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i Oberon On-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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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Oberon On-Wall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1.10.08 16:34
  • 2021년 10월호 (59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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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월 스타일로 공간과 음악을 더욱 아름답게

요즘 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단 물건을 줄이거나, 공간을 억지로 단순화시키지 않아도, 미니멀리즘이 주는 교훈은 의미심장하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춰라. 이것은 소비를 미덕으로 삼고, 시장 개척을 주요 과제로 삼는 자본주의의 속성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것과 같다. 소비자들의 항거라고나 할까?

사실 집을 하나의 투자 개념으로 생각한 우리 입장에서, 벽이나 천장을 활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만일 전세로 산다고 하면, 못 하나 박을 수조차 없다. 하지만 일단 정착을 하고, 최소 10년 이상을 거주하겠다고 한다면, 벽에 매립하거나 혹은 붙이는 스피커에 대한 고찰은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협소 주택이 인기인데, 이런 콘셉트에선 위의 스피커가 최고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또 비단 집만이 아니라, 카페, 사무실, 라운지 바 등 응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적잖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만난 달리(Dali)의 오베론 온 월(Oberon On-Wall)의 존재감은 각별하다고 하겠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온 월(On-Wall)과 인 월(In-Wall) 타입의 차이다. 전자는 벽에 붙이는 형태이고, 후자는 벽에 매립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주택이나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쓰이기 때문에, 거창한 공사를 전제로 한다. 당연히 벽체 내부에 배선을 해야 하고, 필요하면 전기줄도 매설해야 한다. 공사가 커진다. 반면 온 월은 벽에 붙이는 형태라, 이사 갈 경우 그냥 떼어 가면 된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것이다. 또 정식으로 플로어에 거치하는 형태보다는 공간 차지가 적어서(아예 없다시피 하다), 향후 무섭게 성장할 장르이기도 하다.

언젠가 스위스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드는 CEO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앞으로 오디오는 공간 절약형이 될 것이다. 방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벽에 매립되어 있고, 오로지 TV와 소파만 보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본 기는 그에 근접한 콘셉트이다.

본 기의 두께는 12cm 정도다. 무게도 5kg 정도 나간다. 이 제품은 벽에 붙이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 얇고 경량화한 것이다. 하지만 음에 대한 타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소프트 돔의 구경. 무려 2.9cm나 한다. 통상 1인치 구경인 것을 보면, 여기에 각별하게 신경 쓴 것 같다. 따라서 고역 특성도 좋다. 무려 26kHz까지 올라간다. 가청 주파수 대역을 넘어서는 수치다. 개인적으로 트위터가 커버하는 범위가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귀를 뛰어넘는 영역이라 하더라도, 중·저역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5.25인치 사양. 6인치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진동판은 펄프를 베이스로, 강도를 높이기 위해 우드 파이버를 적절히 첨가했다. 단단하면서 가볍고 또 튼실한 구조를 자랑한다. 여기에 동사가 자랑하는 아이언 소재와 SMC(Soft Magnetic Compound)를 콤비네이션한 폴피스를 더했다. 한편 덕트는 뒷면 하단에 나 있다. 원형으로 뺄 수가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비트 & 비트의 블루앰프와 블루DAC를 동원했다.

첫 트랙은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베토벤의 교향곡 7번 1악장.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유려한 음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보인다. 기본기가 탄탄한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스테레오 이미지도 남달라서, 세팅을 변화시킬 때마다 즉각 반응한다. 이 정도 교향곡을 무리 없이 재생하니, 사실상 메인으로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어서 커티스 풀러의 ‘Love Your Spell Is Everywhere’. 트롬본과 테너 색소폰의 2관 앙상블이 빛나는 명곡이다. 모던 재즈 특유의 편안함과 따스함이 돋보인다. 이런 가을에 듣기에 좋은 정취를 갖고 있다. 우려했던 더블 베이스의 존재감도 괜찮고, 드럼의 어택도 충분히 나온다. 벽에 제대로 설치해놓고 하루 종일 틀어놔도 귀가 아프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Brothers In Arms’. 녹음이 좋은 트랙이라, 재생에서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런 부분을 잘 충족시키고 있다. 스튜디오의 정밀한 환경이 잘 포착된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신디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핑거링의 기타가 등장한다. 보컬은 차분하고, 단정하다. 서서히 고조되어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부분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전체적으로 밝고, 꾸밈이 없으며, 정확하다. 설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요즘 트렌드에 가장 잘 맞은 스피커라 하겠다. 


가격 96만원(1개 : 48만원, 2개 : 96만원)   
색상 Black Ash, Light Oak, Dark Walnut, White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3.3cm, 트위터 2.9cm   
재생주파수대역 55Hz-26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100Hz   
출력음압레벨 86.5dB/2.83V/m
임피던스 6Ω   
권장앰프출력 25-100W   
크기(WHD) 24.5×38.5×12cm   
무게 4.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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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10월호 - 5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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