역을 재생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감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50년대 말부터 출력이 높은 진공관 앰프들이 출시되고, 60년대에 본격적인 TR 앰프가 보급됨에 따라, 이런 방식은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북셀프 타입의 한계를 넘어서는 당당하고, 빠른 저역의 재생은 매우 신선하고 또 활력이 넘쳤다. 헨리는 이 방식을 에드가와 함께 개발한 후, KLH에 본격적으로 투입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리고 2017년 데이빗 켈리 주재의 켈리 글로벌 브랜드에서 판권을 사들인 후, 인디애나주 노블스빌에 공장을 설립하고는 본격적인 제조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하이파이와 홈시어터를 아우르는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켄달, 콩코드, 알바니 등 각 제품마다 독자적인 모델명을 붙인 것이 흥미로우며, 결국 올해 봄에 모델 파이브를 발표하면서 각 언론과 유튜브와 애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실물을 보니, 그야말로 한눈에 사로잡는 자태가 무척 매력적이다. 아마 빈티지 좋아하는 분들뿐 아니라, 뭔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제품을 찾는 분들도 단박에 사로잡을 것이다. 오리지널 모델 파이브의 발매 연도는 1968년. 비틀즈가 <화이트 앨범>을 내고, 각종 평화 시위가 전 세계에 몰아치던 무렵이다. 하지만 제품 디자인 자체는 1950년대 풍이다. 임스 체어와 JBL 패러곤 등이 나오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

북셀프 타입이지만 꽤 크다. 전동 스탠드에 올리면 어지간한 톨보이 못지않다. 전용 스탠드는 필수 중 필수, 제품 무게는 20kg 정도이고, 높이는 66cm. 존재감이 대단하다. 3웨이 구성으로, 맨 위에 1인치 알루미늄 돔이 배치되어 있고, 그 밑으로 4인치 미드레인지 및 10인치 우퍼가 배열되어 있다. 감도는 90dB 내외지만 메이커에선 20-200W 정도의 출력을 권장하고 있다. 이번 시청에서는 150W의 출력을 자랑하는 노르마 오디오의 레보 PA-150을 붙였고, 소스기는 매트릭스 오디오의 X-사브레 3을 동원했다.

첫 곡은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일단 적극적이고 활달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대충 얼버무리지 않고, 할 말은 확실히 한다. 초반에 점증하는 타건의 크기가 제대로 표현되고,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베이스는 무척 깊으며, 명료하다. 화려하게 전면을 수놓는 피아노의 프레이즈는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Cry Me A River’. 스케일이 큰 오케스트라가 배후에 포진한 가운데, 다양한 악기들의 묘사가 디테일하게 등장한다. 스네어를 긁는 브러시의 감촉, 두툼한 일렉트릭 기타의 질감, 영롱한 피아노의 울림 등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보컬은 촉촉하고 아름답다. 기품이 넘친다. 깊이 떨어지는 더블 베이스의 음에서 과연 KLH의 순수 혈통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스티비 레이 본의 ‘Love Struck Baby’. 빠르게 질주하는 리듬 섹션을 따라 천의무봉의 기타 연주가 펼쳐진다. 드럼의 타격감이 대단하고, 불을 뿜는 기타 솔로가 압권이다. 여기에 약간 코맹맹이 스타일의 보컬이 구수한 맛을 더해준다. 확실히 이런 록에서 정통 아메리칸 사운드의 기질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런 면에서 매우 특별하고 또 귀중한 모델이다. 


가격 350만원(Slant Riser Base 스탠드 포함)   
구성 3웨이 3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25.4cm, 미드레인지 10.1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2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80Hz, 2850Hz   
출력음압레벨 90.5dB/2.83V/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20-200W   
파워핸들링 200W   
크기(WHD) 35×66×29.2cm   
무게 2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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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1월호 - 5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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